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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법 시행령 제정)①끝내 반쪽시행…농협·수협·새마을금고 다 피했다
상호금융·우체국 감독 대안, 3월 금소법 시행 전 나올 듯
금소법, 판매원칙 어긴 상품에 청약철회·해지요구 가능
"과징금 50% 과하다" 업계의견 수용…감경 상한선 폐지
2021-01-17 12:00:00 2021-01-18 08:01:25
[뉴스토마토 김보선·최홍 기자] 대형 금융사고를 막기 위한 판매규제를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오는 3월 시행된다. 금융소비자보호체계를 기관이 아닌 판매·중개 등 기능별로 규제한 것이 핵심인데, 농협·수협 등 상호금융이 법 적용 대상에서 결국 제외됐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이 같은 내용의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금소법은 파생결합펀드(DLF), 라임·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등 대형 금융사고 재발을 막고 금융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그 취지에 맞춰 은행·보험사·금융투자업·여신·저축은행뿐 아니라 신협, P2P, 대형 대부업도 적용대상이다. 
 
네이버(NAVER(035420))나 다음 등 '빅테크' 기업도 실질적으로 금융 직판업자·대리중개업자·자문업자 개념을 충족하고 관련 법에 인가등록을 하면 금소법 적용을 받게된다. 금융위에 등록하지 않은 자는 금융상품판매업이나 자문업을 영위할 수 없다. 
 
 
 
상호금융, 시행령 개정해 넣겠다지만 기약 없어
 
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신협을 제외한 다른 상호금융과 우체국은 이번 금소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상호금융과 우체국은 금융위가 감독은 하지만 기관 조치 권한이 없어 금소법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각 관계부처는 (이들이) 금소법에 포함돼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이를 위해선 법개정이 필요한 사항인 만큼 어떻게 구현해야 할 것이냐에 대해 현재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호금융과 우체국 등 감독체계의 특수성이 있는 금융기관이 금소법 대상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한 보완 방안은 부처 간 협의를 거쳐 3월25일 금소법 시행 전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위가 3월에 내놓을 보완 대책이 제대로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 이미 마련된 시행령에 보완책을 넣기 위해서는 또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는데, 지난한 행정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시행령은 제정·개정할 때마다 △관계기관 협의 △입법예고 △규제심사 △법제처심사 △국무회의 등 과정이 간단치 않다. 금융위도 3월에 보완책이 마련되면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공포한 지 얼마 안된 시행령을 다시 개정하는 것을 두고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행령이 다시 수정되면 은행·보험 등 각 업계는 형평성에 맞게 수정됐는지 다시 법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도 피로도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계부처(행안부·농림부·해양수산부·우정사업본부·산림청)들이 상호금융 감독기능을 금융위에 이양하는 걸 여전히 꺼린다는 점에서 완성도 높은 대안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관계부처 협의가 지지부진하거나 시행령 개정 절차가 길어질 수록 상호금융기관이 감독 사각지대에 놓이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상호금융은 예전부터 금융시장에서 대표적인 사각지대로 꼽힌다"며 "그런 곳이 법적 구속력 없이 일정 기간을 영업한다는 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전 금융상품, 판매규제 적용…과징금 탄력운영
 
금소법은 펀드·변액보험에만 적용하던 6대 판매규제(적합성·적정성·설명의무·불공정영업 금지·부당권유 금지·광고 규제)를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했다. 제정안에는 지난해 입법예고 기간(10월28일~12월8일) 접수된 업계 의견과 규제개혁위원회 결과를 일부 반영했다.
 
먼저 징벌적 과징금 규정이 완화됐다. 입법예고 당시 과징금 부과한도는 위반행위로 얻은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의 50% 이내였지만, 과도하다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상한을 삭제했다. 금소법 취지상 상한을 완화하기는 어렵지만 부과금액의 탄력적 운영은 허용할 방침이다. 
 
금소법은 은행법 등 개별 금융업법으로 규율하던 기관별 규제방식에서 기능별 규제방식으로 전환한 것으로, 대상을 금융상품의 직접판매업자, 판매대리·중개업자, 자문업자로 규정한다. 다만 '모든 유형의 대출성 상품 대리·중개업자'에 1사 전속의무 규제를 적용한 것에 대해 시장 혼란이 예상된다는 의견을 수용해 대부중개업자, 리스·할부금융모집인은 전속의무에서 제외했다. 
 
금융사가 6대 판매원칙을 어기면 소비자들은 계약 뒤 7~15일 내 자유롭게 해지가 가능한 '청약철회권', 5년 내 계약의 위법성이 인정된 경우 재산상 불이익 없이 계약 해지가 가능한 '위법계약해지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공모펀드는 청약철회권 행사로 펀드 결성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소법 시행령 제정안은 향후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되며 오는 3월25일 시행된다. 
 
김보선·최홍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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