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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광명 7만가구 공급…현장선 “집값 떨어지나” 불안
공급폭탄에 광명뉴타운 ‘하락론’ 고개…청약 대기 수요 몰려 전세 상승 우려도
2021-02-25 15:00:00 2021-02-25 15: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정부가 광명시흥 신도시 계획을 발표한 다음날인 25일, 경기 광명뉴타운 일대의 아파트 공사 현장은 분주히 움직였다. 육중한 덤프트럭이 굉음을 내며 공사장을 오갔고, 굴착기가 흙을 퍼 날랐다. 공사를 마무리하는 현장에선 목을 뒤로 한껏 젖혀야 아파트 꼭대기층이 겨우 보였다. 맞은 편에 위치하는 저층의 상가들, 단독주택들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풍경이었다. 부동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뉴타운 사업이 마무리되면 이 일대 집값이 뛸 거란 생각을 가질 만 했다. 
 
그러나 뉴타운 지역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이런 전화가 간간히 오네요. 얼마 전에 이 근처에 집을 샀는데 불안하다는 거죠.” 14구역 인근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A씨는 씁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는 “신도시 발표 이후 뉴타운 집값이 어떻게 될지 묻는 전화가 꽤 있다”라며 “대부분은 최근에 집을 샀는데 괜히 매수한 게 아니냐는 하소연”이라고 전했다. 
 
경기 광명뉴타운 16구역 인근에서 진행 중인 공사 현장. 사진/김응렬
 
이 같은 분위기는 다른 중개사무소에서도 읽힌다. 광명동에서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B씨는 “발표 직후 계약서를 쓰는 매수자들이 내내 불안해했다”라며 “집값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많이들 한다”라고 언급했다. 
 
2만5000가구 규모의 광명뉴타운 재개발 사업으로 집값 상승이 이상하지 않을 이 일대에 오히려 ‘하락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4일 정부가 발표한 광명시흥 신도시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예고한 광명시흥 신도시의 공급물량은 7만호다. 기존 3기 신도시와 광명시흥을 비롯한 6곳 중 광명시흥이 최대다. 기존 3기 신도시 중에서 남양주 왕숙도 물량이 적지 않은 6만6000호지만 이보다 4000호 더 많다. 역대 1기·2기 신도시를 통틀어 놓고 봐도 대규모다. 화성동탄2, 분당, 파주 운정, 인천 검단에 이은 다섯 번째다. 형보다 센 아우다. 
 
더군다나 광명뉴타운과 광명시흥 신도시가 서로 인접해있다. 광명시흥 신도시에는 광명시 내 광명동, 옥길동, 노온사동, 가학동이 포함된다. 광명뉴타운은 광명동에 몰려있다. 광명동 일대에서 집값 하락 우려가 커지는 까닭이다. 이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뉴타운 사업을 진행 중인 구역이 각자 진척도가 다른데, 진행이 아직 느린 구역은 입주시기가 신도시와 겹칠 수 있다”라며 “아무래도 타격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경기 광명뉴타운 14구역 공사 현장. 사진/김응렬
 
기존 매수자들 사이에서 불안에 더해 불만이 커지는 기류도 감지된다. 일대 다른 공인중개사는 “그동안 광명이 신도시가 될 거란 얘기가 많았기 때문에 이번 발표를 다들 예상은 하고 있었다”라면서도 “기존 시장을 고려하지 않고 7만가구를 쏟아내는 건 좀 심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지역 일각에선 호재라는 인식도 나온다. 정부가 광명시흥 신도시의 교통 대책으로 ‘남북도시철도’ 경전철을 신설한다며, 1·2·7호선과 신안산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노선 등을 연계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다. 교통 개발 기대감이 부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대 중개사들은 대체로 하락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경기 광명뉴타운 일대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늘어서있다. 사진/김응렬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견이 갈린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은 광명시흥 신도시의 입지가 가까워 뉴타운 수요가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물량폭탄에도 불구하고 뉴타운은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란 시각이 있다. 신도시와 뉴타운 수요층이 달라 별개의 시장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수요층이 다른 곳으로 볼 필요가 있다”라며 “저렴한 분양가를 선호하는 이들은 신도시로 갈 것이고 그렇지 않은 수요는 뉴타운으로 유입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전월세 시장에선 단기적인 상승세에 힘이 실린다. 광명 일대는 수요자 선호가 높고 입지도 준수해, 신도시 물량을 따내기 위한 청약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청약 거주 요건을 충족하고 청약 일정을 기다리는 전세 수요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광명은 내 집 마련 수요가 강한 곳”이라며 “청약시장에 뛰어들려는 전월세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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