(토마토칼럼) 막장 대출규제 이제 그만
입력 : 2021-09-10 06:00:00 수정 : 2021-09-16 10:04:25
김의중 금융부장
대출규제가 막장으로 가고 있다. 정부가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이내로 조정할 것을 요청하자 은행들이 즉각 시행에 나섰다. 일부 은행에선 연봉의 반절도 대출을 내어주지 않는 곳까지 나왔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시작한 건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면서다. 자금줄을 끊으면 집값이 잡힐 것으로 믿었던 탓이다. 그런데 여러 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규제를 늘리자 풍선효과가 생겼다. 더 센 규제를 받기 전에 대출부터 받고 보는 가수요가 급증했다. 
 
날이 갈수록 규제가 심해지자 집을 빨리 사두어야겠다는 생각도 강해졌다. 그 결과 강력한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이 와중에 내 집 마련을 향한 무주택자의 꿈은 더 멀어져간다.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야 언제든 집을 사고팔 수 있지만, 그렇지 못 한 사람들은 대출이 막히면서 막막해졌다. 
 
애초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합쳐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넘어서면 위법이긴 했다. 여신업무지침에 해당 내용이 적시돼있다. 하지만 모든 주택거래내역을 정부가 들여다볼 수 없기에 사문화된 규정이었다. 많은 이들이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합쳐 집을 샀다. ‘영끌’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이것이 지금까지 관례였다. 
 
그런데 정부는 이렇게 집 산 사람들을 범죄자 취급하기 시작했다. 새 지침을 내리면서 은행들은 신용대출 출처 조사를 강화했다. 신용대출을 1억원 초과해서 받은 뒤 조정지역 이상 규제지역에 집을 사면 해당 대출을 회수하는 정책까지 나왔다. 동시에 집을 살 때 자금출처를 세세하게 기록하도록 압박했다. 
 
그런데도 집값이 잡히지 않아 불안했는지 신용대출 한도까지 대폭 축소하기에 이르렀다. 정말 상식 밖의 규제다. 위헌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보다 큰 문제는 대출 실수요자들이다. 신용대출은 일반인이 담보 없이 돈을 꿀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헌데 그 길이 막혀버렸다. 비싼 이자를 감수하고 2금융으로 손을 뻗어보지만, 규제가 2금융까지 미치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러면 이제 급전이 필요한 가계는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그냥 죽으라는 건가. 참 잔인하다. 
 
어쩌면 대출규제 목적이 집값 잡기가 아닌 영영 집을 사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임대주택만 늘리고 지원해 집을 사지 못하도록 무주택 가두리에 가두고, 오로지 그 속에서만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 정부를 지지하게 만드는 거다. 무주택자가 유주택자가 되고, 가진 게 없던 사람이 지킬 것이 생기게 되면 성향도 바뀌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했다. 무주택자의 반란은 야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다주택자가 아닌 이상 실제 집값 상승으로 덕을 본 사람은 없는데, 범죄자 취급 받으니 국민들이 화났다. 집을 사려는 근본적인 목적은 누구나 똑같다. 내 집이 주는 안정감, 그리고 벼락거지가 되고 싶지 않은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그걸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미 대출심사 강화로 가계대출 건전성은 크게 올라갔다. 부실 위험을 구실로 대출을 옥죄거나 금리를 올리는 건 명분이 없다. 당장 중단하고, 자금이 필요한 곳으로 원활히 흐를 수 있도록 길을 터야 한다. 이게 정부가 해야 할 본연의 업무다. 더 이상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짓밟는 정책이 나와서는 안 된다.
 
김의중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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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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