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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회주택 산다)“생활고에 낙향할 뻔...'창공' 덕에 다시 날아올랐죠”
전주형 사회주택 '창공' 입주자 김동희씨, 코로나 생활고 딛고 연주활동 이어가
2021-06-21 06:00:00 2021-06-21 09:32:16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코로나19가 터지고 최소한의 수입도 안 돼 고향가서 다른 일하려고 했어요. 다행히 여기 들어오고 나서부터 제 집이 생기니 마음도 안정되고 일도 잘 풀리고 있습니다.”
 
사회주택 사업자 한국주거복지 사회적협동조합이 전라북도 전주에 공급한 전주형 사회주택 ‘창공’에 작년 12월부터 사는 김동희(28·남)씨는 작년 말에 진지하게 낙향을 고민했다.
 
전라남도 순천 출신인 김씨는 호른 연주자다. 코로나19가 특히 문화예술계를 괴롭히면서 2019년 전주에서 타향살이를 시작한 김씨는 1년여만에 큰 위기를 맞았다. 프리랜서라 수입이 일정치 않으면서 나름 저축도 하고 잘 벌 땐 제법 수입도 괜찮았지만 일이 끊기자 버티는 것도 한계가 명확했다.
 
전주형 사회주택 창공 입주자 김동희씨가 창공 공유공간에서 호른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김씨 주변 문화예술인들은 갑자기 끊긴 일을 감당하지 못해 20~30% 가량이 그만뒀다. 서울대 나온 사람도, 지역에서 알아주는 연주자도 공장에 가거나 다른 일을 찾았다. 다른 청년 연주자들은 생활고를 못 이겨 서울이나 고향으로 향했다. 헌혈을 해 얻은 햄버거로 끼니를 때운다는 얘기도 들었다. 김씨도 월세 41만원 원룸이 버거워 정리하고 작년 9월부터 교회 창고방에서 얹혀 지냈다.
 
김씨는 “교회에서 배려해줬지만 창고방은 원래 주거 용도가 아니였어요. 조리시설도 없고 맨바닥에서 자야하고 벌레도 많이 나왔어요. 교회 예배 때마다 연주를 도와주는 대신 다른 지출은 없는 거죠. 그렇게 3개월 정도 지내는데 그때는 뭘 해도 안 됐어요. 제가 음악을 할 수 있으려면 큰 돈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의 경제적인 소득이 필요한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고 말했다.
 
전주생활의 끝을 고민할 때 다행히 사회주택 창공을 알게 됐다. 다른 고민할 것도 없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이거 아니면 안 된다’라는 각오였다. 창공은 말 그대로 김씨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맞춤형 보금자리였다. 
 
창공은 서서학동에 위치해 김씨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좋고 근처에 남부시장이나 전주천, 한옥마을 등으로 산책하기도 가깝다. 악기 싣고 지방 이동이 잦은 김씨를 위한 주차장도 넉넉하고, 투룸을 월 20만원에 지낼 수 있는 조건도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청년예술인들을 위한 사회주택으로 전주에 지인이 적은 김씨에게 안성맞춤이다.
 
김씨는 “처음에는 경제적인 측면만 보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평범한 집을 생각했는데 입주할 때 보니 리모델링을 하고 많이 바뀌었다. 아침에 동네 산책하는 것도 마음에 들고 남부시장 순대국밥도 힐링된다. 서학동 자체가 예술마을이기도 하고 같은 사회주택 청년들이랑 얼른 친해지고 싶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못하는데 친구도 사귀고 다른 분야와 컬래버레이션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주형 사회주택 창공의 1층 공유공간. 사진/박용준 기자
 
단순히 경제적인 이득을 넘어 주거가 안정되니 정서적으로 김씨에게 창작활동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얼마 전부터는 연주 스케즐도 늘기 시작해 9·10월 스케즐까지도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 김씨는 “연말까지도 기대할만한 상황이라 힘든 건 이제 벗어날 것 같다”며 “기운이 좋은지 여기 오고 하나 둘 일이 잘 풀린다”고 강조했다.
 
순천에서 자라 서울과 목포를 거쳐 김씨는 전주에 머물고 있다. 청년 연주자로 살기에 서울은 공급이 너무 많고 전남은 수요가 너무 부족하다. 문화예술과 청년이 많은 도시 전주는 김씨가 보기에 그 균형이 알맞은 곳이다. 김씨는 전주에서 장기적인 정착을 꿈꾸고 있다. 
 
전주시는 전주형 사회주택 모델을 2017년부터 공급하고 있다. 시세 80% 이하 임대료로 20년까지 살 수 있다. 한국주거복지 외에도 민달팽이, 협동조합 함집, 마을발전소 맥 등이 전주에서만 모두 7곳에 81가구의 사회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기초 지자체가 단독으로 하다보니 예산이나 속도는 더디지만 주목할만한 변화다.
 
김씨는 “저한텐 엄청난 보금자리로 벌써 정들어 제 집같다. 오래 살면서 연주뿐만 아니라 폭넓은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싶다. 문화예술 쪽 공부하는 동생한테도 여기 들어오라고 추천했다. 사회주택이라는게 요즘 개인주의 속에서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게 매력적이다. 청년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누렸으면 좋겠다.
 
전북 전주시 서서학동에 위치한 전주형 사회주택 창공. 사진/박용준 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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