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홈쇼핑 '송출수수료' 해법 있나…"법적 규제 필요 VS 사적 계약 법 개입"
김영식 의원 '송출수수료 상한제' 개정안 발의…"사전적 절차·기준 담은 시행령 필요"
2021-01-18 17:28:28 2021-01-18 17:28:28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수년째 반복되고 있는 홈쇼핑업계의 송출수수료 인상 문제를 둘러싸고 유료방송사업자의 수수료 상한을 두는 방송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송출수수료 가이드라인 제정에도 불구하고 유료방송사업자의 수수료 인상 문제가 되풀이되는 만큼 관련 법안의 필요성에 힘이 실린다. 다만 홈쇼핑업체와 유료방송사업자 양측의 사적 계약에 대한 법 개입을 놓고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인터넷(IP)TV, 유선방송사업자(SO), 위성방송 등의 유료방송사업자가 홈쇼핑 송출수수료를 정할 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한도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방송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금지행위의 조항으로 '유료방송사업자가 방송채널사업자에 대해 송출에 따른 상품판매 매출의 증감, 해당 방송사업의 수익구조,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및 한도를 초과해 방송프로그램의 송출 대가를 불공정하게 결정·취소 또는 변경하는 행위'가 담겼다. 
 
이는 유료방송사업자와 채널을 사용하는 홈쇼핑업체 간 송출수수료, 즉 채널사용료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홈쇼핑업체가 IPTV 등의 유료방송사업자에 내는 자릿세 개념의 송출수수료는 해마다 상승하고 있는데, 이 과정이 양측의 협의가 아닌 유료방송사업자의 일방적 인상으로 결정돼 홈쇼핑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홈쇼핑업체가 내는 송출수수료는 IPTV 내 채널 편성과 연결된다. TV홈쇼핑 입장에서는 지상파 및 종합편성 채널 사이의 이른바 '황금채널' 선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유료방송사업자의 수수료 인상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지만, 방송 매출의 절반에 달하는 송출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홈쇼핑업체가 유료방송사업자에 내는 송출수수료는 2019년 기준 1조8394억원으로, 2018년 대비 12.6% 증가했다. 이는 홈쇼핑 방송사업매출의 49.6%에 달하는 수준으로, 최근 10년간 방송 매출은 연평균 6.3% 상승한 반면 송출수수료 상승률은 15.9%에 달한다. 
 
유료방송사업자는 가입자 수 증가를 이유로 홈쇼핑업체에 수수료를 인상하고 있으나 가입자 수 대비 수수료 인상률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료방송사업자의 가입자 수는 2019년 기준 3381만단자로 2018년 대비 3.2% 증가했다. 
 
자료/방송통신위원회
 
 
과기정통부, 송출수수료 문제 인지…구체적 방안 고민중
 
문제는 송출수수료 상승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음에도 해마다 홈쇼핑업체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계약이 유료방송의 일방적 인상으로 체결된다는 점이다. 지난 2017년 업계에서 '유료방송 홈쇼핑 상생 협의체'를 구성해 제정한 송출수수료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고, 가이드라인과 별개로 해마다 수수료가 큰 폭으로 인상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송출수수료 가이드라인 제정, 수수료 협의체 등을 구성했음에도 유료방송사업자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실제로 매년 계약에서는 '갑'인 유료방송사업자의 목소리가 클 수 밖에 없다"며 "수수료를 인상하더라도 납득할만한 근거가 필요한데 그렇지 못하고, 이제는 수수료가 방송 매출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도 송출수수료 인상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방송산업정책과 관계자는 "송출수수료 산정은 양측이 계약을 체결할 때 절차가 얼마나 공정한가의 문제인데, 제도화를 한다면 기존 가이드라인보다 실효성이 있고, 기업의 준수 의무도 담겨야 할 것"이라며 "이 문제가 시장 자율의 영역이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에 대한 고민이 있었으나 계속 이슈가 되는 사안인 만큼 들여다보고 있고, 시정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료방송사업자·홈쇼핑사 간 '사적 계약', 법 개입 신중해야 
 
송출수수료에 대한 법제화는 필요하지만 유료방송사업자와 홈쇼핑회사 간 사적 계약에 대한 법의 개입을 놓고 조심스러운 입장도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송출수수료나 방송발전기금에 대해서는 현실화할 필요성이 분명히 있고, 기본적으로 우리가 인정할만한 상승률의 범위라는게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사업을 놓고 기업대 기업이 개별적으로 협상하는 문제에서 일률적으로 기준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찬구 미디어미래연구소 부센터장은 "송출수수료의 '인상폭'과 '규모'에 대한 양측의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유료방송사업자의)일방적 제시를 따라가는 상황인 것이 문제"라며 "현재 플랫폼(유료방송사업자)의 힘이 더 크기 때문에 인상분에 대한 근거가 서로 명확하게 공유되고 적정성에 대한 검토와 협의를 통해 계약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법제화에 있어서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송출수수료 상한선을 법제화할 경우 홈쇼핑업체의 매출 추이에 따라 수수료 계약을 협의할 수 있음에도 유료방송사업자가 상한선에 맞춰 수수료 인상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시장의 자율 기능을 해칠 수도 있다"며 "법으로 정하는 근거를 양쪽 업계가 모두 인정하는 것인지가 중요하고, 가이드라인을 준다는 측면에서는 법제화가 좋지만, 정해진 상한선이 시장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에 담긴 '금지행위' 조항이 사후적 조치라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나온다. 사후규제 특성상 문제가 생기면 신고에 의해 사례마다 판단하기 때문에 해결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차라리 사전적으로 채널사용 계약에 대한 절차와 방법, 기준을 시행령으로 정해 기업이 이를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 더 빠르지 않겠나"라며 "사전 조치는 규제의 강도가 높아지긴 하지만 매 건마다 방통위가 문제를 조사하고 처분을 내리는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사후규제는)비효율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홈쇼핑업계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송출수수료 인상에 대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롯데홈쇼핑의 방송 판매 장면. 사진/롯데홈쇼핑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