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182조 증발'에 대통령·복지부 장관 피고발
"리밸런싱 유예·목표 비중 상향에 정부 개입…하락장 충격 키워"
287종목 평가액 182조원 감소…삼성전자·SK하이닉스 72% 차지
야당도 국정조사 압박…대통령실·복지부·국민연금 지시 여부 쟁점
2026-10-19 11:23:25 ㅣ 2026-10-19 11:24:07
[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평가액이 석 달여 만에 182조원 감소한 가운데, 국내주식 리밸런싱 유예와 목표 비중 상향 과정에서 정부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며 시민단체가 이재명 대통령 등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습니다. 국민의힘도 대통령 발언 이후 국민연금의 운용 방침이 바뀌었다고 주장하며 의사결정 경위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등 논란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19일 민경권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 대표 등은 이날 이 대통령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 3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습니다. 이들은 국민연금의 운용 방침 변경이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인지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리밸런싱 유예와 국내주식 목표 비중 상향입니다. 주주운동본부는 지난해 12월 이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국내 주가가 오르면서 국민연금의 주식 보유 한도를 초과했는데, 이것을 계속 팔아야 하느냐"고 발언한 뒤 국민연금의 운용 방침이 바뀌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올해 1월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내주식 리밸런싱을 유예한 데 이어 5월28일에는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높였다는 것입니다. 1월 회의록 공개 시점을 2030년으로 늦춘 결정과 5월 목표 비중 조정 과정도 문제 삼았습니다.
 
특히 리밸런싱 유예가 하락장에서 국민연금의 위험 관리와 손실 대응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국민연금이 주가 상승기에 국내주식 비중을 조정하지 않고 목표 비중까지 높인 결정이 적절했는지, 그 과정에 정부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실제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로 있는 상장사들의 주식 평가액도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 287곳의 주식 평가액은 지난 6월 말 515조9293억원에서 10월 15일 333조5330억원으로 182조3963억원(35.3%) 감소했습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감소분이 전체의 71.8%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해당 주식의 평가액 감소분으로, 국민연금 전체 기금의 손실액이나 확정 손실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주주운동본부는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전직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유죄를 확정받은 사례도 거론했습니다. 민 대표는 "2015년 대통령의 '챙겨보라' 한마디도 범죄였다. 공개석상의 요구가 범죄가 아닐 수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민 대표는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함께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 및 특별검사 도입도 촉구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와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국내 연기금의 국내주식 투자 비중이 낮다고 지적한 뒤 국민연금 운용 원칙이 잇따라 바뀌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대통령실과 복지부, 국민연금 사이에 어떤 지시가 오갔는지 밝혀야 한다며, 정부가 해명을 거부하면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16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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