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각 그랜저'에서 느낀 그때 그 시절 부자의 감성
현대차, 올드카 체험 '헤리티지 드라이브' 운영
과거부터 미래로 이어질 도전 정신 경험
2020-11-06 10:59:52 2020-11-06 10:59:52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인 초등학교 시절 동네 골목에는 광채를 내는 차 한 대가 있었다. 동네 아이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던 또래 친구가 할아버지와 그 흰색 세단에 오를 때면 항상 부러움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 차는 다름 아닌 소위 '각 그랜저'라고 불리는 1세대 그랜저다.
 
옛날에는 아무나 살 수 없는 차라서 지금은 생산되지 않아서 경험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1세대 그랜저를 직접 탈 기회가 생겼다. 현대차의 '헤리티지 드라이브'를 통해서다.
 
사진/현대차
 
현대차는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헤리티지 차량 상설 시승 프로그램인 헤리티지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창업 시기부터 지금까지 회사의 근간이 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현대차 도전의 헤리티지가 미래까지 이어질 것이란 점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헤리티지 드라이브를 통해 시승할 수 있는 차량은 포니2 세단과 1세대 그랜저, 스쿠프, 포니2 픽업, 갤로퍼 등 5개다.
 
시승 기회가 생겼다는 말을 들었을 때 고민 없이 그랜저를 선택했다. 국내 첫 고유 모델 포니와 최초의 스포츠카 스쿠프도 궁금했지만 어릴 적 동네 골목에서 빛을 내던 '각 그랜저'에 대한 동경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사진/뉴스토마토
 
지난 5일 오후 예약 시간보다 조금 일찍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 도착해 L층에 전시된 포니와 갤로퍼를 먼저 살펴봤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는 오는 8일까지 두 차종의 특별전시를 진행한다.
 
포니와 갤로퍼를 둘러본 뒤 본 뒤 시승을 위해 담당 구루를 만났다. 구루는 시승 프로그램에 대한 간단한 안내와 함께 곧 탑승할 1세대 그랜저의 키를 건넸다. 곧 돌려줘야 할 키였지만 한 손에 꼭 쥐고 탑승장으로 이동했다.
 
사진/뉴스토마토
 
헤리티지 드라이브는 담당 그루가 운전하는 택시 드라이빙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승은 구루를 제외하고 3명까지 가능하고 고양시 도심을 중심으로 약 7.2km를 주행하는 코스로 구성된다.
 
시승차는 1991년식 그랜저다. 약 30년이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전면에 높이 솟은 엠블럼과 네모반듯한 모습은 당대 최고의 고급차란 점을 되새기기에 충분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실내는 1세대 그랜저가 나왔을 그때의 감성이 물씬 풍겼다. 지금의 차량들과 비교하면 화려함이 없고 단순했지만 오히려 정갈함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스포크가 없이 오디오 조작 버튼만 있는 스티어링 휠도 새로웠다.
 
사진/뉴스토마토
 
 
뒷좌석은 중앙에 오디오 조작 장치가 있고 뒷문에는 재떨이가 배치됐다. 벨벳 소재로 만들어진 소파형 시트도 눈에 띄었다. 지금은 가죽이 주로 쓰이지만 당시에는 이런 형태로도 많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사장님 자리인 오른쪽 뒷자리에 앉아 주행을 시작했다. 벨벳 소재와 푹신한 시트는 예상대로 편안함을 줬다. 주행을 하면서 그랜저에 대한 구루의 설명이 계속됐다.
 
 
사진/뉴스토마토
 
1987년 해외판매가 가능해지면서 고급 세단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과 미쓰비시와 함께 만들어 일본에서는 데보네어로 판매됐다는 사실, 일반 직장인 연봉의 몇 배가 되는 가격 등에 관한 것이다. 당시 신입사원 월급은 약 30만원이었는데 그랜저는 1900만원 정도에 팔렸다.
 
사진/뉴스토마토
 
4기통 2000cc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그랜저는 승차감과 주행성능에서 요새 만들어지는 차들과 비교해 뒤지지 않았다. 관리가 잘 된 덕분인지 불과 며칠 전 탔던 택시보다 낫다는 느낌을 받았다. 30년이 지나서도 이 정도라면 처음 나왔을 때는 얼마나 더 좋았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연식이 오래된 탓에 약간의 떨림과 잡소리가 느껴졌지만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 수준이었다.
 
사진/뉴스토마토
 
시승 코스 중간쯤 몸을 완전히 시트에 맡기고 바라본 창밖은 유난히 평온했다. 길을 지나는 행인과 옆 차 운전자들의 시선은 그랜저가 가진 기능과는 다른 면에서의 승차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물론 부러움이 아닌 신기함이 담긴 눈길이었겠지만 아무래도 괜찮았다. 그 순간만은 어린 시절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던 그때 그 시절 부자의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으니.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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