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를 두고 추가 유예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세 차례 유예에도 과세 체계 정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취득가액 산정과 해외 거래정보 확보, 새로운 거래 유형에 대한 과세 기준 등 과제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도 미비가 추가 유예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7 가상자산 과세 유예, 시행시기는' 토론회에서는 반복된 과세 유예의 배경과 제도적 준비 상황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현행법상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은 내년 1월1일부터 기본공제 25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22%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30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2027 가상자산 과세 유예, 시행시기는'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뉴스토마토)
강성후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 회장은 과세 유예가 반복되는 원인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지연을 지목했습니다. 강 회장은 "정부의 책임이 아니라 여야 정치권 국회의 직무유기"라며 투자자 보호와 산업 규율을 담은 기본법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김경아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기본법 제정이 과세 시행의 필수 조건으로 보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과세 대상과 소득의 성격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규범은 세법이어야 할 것"이라며 기본법 제정 여부와 별개로 스테이킹 등 새로운 거래 유형에 대한 과세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과세 준비 상황에 대한 평가도 엇갈렸습니다. 발제를 맡은 최희경 법무법인 태평양 전문위원은 국세청이 전담 조직 신설과 거래정보 보고체계 구축 등을 준비해 왔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국내 거래소들의 과세 대응 준비는 아직 완료되지 않았으며, 손실 이월공제 등도 보완 과제로 꼽았습니다. 김현동 배재대 교수는 "과세가 세 차례 유예되는 동안 국회가 행정부의 준비 상황을 충분히 점검하지 못했다"며 "국세청의 구체적인 과세 기준과 실무 준비 현황이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초 이달 말 예정됐던 국세청의 과세 관련 고시 발표는 민주당의 요청으로 보류됐는데요. 이날 토론회에서도 예정됐던 국세청의 과세 준비 현황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같은 날 민주당은 5대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었으며, 1~2주 안에 유예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해외 거래정보 확보 문제도 쟁점입니다. 업계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암호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 참여 시점이 국가마다 달라 국내외 거래소 이용자 간 과세 형평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데요. 강형구 한양대 교수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등을 활용해 과세 부담이 낮은 해외 거래 경로로 이동하는 투자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반면 변혜정 서울시립대 교수는 "CARF가 과세 근거가 아니다. 정보교환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보교환을 하지 않아도 과세할 수 있다"며 해외 거래정보 확보의 어려움과 과세 시행의 법적 가능성은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여러 차례 유예가 있어 왔는데 여전히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현재 상황이 의아하기도 하다"며 반복된 유예에도 준비 부족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 의문을 나타냈습니다.
반복된 유예 자체가 조세정책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김현동 교수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사례를 언급하며 과세제도의 시행 여부가 정치적 판단에 따라 거듭 변경되는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