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책 실패 여파…가계빚 폭등
5대은행 대출잔액 1년새 60조↑…신용대출 23조 늘며 증가 이끌어…주담대 수요가 신용으로 몰린탓
2021-01-05 15:07:38 2021-01-05 15:46:13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부동산 정책 실패 여파로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해 사상 최대 폭인 60조원가량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증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저금리로 신용대출을 끼운 '영끌' 대출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나 잔액 상승을 견인했다. 투기적 대출수요를 잡겠다는 정부 정책이 부동산 시장을 되레 자극하면서 가계부채 리스크만 가중시키는 양상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70조1530억원으로 전년 말(610조7562억원)보다 59조3977억원(9.7%) 상승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는 2015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직전까지는 2016년 42조2131억원 상승 최대치다.
 
5대 은행 가운데 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61조855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이 130조3528억원, 농협은행 126조3322억원, 신한은행 126조2621억원, 하나은행 125조3511억원 등이었다. 순증액은 국민은행이 13조9096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나, 증가율만 보면 농협은행이 12.3% 늘어 유일하게 두 자릿수 확대를 기록했다. 
 
 
 
역대급 가계대출 증가는 신용대출 급증 영향이 컸다. 이들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해 말 473조7849억원으로 36조4069억원 늘어났다. 증가율은 전년과 비슷한 8.5%다. 반면 같은 기간 신용대출 잔액은 133조6482억원으로, 23조7374억원(20.0%) 불어났다. 전년(4.2%)보다 증가율이 약 5배에 달한다.
 
용처 표기가 없는 신용대출이지만 금융권에서는 대출 증가분이 부동산으로 흘러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투기적 성격이 강한 강남권 고가주택(9억원 초과) 거래와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기적 매수를 잡기 위해 지난해 12월 주택시장 안정화방안을 냈다. 담보대출비율(LTV)와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등 주담대 기준이 강화하면서 신용대출 수요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계속된 부동산 보완 대책에 집값은 상승하고, 코로나19로 시장금리가 바닥을 치면서 대출 수요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해 8월에는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보다 낮아지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금융위원회는 11월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연 8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의 1억원 초과 대출을 부동산 용도로 보겠다고 못을 박았다.
 
주담대 수요가 신용대출로 넘어가면서 가계부채 리스크는 더 확대됐다. 은행의 신용대출 상품은 만기가 6개월 내지 1년 이내인 상품이 많다. 금리는 변동금리 상품이 다수다. 가계는 당장 저금리로 자금조달이 용이했겠지만 향후 금리가 상승하면 상환 때마다 금리부담이 늘어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을 줄이라는 당국 요구에 따라 최근 일부 은행들은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줄이거나 재연장할 때 일부 상환을 권하고 있다"면서 "재연장 시 조건이 바뀌어 직전만큼 대출이 불가능한 차주는 제2금융권 등 다른 융통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주요 은행들은 이번주부터 중단했던 신용대출 판매를 재개하면서 낮췄던 신용대출 한도를 속속 올리고 있다.
 
한편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가계대출과 관련해 중장기적인 목표로 안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온라인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 피해 지원, 가계대출 억제, 서민 내 집 마련 등 세 가지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만큼 정책을 2~3년 긴 호흡으로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대출 증가세를 잡기 위해 그간 금융기관별로 규제해왔던 DSR을 차주 단위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는 9억원 초과 주택 취득시 신규 주담대를 받는 사람만 개인별 DSR 40%를 적용받는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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