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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팝니다" 자산효율화 고삐 죄는 하나은행
최기원 작가 '탄생과성장' 외 125건…"은행 통합시 회수된 여분 작품 처분"
2021-07-08 14:16:06 2021-07-08 14:40:09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은행들이 지점 축소 등 수익성 관리를 위한 몸집 최소화에 열심인 가운데 하나은행이 소유 미술품까지 매각에 나서면서 자산 효율화에 고삐를 죈다.
 
8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한국자산관리공사 전자입찰(온비드)을 통해 서예 9점, 동양화 71점, 서양화 21점, 판화 및 인쇄물 24점 등 125건의 미술품에 대한 공매에 들어갔다. 감정가 미공개 작품 1점을 제외한 전체 미술품의 평가금액은 3억원 상당이다. 여기다 과거 명동 사옥 앞에 전시했다가 용인시 연수원으로 옮겨졌던 최기원 작가의 '탄생과 성장'도 함께 공매 절차를 밟는다. 
 
매각 미술품들은 과거 은행 지점장실이나 접객용 회의실에 걸려있던 작품이 다수다. 서울·보람·충청·외환은행 등 옛 은행들과 통합하는 과정에서 자산으로 분류돼 하나은행 본점으로 회수됐다. 이후 마땅한 전시 공간을 찾지 못해 수장고에 보관돼왔다. 다수의 작품이 쌓이면서 2년 전에도 한 차례 미술품 공매로 정리에 나섰다는 게 하나은행의 설명이다.
 
공용 공간의 장식을 위해 사용했던 미술품들이기에 판매 작품은 유명 화가 대표작의 모작부터 작자미상의 그림들까지 다양하다. 이때문에 개별 작품 평가금액은 적게는 100원에서 많게는 400만원에 이를 정도로 편차가 크다. 하나은행은 다음달 31일까지 평창동지점 내 갤러리, 광화문역지점 2층을 전시 공간으로 삼아 이들 작품을 구매 희망자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과거 통폐합 과정에 따라 수장고에 많은 작품이 쌓였는데, 너무 오래돼 따로 전시가 모호해진 데다 더 이상 방치하기가 어려워 공매에 나섰다"면서 "매각이 불발된 작품들은 희망하는 곳에 전달하거나 이마저도 어려워지면 소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면서 고객 방문이 적은 대면 영업점 수를 줄이는 등 몸집 줄이기를 이어가고 있다. 자산 현금화도 추진 중이다. 1분기까지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이 매각을 시도한 부동산 규모만 최저입찰액 기준 495억6300만원이다. 동시에 관련한 유휴 물품들도 넘쳐나면서 자산 효율화 방안을 다각화하는 양상이다.
 
자산 효율화 움직임에 따라 영업이익에서 판매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줄고 있다. 4대 은행의 1분기 영업이익경비율(CIR) 평균은 48.4%로 직전분기 51.4%보다 3.0%p 하락했다. 1분기 카카오뱅크 CIR이 48.3%임을 감안하면 당장 인터넷전문은행 수준에 근접한 셈이다. 또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개선세도 눈에 띈다. 2분기 일제히 상승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특히 하나은행은 이들 중 상승폭(0.04%p )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은행이 소유 미술품 125건을 비롯해 과거 명동 사옥 앞에 전시됐던 최기원 작가의 '탄생과 성장'(사진) 매각을 통해 자산효율화에 나선다. 사진/서울옥션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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