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퇴장에 디지털자산기본법 탄력
의결권 제한 등 대안 부상
후임 인선 따른 정책공백 변수
2026-09-02 14:46:14 2026-09-02 15:24:59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물러나면서 장기간 표류해 온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법) 논의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됩니다. 김 전 실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등 규제 강화 기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요. 그의 사퇴로 가상자산 관련 입법 논의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김 전 실장의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이재명정부 출범과 함께 지난해 6월 초대 정책실장에 임명된 지 약 15개월 만입니다. 후임 정책실장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금융권에서는 김 전 실장의 사퇴를 계기로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20% 안팎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김 전 실장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해당 규제는 대주주 지분이 상한을 넘어설 경우 일정 기간 이후 초과 지분을 처분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특히 이 방안은 금융위가 발주한 가상자산 2단계 입법 연구용역 최종 보고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가, 막판에 금융위가 정부 입장으로 제시하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김 실장이 과거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를 지낸 만큼 이해상충 여부까지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습니다.
 
거래소 지분 규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금융위는 가상자산거래소가 투자자 자산과 거래를 중개하는 핵심 인프라인 만큼 특정 창업자나 대주주에게 지배력이 과도하게 집중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강제로 처분하도록 하는 것은 재산권과 기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지분 보유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에 대해 재산권 침해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당정이 당초 지난해 말로 목표했던 입법 일정은 현재까지 미뤄져왔습니다.
 
국회 정무위위원회 한 의원실 관계자는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금융위가 얼마나 주도적으로 정부안을 마련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당정이 연내 통과를 목표로 잡아놓은 만큼 금융위가 정부 입법안을 제출한다면 공청회 개최 등 본격적인 입법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가상자산거래소 지배구조 규제 수위가 낮아질지도 관심사입니다. 이미 김 전 실장의 사퇴 전부터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는 지분 자체를 강제로 매각시키는 대신 대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제한하는 절충안이 부상했습니다.
 
현재 거론되는 방안은 대주주가 지분을 그대로 보유할 수 있도록 하되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20%까지 제한하는 방식입니다. 예외적으로 34%까지 인정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대주주의 경영 영향력은 제한하면서도 기존 지분을 강제로 매각하도록 하지 않아 재산권 침해 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지분율을 일률적으로 규제하기보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내부통제 의무, 이해상충 방지 규정 등을 강화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금융사처럼 지배주주 적격성을 엄격하게 따지면서 지분 보유 자체를 일률적으로 제한하지 않는 내용입니다.
 
다만 김 전 실장의 사퇴가 곧바로 입법 속도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금융위가 거래소 대주주의 과도한 지배력을 규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후임 정책실장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정부 정책 조율이 당분간 늦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책실장은 정부 부처별 이해가 충돌하는 현안에 대해 대통령의 정책 방향을 전달하고 최종 조정하는 자리입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역시 금융위와 국회, 가상자산 업계의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청와대의 정책 판단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가 청와대로부터 정책 방향을 부여받아야 하는 사안들이 있는데 새 정책실장이 임명되기 전까지는 당정안 논의가 미뤄질 수도 있다"면서 "당정 또는 여야 간 쟁점을 조율해 온 만큼 정부 입법 마련이 이달 중순을 넘기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8만달러 선을 넘어선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모니터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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