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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차량 진입 후 횡단보도로 뛰어든 보행자 충격…운전자 처벌 대상"
2021-01-18 06:00:00 2021-01-18 06: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로 차량이 진입한 순간 행인이 도로 양쪽에 주차된 차량 뒤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뛰어들어 사고가 난 경우라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횡단보도 앞 정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된 택시운전사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공소기각 판결한 1심을 파기환송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은 1심에서 다시 심리하게 됐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고 장소는 횡단보행자용 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아 언제든지 보행자가 횡단할 수 있는 곳이고, 사고 당시 도로 양쪽으로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횡단보도 진입부에 보행자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피고인으로서는 자동차를 일시정지해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보행자가 없는 것을 확인하거나 발견 즉시 정차할 수 있도록 자동차의 속도를 더욱 줄여 진행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피고인이 이를 게을리한 것은 도로교통법 27조 1항에서 정한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피고인이 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보고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한 1심판결을 파기환송한 것은 옳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9년 4월 택시를 운전해 서울 송파구의 한 도로를 주행하다가 횡단보도로 우회전 해 진입하던 중 좌측 전방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뛰어든 7세 어린이의 오른쪽 다리를 충격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했다.
 
사고 당시 A씨는 시속 20km로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로 진입한 상태였고 도로 양측에 주차된 차량이 시야를 가리는 바람에 횡단보도로 뛰어드는 피해자를 보지 못했다.
 
1심은 공소기각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운전자로서 사고발생방지에 관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도로교통법 27조1항에 따른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위반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사가 법을 잘못 적용했다고 본 것이다. 
 
도로교통법 27조 1항은 "모든 차 또는 노면전차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에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않도록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사고 당시 상황은 택시가 먼저 진입한 뒤 보행자가 횡단보도로 뛰어들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한 처벌 규정인 교통사고처리특례법 3조 1항 6호의 적용은 맞지 않다고 본 것이다.
 
또 "사고현장인 횡단보도 등에 신호기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진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진입 선후를 불문하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보호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도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모든 차의 운전자는 보행자보다 먼저 횡단보행자용 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은 횡단보도에 진입한 경우에도,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지 않거나 통행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을 상황이 아니고서는, 차를 일시정지 하는 등으로 보행자의 통행이 방해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또 "사고 현장은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언제든지 보행자가 횡단할 수 있는 곳이었다"면서 "피고인으로서는 횡단보도를 횡단하는 보행자가 있는지를 확인한 후 보행자의 통행이 방해되지 아니하도록 차량을 운행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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