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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그래서, 윤석열 총장은 몇 등이라는 건가
2020-11-19 06:00:00 2020-11-19 06:00:00
이강윤 언론인
상식적 얘기지만, 여론조사는 조사시점, 설문문항, 가중치, 조사방식(ARS/면접원, 휴대폰-유선전화 비율 등)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나온다. 때론 조사 주체나 의뢰자가 누구냐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므로 한 번의 조사결과로 추세를 읽어내고 해석하려는 건, 젖은 볏짚을 태우려는 도로에 가깝다. 이틀 사이로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어느 조사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선후보 지지율 1위로 나왔다가 이틀 뒤에는 10%포인트 이상 뒤지는 3위로 발표돼 '왜 이렇게 조사 별로 차이가 크냐'는 게 뉴스가 됐다.
 
<미디어오늘>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각 여론조사는 조사방식과 설계가 모두 달랐다. 결정적 차이는 '윤석열 1위' 조사의 경우 여야 3명씩 놓고 조사한 반면, 3위로 나온 조사는 제시된 선택지가 많았거나 주관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지난 11일 공표된 '윤석열 1위' 조사는 <쿠키뉴스>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진행했다. 여권 후보로 이낙연 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를, 야권은 윤석열 검찰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홍준표 의원을 제시했다. 결과는 윤석열 24.7%, 이낙연 22.2%, 이재명 18.4% 순이었다.
 
반면, 윤 총장이 3위로 나온 여론조사는 선택지를 다양화하거나 제약 없이 진행됐다. 지난 13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는 '다음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은가'라는 주관식 질문이었으며, '없음·응답거절' 42%, 이낙연-이재명 19%, 윤석열 11% 순으로 집계됐다. 같은 날 발표된 <CBS> 의뢰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결과 역시 윤 총장이 3위였는데, 13명의 잠재 후보를 제시한 뒤 후보적합도를 물었다. 이낙연 21.1%, 이재명 20.9%, 윤석열 11.1% 순이었다(설문 후보(직함생략):이낙연·이재명·윤석열·홍준표·안철수·오세훈·유승민·원희룡·심상정·김경수·김종인·황교안·정세균등 총 13인).
 
현 시점에서 윤 총장이 3위권에 드는 것은 일정한 패턴으로 보이지만, 1위로 나온 한길리서치 조사의 경우, 국민의힘 소속 후보가 한 명도 없었던 탓에 야권 지지 성향 시민의 응답이 '윤 총장 쏠림'으로 나타났다는 게 합리적 추측이다. 언론은 '윤석열 대선후보 첫 1위 등극' 제목으로 기사를 쏟아냈다. 조사방식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므로, 여론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언론보도는 면밀하고도 종합적인 고려가 필수적임에도 언론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첫 1위 등극'이라는 표현은 선정적 제목 장사 그 자체다. 대선후보 여론조사가 매주 열리는 경마게임의 결과를 단순 보도하는 방식과 비슷해서야 어떻게 민심 흐름을 정확히 포착할 수 있겠는가. 그건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 만들기'이자 심할 경우 왜곡이다.
 
윤 총장은 과연 정치에 뛰어들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임기를 채우든 그렇지 않든) 총장을 그만둔 뒤 정치권에 들어서는 순간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이다. 우선 대선후보 검증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와는 성격과 강도가 완전히 다르다. 또 그가 올라 탈 정당이 매우 애매하다. 정의당과존재감 조차 실종 상태인 국민의당은 아닐 게 확실하다. 민주당도 물론 아닐테고 그를 중심으로 새 당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설령 당이 만들어져도 물리적 시간 상 집 짓다가 해 저물 확률이 높다. 기존 정당과 차별화된 '가치 지향 정당'이 만들어질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인데 그 쪽이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현 정권과 각을 세우는 윤 총장이 좋은 거지, 한 지붕 아래 잠재적 라이벌이 되는 순간 그들은 당내 기득권 카르텔로 뭉쳐 신예를 밀어낼 공산이 크다. 벌써부터 주호영 원내대표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윤 총장 대선후보론에 선을 긋고 있다. 직업적 기성 정치인들의 텃세와 기득권은 외부의 공동 경쟁자를 만나면 철옹성을 쌓게 마련이다. 반사 이익으로 시작하는 정치는 반사 이익이 사라지는 순간 동력이 떨어져 추락하는 모형 비행기와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의 유승민 원내대표 사례가 본보기다. 윤 총장은 실질적으로는 정치를 시작한 것과 진배없는데,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체가 아니라, 자의적 의인화 성격이 짙다. 이런 상태는 자생력이 없다. 탄압코스프레는 피탄압의 이미지가 걷히는 순간 자동소멸된다.
 
사족. 평소에는 깍아내리기 바쁜 타사의 보도를, 그것도 단 한 번의 조사결과임에도 "반갑다"며 대서특필한 <조선일보> 등 보수 편향 언론들, 용렬하기 짝이 없다. 자사 이익 여부에 따라 윤 총장이 구세주라도 되는 양 써대는 '윤비어천가'의 글귀는 거칠고 내용은 부박하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장사꾼의 밑천은 애잔하기 짝이 없다.
 
이강윤 언론인(pen33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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