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분명한 사실은 근대의 질주가 좌초하고 근대성의 패러다임이 더는 적용되지 않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인류의 가치, 사상, 패러다임이 뒤흔들리고 있다.
안치용 한국 CSR연구소 소장은 신간 '코로나 인문학'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를 "불가역적이고 세계사적인 사건"이라고 칭하며 "인류는 근대를 넘어서는 획기적인 비약을 이루거나 아니면 근대 이전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식의 한가한 기존 논의 틀로는 해명되지 않을 미래가, 공포영화의 괴물처럼 상상하지 못할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 덤벼들고 있다는 뜻이어서, 인류는 수사(修辭)가 아니라 정말로 진화의 최종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책은 인류 팬데믹사를 훑고, 오늘날 코로나 상황을 비판적으로 관찰하며,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저자는 흑사병 시대를 코로나19 이전 인류 문명에 변곡점을 만든 사례로 제시한다. 타인의 목숨까지도 비용으로 계산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를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오늘날 코로나 시대의 인간상과 겹쳐낸다.
저자는 "코로나19의 파괴력을 증폭시킨 주체는 바로 우리 인간"이라며 "40년 이상 세계를 지배해온 신자유주의 가치는 국가를 허약하게 만들고 공공성을 허물었다"고 비판한다.
마스크 착용을 기피하는 미국 등 선진국의 방역 실패를 사례로 든다. 물량을 감당 못해 과로사한 택배 기사 등 언택트 시대의 딜레마도 짚어낸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국가와 세계체제를 완전히 재구조화해야 한다"며 "치명적인 불평등의 요소를 끊임없이 제거하면서 사적 소유와 공공성을 균형 있게 지키는 건전한 시장자본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창 논란 중인 백신과 치료제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필수라고 지적한다. 이는 “‘타자를 위한 존재’로서 공동체의 중요성과 그 의미를 끊임없이 각인시키는” 논의를 통해 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코로나인문학/김영사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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