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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여전한 업비트 공시…"정보 비대칭성 문제 개선해야"
업비트, 허위 공시 논란에 결국 고머니2 상장 폐지 결정
보라 등 늦장공시 의혹 문제제기도…"정부 주도 제도 개선 필요"
2021-03-25 17:15:30 2021-03-25 18:00:03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들에 게재된 허위·늦장 공시로 피해를 보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제도를 통해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업비트가 상장 코인들의 허위·중복된 정보를 충분한 검토 없이 공개해 시장의 혼란을 일으키면서 이같은 의견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반려동물 플랫폼 애니멀고의 가상자산(암호화폐) 고머니2는 과장 공시 의혹을 받은 코인으로, 업비트는 지난 19일 고머니2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업비트는 지난 16일 고머니2에 대한 정보를 공시 채널에 올렸다. 고머니2가 5조원 규모 초대형 북미펀드인 셀시우스 네트워크로부터 토큰 투자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당시 고머니2 공시 전후로 거래 가격이 200% 가량 급등했다. 그런데 공시를 올린 당일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는 투자 유치를 근거로 제시한 자료가 빈약하다며 공시 부실 논란이 들끓었다. 
 
고머니2 허위 공시 논란 이후 지난 18일 업비트는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자사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허위 공시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실제 투자가 이뤄진 것이 아닌, 고머니2 토큰을 셀시우스 네트워크의 가상자산 지갑에 옮긴 정황이 밝혀진 것이다. 셀시우스 측도 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업비트는 공시 다음날인 17일 고머니를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고 공시 조회와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18일 결국 고머니2에 대한 상폐를 결정했다.
 
고머니2 공시 논란은 책임 소재를 따지는 문제로 번졌다. 애니멀고 재단은 “상장폐지는 가혹하다”면서 업비트와 충분한 논의 끝에 올린 공시로, 책임은 업비트에도 있다고 반박했다. 
 
업비트와 달리 빗썸, 코인원 등의 거래소는 현재 쟁글이라는 독립된 업체를 끼고 공시를 올리고 있다. 고머니2 해당 공시의 경우 이들 거래소는 쟁글 측의 ‘풍문에 대한 사실 확인’ 과정을 거쳤고 결과적으로 공시를 진행하지 않았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파트너사 역할을 하고 있는 쟁글 측은 고머니2의 해당 공시를 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 "기관투자자의 투자라고 발표했는데 투자계약서가 없었고, 규모도 작고 두달 전 얘기로 판단이 들어 반려했다"고 설명했다.
 
업비트는 고머니2 사태 이전에도 허위·늦장 공시 의혹을 종종 받아왔다. 지난달 업비트에 상장된 보라 코인은 공시 효과로 가격이 뛰었다. 업비트가 ‘카카오게임즈의 보라 운영사 웨이투빗에 대한 지분취득’ 공시를 내놓으면서 지난달 18일 보라 코인은 52.7원으로 시작해 572원까지 약 11배 급등했다. 업비트 공시 전 보라는 지난해 12월 자체 운영하는 플랫폼 미디엄에 ‘카카오게임즈의 보라 운영사 웨이투빗에 대한 지분취득’ 공시를 올린 바 있다. 당시 업비트는 보라 미디엄에 이미 올라온 내용을 뒤늦게 늦깎이 공시한 데다 가격 펌핑이 이뤄져 투자자들로부터 의혹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17일 보라 자체 플랫폼 미디엄에 올라온 정보 공시. 공시는 웨이투빗이 카카오게임즈로 최대 주주가 변경됐다는 내용이다.
 
이외에도 트웰브쉽스, 파워렛저 등 코인 관련 정보 또한 이미 알려진 내용의 재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트웰브쉽스의 경우 소각한다는 정보가 담긴 텔레그램이 지난달 3일 오전 9시께 노출됐고, 업비트 공시는 5시간 이후 진행됐다. 당시 이 코인은 공시가 나간 오후 2시 30분경 10원에서 13원으로 30% 가량 급등했다. 소각이 되면 전체 발행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서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10원대로 급락했고 25일 기준 28원대를 보이고 있다. 이 사례 역시 이미 알려진 내용에 대한 정보로 시세를 들쑤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휘말렸다.
 
파워렛저도 인도 P2P에너지 거래 트위터에 노출해 늦장 공시 의혹을 받았다. 트위터에는 지난 3일 오전 11시50께 노출됐고, 업비트 공시는 오후 6시20분께 이뤄졌다. 업비트에 공시되자마자 파워렛저 가격이 312원에서 680원까지 100% 이상 급등했다.
 
업비트의 이러한 허위·늦장 공시 행태에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주식과 달리 가상자산은 공시에 대한 규정이 따로 마련돼있지 않아 불확실한 정보가 난무하는 경우가 많고, 올린 주체인 책임소재를 묻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허위·늦장 공시 논란 이후 업비트는 지난 2월과 3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의 사전 공개 여부,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기 발표 및 사전 유출된 공시에 대한 이차 배포를 지양하는 한편 의도적인 누설이 확인될 경우 사후 조치로 추후 공시 불가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증된 공시로 투자자를 보호하고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독립된 업체에서 공시를 담당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직 이를 담당하는 업체가 많지 않고, 해당 업체마저도 공시 내용의 진위여부를 일일이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한 관계자는 “정보 공시 업무를 전담으로 하는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는 거래소들도 해당 공시가 100% 신뢰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다시 체크를 한다. 그럼에도 공시가 사실인지 여부를 일일히 확인하기 힘들다. 아직은 가상자산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로 계속해서 개선해나가야할 과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보 공시를 하는 업체 소수가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데다 검증 과정도 전문화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결국 정부가 나서 표준화된 정보공시를 운영하는 시스템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상자산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정보 공시를 하는 업체가 사실상 쟁글과 업비트 등 두곳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기 공시의 경우 쟁글에서 올라온 공시가 업비트에 없거나, 업비트에 있는 공시가 쟁글에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미 알려진 내용을 뒤늦게 올리는 건 의미도 없고 가격 펌핑만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래소별 제각각 정보를 올리면 시간차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양산된다"며 "정부가 나서 공시제도를 한 곳에서 집중관리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제도 개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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