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최근 기내 보조배터리 발화 사고가 잇따르면서 항공 안전관리 대책의 실효성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조종사들 사이에서는 “비행하기가 무섭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정부는 기내 반입이 금지되는 리콜 대상 보조배터리 목록을 항공사에 전달하고, 항공사는 이를 승객에게 안내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사실상 승객의 자율 확인에 의존하는 방식이어서 차단 제품을 걸러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반입 규정과 안내 강화에 그치지 않고, 공항 보안 검색 단계 등에서 리콜 제품을 추가로 확인하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지난해 2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현장에서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항공기 내 보조배터리에서 연기와 불꽃이 발생하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기내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앞선 10일 청주공항에서 제주로 출발할 예정이던 제주항공 여객기에서는 승객의 파우치에 있던 보조배터리에서 불이 났습니다. 승무원이 화재 진압용 파우치로 신속하게 진화해 불은 곧 꺼졌지만, 기내에 연기가 퍼지면서 승객 168명 전원이 항공기에서 대피했습니다.
앞선 4일에도 인천공항을 출발해 몽골로 향하던 제주항공 여객기에서 보조배터리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지난달에는 인천공항에서 베트남 다낭으로 출발하려던 에어서울 여객기에서도 이륙 전 승객이 좌석 아래에 보관한 가방 속 보조배터리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보조배터리 발화가 지상뿐 아니라 비행 중에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내 반입 단계부터 위험 요인을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문제는 기내 반입 제한 규정이 있더라도 위험 제품을 사전에 걸러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현재 승객은 공항 체크인 카운터에서 탑승수속을 밟을 때 항공사로부터 리콜 대상 제품 관련 안내를 받거나, 사전에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의 제품안전정보센터 등을 통해 소지한 보조배터리가 리콜 대상인지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여러 제조사의 리콜 정보를 일일이 대조하는 것은 일반 승객에게 쉽지 않습니다. 항공사 역시 탑승수속 대기 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승객마다 보조배터리의 제조사와 모델명을 확인하고 리콜 여부를 일일이 대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안내문을 비치하거나 구두로 반입 금지 제품 소지 여부를 묻는 방식만으로는 리콜 대상 제품의 기내 반입을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과 리콜 정보 공유 등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항공사에 리콜 대상 보조배터리 목록을 공유해 해당 제품의 기내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며 “탑승수속 과정에서 리콜 대상 보조배터리 안내문을 비치해 승객에게 관련 내용을 안내하고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안내 중심의 대책만으로 현장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승객에게 리콜 대상 제품을 소지했는지 묻는 것만으로는 실제 소지 여부를 확인하고 반입을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보안 검색 단계 등에서 리콜 대상 제품을 식별하고 걸러낼 수 있는 추가 확인 절차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권보헌 극동대학교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기내 수하물 보안검색대에 전자기기 전담 인력과 장비를 추가해 1차 체크인 카운터 등에서 걸러지지 않는 리콜 대상 제품을 한 번 더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했습니다.
국토부는 기존 안내 조치에 더해 보안검색 단계에서 리콜 대상 보조배터리를 걸러낼 수 있도록 검색 장비와 인력을 추가 투입하는 방안을 항공사 및 공항공사 등과 협의하고 있습니다. 항공권 예약부터 탑승 전까지 단계별로 리콜 대상 제품의 반입을 차단할 수 있도록 안내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도 항공사 등과 논의 중입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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