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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혁신상품 만들라"며 카카오페이 보험 인가 유보
혁신상품 주문에 고심…계열사 제휴도 지지부진
2021-04-29 15:23:57 2021-04-29 15:57:36
[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올 하반기 출범을 목표로 한 카카오페이의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혁신적인 상품을 선보일 것을 주문하면서 빅테크 업체로서의 독보적인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카카오페이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의 디지털 손보사 설립 예비인가 심사 기간이 4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28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안건으로 상정될 전망이었으나, 금융위의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진행되지 않았다. 심사가 장기화하면서 이르면 연내 정식 출범 후 영업을 시작하겠다는 카카오페이의 계획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빅테크의 첫 보험업 진출이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심사 지연의 표면적인 사유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질적으론 금융당국이 카카오페이에 혁신적인 보험상품을 만들어 낼 것을 적극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예비 인가가 늦어졌다는 후문이다. 가령 앞서 디지털 금융사들이 내세워 왔던 간편 가입, 빠른 보상 등 금융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그치지 말고 빅테크 업체만의 상품 개발에 집중하라는 주문이다. 
 
카카오페이 내부에선 시장 판도를 바꿀 '메기'가 되라는 주문에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혁신상품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그마저도 참신한 상품을 만들기 위해선 연계 상품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인데, 연계 작업이 생각만큼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카카오페이는 여러 카카오 계열사와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지만 카카오에서 적극 나서지 않고 있어 협의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페이의 손보사 진출에 대한 업계 시선도 엇갈린다. 우선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생활밀착형 위주의 상품을 선보일 카카오페이는 소액보험만으로도 박리다매식 영업으로 수익성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디지털 손보사가 주로 판매하는 미니보험과 자동차보험으로는 사업성이 미미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미니보험은 보험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사실상 보험사들이 가망고객 확보 목적 등 외에 수익성을 기대하는 상품은 아니라는 평가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치솟는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에 손보사들의 골칫덩이 상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페이가 디지털 손보사 예비인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데, 앞서 일정을 특정하진 않았기 때문에 예비인가가 미뤄졌다고 말하긴 어렵다"면서 "거시적인 관점에서 생활밀착형 상품을 선보일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사진/카카오페이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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