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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따상' 아니어도 초단타 '따블' 노린다
SK IET 따상 실패에도 공모주 열기 지속…절반 이상은 상장날 아침 100% 수익률
2021-05-21 06:00:00 2021-05-21 0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부진한 수익률과 연이은 '따상(공모가의 2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 실패에도 상장 첫날 반짝 수익률을 좇는 공모주 투자 열기는 계속되고 있다. 장기 성과는 저조한 편이지만 여전히 공모주 투자는 성공 확률이 높은 편이며, 특히 상장 직후 매도하면 100%에 달하는 수익률을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새내기주 31곳 중 17곳이 상장 첫날 공모가의 2배 가격에 거래를 시작했다. 절반 이상은 장 시작 직후 팔고 나온 경우 수익률이 100%인 셈이다.
 
시장에 입성하는 새내기주는 공모가의 2배에 시초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상한가까지 오를 경우 공모주 투자자가 최고 160%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데, 이를 두고 '따상'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일반 종목의 경우 전날 종가에서 시초가를 형성하기 때문에 하루 최대 상승폭이 30%다.
 
올 들어 따상에 성공한 종목이 7곳에 불과한 데다 올해 기대주였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 IET)마저 따상에 실패하면서 실망감이 번지기도 했다. SK IET 이후 상장한 씨앤씨인터내셔널과 에이치피오가 공모가를 밑는 공모가에 미치지 못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따상에 성공했다 해도 자이언트스텝 한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첫날 주가를 밑돌고 있어 장기 성적은 더 좋지 않다.
 
그럼에도 반짝 수익률을 노리는 뭉칫돈이 여전히 공모주 시장으로는 흘러들어오고 있다. 지난주 삼영에스앤씨의 일반 청약 경쟁률이 2392대1로 가장 높았으며 제주맥주가 1748대 1, 샘씨엔에스가 1104대1, 씨앤씨인터내셔널이 89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도 삼영에스앤씨, 제주맥주, 씨앤씨인터내셔널 등이 1000대 1의 경쟁률을 넘어섰다. 
 
'빠른 손절' 전략에 상장일 당일 오전에 매도 주문이 폭주하면서 증권사 전산 오류도 잦아지고 있다. SK IET가 상장한 첫날 다수의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접속 지연 등으로 차질을 빚으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고점에 팔고 나오지 못한 손실분을 보상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공모주 시장이 초단타 투기 양상으로 흐르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IPO주가 따상 테마주처럼 인식되는 게 있어 따상 가면 차익 실현하고 나오면 된다는 식의 인식이 있다"며 "지나치게 단타 방식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긴 호흡으로 평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거래소는 시초가 제한폭 규정을 손질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현행 규정상 새내기주는 상장 첫날 공모가의 2배에서 시초가를 형성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가격 예측이 쉬워지고, 특정 세력이 이를 이용해 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시초가 범위를 더 좁히면 새내기주들이 제대로 시장 가격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할 수 있으며, 가격 제한폭을 없앨 경우 급등락이 오히려 심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거래소에서도 구체적인 묘안을 내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거래소가 1988년 시초가 가격제한폭 없이 했을 때 가격 변동이 극심해진 탓에 10개월 만에 철회하고, 이후 제한폭을 구체화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공모주 시장은 정확히 가치를 볼 줄 아는 기관들이 들어와 손해를 무릅쓰고 투자하는 시장인데 변질된 측면이 있다"며 "시장 평가를 받아 유연하게 가격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한 시초가 규정도 현재 단기 투자에 악용되는 등 제도 취지와 맞지 않게 가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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