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ESG 추세와 동반성장 문화
입력 : 2021-08-27 06:00:00 수정 : 2021-08-27 06:00:00
사진/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2021년의 경영 화두로 ESG가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어 약칭인 ESG는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투명한 지배구조로 이행한다는 것을 뜻한다.
  
국내외 금융기관들은 ESG 경영수준을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측정하는 비재무적 지표로 사용해 투자와 금융에 관한 의사결정에 반영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ESG 공시를 의무화하도록 해 기업에게 ESG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이런 ESG의 추세가 지배구조 혁신을 통해 동반성장 문화를 한 단계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전망한다.
 
동반성장은 한국판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으로 경제적 불균형을 완화하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경제모델로 등장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는 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하고 건강한 경제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동반성장 정책을 추진했고, 이에 호응해 대기업들은 다양한 동반성장 사업에 활발하게 참여하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협력기업의 만족도를 조사해 거래 공정성, 편리성, 대금지불, 임직원 청렴도 등에 관한 불만요인을 파악해 거래관행을 개선했고, 더 나아가 기술 및 경영 컨설팅을 제공해 원가절감, 생산성 향상, 품질혁신을 도와줬다. 또한 신기술의 공동개발, 해외시장 동반진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갖고 성장하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아직도 동반성장은 중요한 핵심 경영가치로 인정받지 못하며 사업부서는 여전히 ‘갑을관계’ 관행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대기업이 한편으로는 동반성장을 이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불공정행위로 적발돼 과징금을 부과받는 사례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동반성장이 피상적으로 추진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대기업의 문화와 지배구조에 있다. 사업부서가 동반성장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단기실적 중심의 목표관리(MBO)와 성과평가(KPI) 때문이다. 기업의 실적은 기복이 있지만, 사업을 책임지는 임원에게는 끝없이 높은 목표가 부여된다. 갑질과 불공정거래도 근본적 원인은 실적 지상주의에 있다. 대기업의 사업부서가 압박을 받으면 그 압력이 더 세게 아랫단에 있는 협력사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이런 목표관리와 실적평가에 관한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는 동반성장 문제를 다루거나 논의하지 않는다. 특히, 거래관계의 어두운 측면인 부당한 관행이나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보고도 되지 않고 의제로 취급되지도 않는다. 이사회 산하에 동반성장의 추진 현황이나 성과를 다루는 위원회를 설치한 기업도 드물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가 끊이지 않으며 상생협력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원인은 전근대적 지배구조에 있다. 제왕적 총수가 지배하는 구조에서 우리나라 대기업은 총수 일가의 권익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지상 과제로 여긴다. 재벌 지배구조의 문제는 기업을 기반으로 후손을 먹여 살리는 것에 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고 일종의 ‘생계형 재벌’이 기업을 지배하는 것에서 모든 부작용이 파생된다. 경영권이 2~3세에 이르면 직계와 방계가 수십 명에 달한다. 수많은 후손들 간에 경영권 다툼이 나지 않게 하려면 계열회사를 하나씩 나눠줘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대기업은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게 되며,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에 진출하거나 소상공인의 골목상권에 침투하게 된다.  
 
동반성장을 자율적으로 이행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동반성장은 불공정행위와 달리 정부가 강요하거나 법률로 강제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동반성장을 잘한다고 인정하고 상을 줄 수 있지만 못한다고 비난하고 처벌할 수 없다. 결국, 동반성장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이행해야 진정성있게 추진되고 지속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대기업이 동반성장을 전사적으로 추진하려면 기업문화의 변화와 지배구조의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 기업의 목표에서 단기실적 극대화보다 장기적 지속경영을 강조해야 한다. 부서와 임직원의 성과평가에도 동반성장을 위한 협업노력이 반영돼야 한다. 
 
ESG는 전근대적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동반성장에 대한 대주주와 경영진의 책임의식을 강화시켜 주는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반성장을 사회공헌의 S보다 지배구조의 G 관점에서 접근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많은 대기업이 기업경영에 ESG를 접목하기 위해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는데, 여기서 전사적 차원의 동반성장을 다뤄야 할 것이다. ESG 기준에서 동반성장을 충실히 수행하는 기업이 우수한 평가를 받고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가 활성화되면 그만큼 동반성장 문화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대기업의 지배구조가 빠르게 변화될 것이라 예상한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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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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