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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조제’ 남주혁, 이름 지워버리고 싶은 배우 본능
“나뿐만 아니라, 감독님 그리고 한지민 선배 모두 리메이크 부담 느껴”
“조제가 영석 통해 성장했듯, 영석도 성장한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2020-12-16 00:00:01 2020-12-16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방송과 OTT그리고 영화까지. ‘코로나19’로 특히 타격이 심했던 콘텐츠 시장에서 배우 남주혁의 쓰임새는 가장 활발했다. 다양한 요구와 니즈’(needs)가 그를 올해 가장 바쁜 배우로 만들었을 것이다. 모델 출신으로 출중한 비주얼이 좋은 그림을 만들어 내는 데 압도적인 작용을 한 게 분명했다. 하지만 드라마와 영화 등 콘텐츠 시장에서 비주얼은 연기를 압도할 수는 없다. 그림이 분명해도 국내 콘텐츠 시장의 소비 욕구는 얘기의 중요성에 무조건 방점을 찍는다. 그런 면에서 남주혁은 올해 가장 바쁠 수 밖에 없는 배우였다. 모델 출신으로 장르를 넘나들 수 있는 연기 스타일은 그를 차세대 최고의 주가로 끌어 올린 원동력이다. 잘생긴 얼굴과 훌륭한 피지컬은 덤이다. 영화 안시성에서 충무로 최고 스타 조인성을 넘볼 정도의 바디 컨디션을 자랑했으니 그의 외견은 더 이상 설명 불가다. 이런 외견을 갖고 있는 남주혁을 가슴 절절한 로맨스 장르에 끼워 맞춘다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동명의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한 조제에서 그는 세상과의 소통에 스스로 담을 쌓은 조제를 세상 밖으로 끌어 내는 데 결정적인 이유를 전한 영석을 연기했다. 이런 남주혁이라면 충분히 공감되고 납득될 만하다. 그럴 수 밖에 없을 듯하다.
 
배우 남주혁.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영화 개봉 며칠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 문제로 화상 인터뷰로 만난 남주혁이다. 영화 안시성이후 사실상 데뷔 첫 주연 작품을 만난 것이다. 무엇보다 조제가 국내에서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인기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리메이크란 점에서 신인급남주혁이 느낄 부담감은 말 표현하기 불가능한 수준이었을 것이다.
 
부담을 안 가지려 해도 저절로 부담이 생길 정도였어요(웃음). 다만 김종관 감독님이 만드는 조제는 어떤 느낌일지 그게 가장 궁금했죠. 원작에 대한 부담감은 저 뿐만 아니라 지민 누나 그리고 감독님조차 있으셨을 거에요. 원작 대비 조제는 큰 틀은 비슷하지만 색깔이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감독님이 원하는 방향에 따라 그 길을 잘 찾아만 가자는 심정으로 임했어요.”
 
본인도 원작의 열렬한 팬이라고 밝힌 그는 리메이크된 조제와 원작인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차이점을 숙지하고 들어가는 게 배우로서 더 수월하게 이 작품을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단다. 원작과 리메이크의 차별점에 대한 질문에 그는 색깔온도를 비유해서 설명했다. 원작이 차가운 느낌이 더 강했다면, 이번 리메이크된 영화는 원작보단 더 따뜻함이 강조된 것 같았다고.
 
배우 남주혁.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굳이 설명하자면 원작이 차가운 새벽 같은 느낌이라면 이번 조제는 차가운 새벽녘 날씨 속에서 떠오르는 따뜻한 해의 느낌이라고 할까요(웃음). 원작과 달리 저희 영화는 사랑을 하게 되는 과정과 이별의 순간이 명확하게 그려지진 않아요. 언제 어떻게 사랑을 하게 되고 헤어졌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지만 두 사람이 뜨겁게 사랑하고 있단 점은 확실하게 보여주죠. 이별의 순간에 안타까움보단 저런 이별도 있을 수 있겠구나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이런 공간 안에서 숨쉬고 살아 있어야 할 남자 영석을 남주혁은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원작 마니아들이 수두룩한 상황 속에서 남주혁은 그들의 마음에도, 그리고 원작을 보지 않은 새로운 조제의 예비 마니아들에게도. 모두에게 응원을 받고 공감을 얻을 인물을 만들어야 했다. 원작의 굴레에 빠져 버리면 헤어나올 수 없는 게 바로 리메이크의 함정이다. 남주혁은 그 함정에도 빠지지 않아야 했다.
 
정말 원작하고 어떻게 달라 보일까. 그 점만 생각하고 덤벼 들었다면 정말 실패한 영석이 될 뻔했어요. 원작은 조제시나리오 받기 3~4년 전쯤 보긴 했어요. 하지만 이번 영화 시나리오를 받은 뒤 원작은 단 한 장면도 안 봤어요. 만약 봤다면 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따라 할 것 같았어요. 저만의 영석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것만 집중했어요. 조제를 만난 이후부터 모든 것에 사랑이란 감정을 집어 넣으려 노력했어요.”
 
배우 남주혁.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구체적인 영석의 감정이 궁금해졌다. ‘조제는 기본적으로 러브 스토리다. 하지만 일상적이고 또 뻔한 러브스토리라고 부르기엔 조제영석의 관계가 너무도 특별하다. 그리고 영석은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조제를 세상 밖으로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단순한 사랑의 감정을 집어 넣으려고 했단 남주혁의 설명 외에 또 다른 무언가. 그게 더 있을 것 같았다. 남주혁도 그걸 알았다.
 
말씀하신 것처럼 더 있죠(웃음). 모든 것에 사랑을 집어 넣으려 노력했지만 사실 자연스럽게 영석과 조제가 살아가면서 사랑을 하게 된 것처럼 관객 분들이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저도 실제로 그렇게 느꼈고. 조제가 영석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면, 영석은 조제를 통해 책임감 그리고 감정적 성숙함을 배웠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조제의 신발 밑창이 더러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단 심정조차 영석이 느낀 책임감이었으니까요. 자신 때문에 세상에 나온 조제를 위한.”
 
영석의 이런 감정은 오롯이 조제를 연기한 한지민의 역할과 존재감 때문에 배우적인 본능이 만들어 낸 자연스러움일 것이다. 남주혁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한지민 누나가 없었다면 영석은 절대 존재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고 고마워했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함께 했었지만 조제만큼 호흡을 나눌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이 더 없이 소중하단다.
 
배우 남주혁.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감독님이 눈이 부시게에서의 저희 모습을 많이 좋아하셨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저나 지민 누나 모두 눈이 부시게속의 모습 이상으로 조제에서 좋은 그림을 그릴 자신이 있었어요. 지민 누나는 강한 모습도 있지만 다양한 모습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 여러 모습 중 조제와 비슷한 모습도 많은 것 같아요. 누나는 옆에 있는 사람이 혼자 걷지 않게 발을 맞춰 주는 그런 사람이에요. 이건 누나와 함께 작업을 했던 모든 배우들이 분명히 공감하실 거에요.”
 
한지민에 대한 고마움도 있었지만 조제에서 주인공 조제의 실질적 보호자인 고물 할머니로 불리는 다복을 연기한 대선배 허진과의 연기는 남주혁으로선 빼놓을 수 없는 값비싼 경험이다. 그는 존경을 넘어 경외감을 전하며 대선배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꼭 기사에 넣어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배우로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고, 또 앞으로도 다시 경험하지 못할 듯한 판타지였다고 놀라워했다.
 
배우 남주혁.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허진 선배님은 정말 연기가 아니었어요. 그냥 그 모습 그대로가 조제의 할머니였어요. 현장에서 선배님이 대사를 말씀하시면 전 그게 대사가 아니라 일상 언어로 들어오더라고요. 감독님의 사인이 떨어지고 카메라가 돌아가는 데 순간 제가 그렇게 느낀 지점이 한 두 번이 아니라서 깜짝깜짝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에요. 선배님은 연기가 아니라 눈 앞에 상대와 소통을 하시는 수준이셨어요. 넋을 놓고 호흡을 잡지 못한 게 정말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선배님과 제발 다시 한 번 작품에서 만나 뵐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제 배우로서 출발선에 들어선 남주혁이다. 올 한해 드라마 스타트업’,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 영화 조제그리고 또 개봉을 앞둔 리멤버까지. 또래 배우 중에 자신보다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가 있을까. 남주혁은 이제 겨우 하얀 도화지에 색을 칠할 준비를 하고 있을 뿐이다며 감사해 했다. 어떤 배역이든 어떤 작품이든 즐겁게 그리고 행복하게 맞이할 생각이란다.
 
배우 남주혁.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막연하고 또 뜬구름 잡는 것 같지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렇게 되려고 노력 중이에요. 배우로선 어떻게 하면 제가 즐거워하는 모습이 대중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을까를 고민 중이고요. 남주혁이 아닌 작품 속 인물로 보여지길 바라는 마음도 크죠. 아직 해본 역할과 작품보다 해볼 역할과 작품이 더 많다는 게 기쁘고 행복합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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