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통합 항공사 날아오르기 위한 조건
입력 : 2020-11-25 06:00:00 수정 : 2020-11-25 06:00:00
1997년 외환위기가 일어나자 한국 정부와 재벌기업은 빅딜을 통해 부실 대기업의 살길을 찾았다. 그런 빅딜이 20여년 만에 재현됐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합병에 이어 지난 16일 발표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외환위기 직후의 빅딜 못지않은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이번의 빅딜 2건은 업계 1위 기업이 2위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어서 더 묵직하게 느껴진다. 두 항공사가 현재 상태로 통합할 경우 세계 7위의 항공사로 뛰어오르게 된다.
 
그렇지만 진정 중요한 것은 외형적 신분상승이 아니라 우량하고 경쟁력 있는 항공사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2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재무구조를 건실화하고 오너를 비롯한 경영진의 경영정신이 근본적으로 혁신돼야 한다는 것이다.
 
두 항공사의 재무구조는 나란히 불량하다. 부채는 대한항공 23조원·아시아나항공 12조원으로, 합치면 물경 35조원에 달한다. 부채비율도 대한항공 1100%, 아시아나항공 2300%로 둘 다 네자릿수다.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은 지난 2분기 기준으로 이미 56%나 잠식됐다.
 
이때문에 두 항공사에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막대한 자금이 지원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부터 총 3조3000억원이 투입됐고, 대한항공 역시 지난 4월 1조2000억원이 긴급수혈됐다. 두 항공사 합쳐 4조5000억원이다. 함께 '돈 먹는 하마'가 된 것이다.
 
이렇게 재무구조가 부실한 두 대기업을 합친다는 것은 사실 모험에 가깝다. 과거 나란히 부실했던 현대전자와 엘지일렉트론을 합친 하이닉스도 장기간 부실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그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우선 두 항공사의 비핵심 자산을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이미 매각하기로 한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부지 외에도 요긴하지 않은 자산을 더 매각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리조트와 금호홀딩스 등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불요불급한 자산을 더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 항공사의 통합 후에도 군살이 남아 있다면 과감하게 도려내야 한다.
 
경영자들의 경영정신 혁신은 더욱 중요하다. 과거처럼 오너일가의 무책임한 방종과 방만한 경영을 되풀이한다면 희망이 없다. 통합항공사가 불행해짐은 물론이고, 국가 전체에도 큰 부담을 준다. 무엇보다 '오너리스크'라는 말이 더이상 나오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은행의 역할도 중요하다. 산업은행이 8000억원을 투입해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을 지원하면서 이번 빅딜의 핵심고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오너 및 경영진의 책임경영 의지를 끌어내고 감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오너일가의 감독을 위해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영평가 결과가 나쁘다면 경영진을 교체하겠다고 산업은행은 공언한다. 일단 그런 공언을 믿어보고자 한다.
 
두 항공사의 인수합병 절차를 마치면 산업은행이 한진칼의 지분 10.6%를 확보한다. 지분 자체는 작아 보인다. 그렇지만 조원태 한진 회장측의 지분 41.4%와 KCGI(강성부펀드) 중심의 3자연합 지분 46.71% 사이에 절묘한 결정권을 갖게 된다. 따라서 산업은행의 결심 여하에 따라 경영권 향배가 바뀌게 된다.
 
현재로서는 산업은행이 조원태 회장 편에 서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특혜논란이 불거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단순하게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조원태 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 전체와 대한항공 지분을 담보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불퇴전의 결의를 평가해주고 싶다. 아직은 산업은행의 뒷받침을 받아 경영권을 유지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모두 잃을 수도 있다. 조 회장은 말하자면 천장에 걸려 있는 '다모클레스의 칼' 아래서 식사하는 처지나 다름없다.
 
결국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유지 여부는 전적으로 그 자신이 하기에 달려 있는 셈이다. 조 회장이 스스로 새로운 경영정신을 갖추고 경영을 혁신한다면 통합항공사는 순항할 것이다. 반대로 과거처럼 무리하게 하다가는 경영권을 상실하고 말 것이다. 통합 항공사도 재기불능에 빠지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 스스로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새출발'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금의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백신이 올 연말이나 내년에 출시되면 내년 상반기 중 종식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있다. 반면 더 길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예측도 제기된다. 어떤 경우든 분명한 책임의식과 창의적인 정신을 갖고 대응하면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이다. 통합항공사가 새롭고 강인한 국적항공사로 날아오르기 바라마지 않는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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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현

게임·인터넷 속 세상을 깊이 있게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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