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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겨냥한 정기보험 한도 공격적 확대
종신보험 대신해 고객 유치…"법인세 절감·퇴직금 재원 마련"
2020-12-29 15:04:59 2020-12-29 16:48:33
[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업계 1위 삼성생명이 정기보험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판매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종신보험을 대신해 법인세 절감, 퇴직금 재원 마련 등을 내세워 고액 자산가 유치에 나섰다. 
 
29일 법인보험대리점(GA)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내년 1월부터 간편가입 경영인정기보험의 최대 가입한도를 7억원에서 10억원으로 대폭 상향한다는 내용을 영업현장에 전달했다. 가입금액 20억원으로 구성된 기존 간편가입 종신보험과는 별도의 한도라는 설명이다.
 
삼성생명이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간편가입 경영인정기보험은 법인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이 가입 대상이다. 주보험에서 사망을 최대 90세까지 보장하며, 가입 10년 이후부터 매년 보장금액이 일정 비율로 늘어나는 체증형 상품이다. 
 
그간 삼성생명은 경영인정기보험 영업에 열을 올려왔다. 최대 가입금액이나 가입나이를 확대하는가 하면 해지환급률을 개선해 고객 몰이에 나섰다. 월납보험료의 200% 기본시책은 물론 추가시책까지 내걸면서 GA채널의 영업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이에 경영인정기보험은 삼성생명 GA채널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주력 상품으로 부상했다.
 
삼성생명이 경영인정기보험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고액 자산가 유치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경영인정기보험은 사망 보장이라는 본연의 기능 외에도 보험료를 법인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어 법인세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중도해지 시 수익자 변경을 통해 퇴직금 마련의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어 영업현장에서는 이를 내세워 고객을 유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경영인정기보험은 과세이연 효과를 통한 법인세 절감 외에도 체증형 구조를 통해 기업 성장에 따른 상속세 증가를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 고령화 등 포화된 시장에 종신보험 판매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생보사들은 사망보험의 절세 기능을 내세워 VIP 고객 잡기에 한창이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VVIP 종신보험'을 출시했다. 가입금액을 30억원까지 확대하며 상속세 재원 마련의 기능을 강조했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도 올해 상반기 경영인정기보험을 선보인 바 있다. 
 
일각에선 "재원 마련" 등을 앞세운 정기보험, 종신보험의 영업방식이 불완전판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보장성보험으로서의 기능은 뒤로 한 채 환급률 등을 내세울 경우 저축성보험으로 둔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최근 저축성보험으로 오인할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무해지환급형의 상품 구조를 개정토록 지시하기도 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정기·종신보험 등을 통해 증여·상속세를 합리적으로 낼 수 있는 방법을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 같은 경우엔 주로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이 정기보험 영업력을 강화하며 고액 자산가 유치에 나섰다. 사진은 삼성생명 서초 사옥 전경. 사진/삼성생명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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