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올해 건설업계가 3조원에 달하는 회사채 만기 물량을 앞두고 차환 부담에 직면했습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시장금리까지 급등하면서 자금 조달 여건이 한층 악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용등급과 재무 건전성에 따라 시장 접근성이 크게 달라지면서 건설사 간 조달 환경 양극화도 뚜렷해지는 모습입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5600억원으로 가장 많은 만기 물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롯데건설은 올해 만기 회사채 잔액이 5345억원에 달합니다. SK에코플랜트도 5020억원 규모의 만기 물량을 안고 있으며, 삼성물산은 3300억원, DL이앤씨는 2150억원, 포스코이앤씨는 1650억원 수준입니다. 여기에 HL D&I한라, KCC건설, 한신공영 등 중견 건설사 물량까지 포함하면 올해 건설업계 전체 회사채 만기 규모는 3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절대 규모만 놓고 보면 지난해보다는 다소 감소했지만 업황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적지 않은 부담으로 평가됩니다. 건설사들의 현금창출력이 전반적으로 약화한 데다 PF 관련 우발채무 우려도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공모채 시장에서는 건설사별 성적표가 극명하게 갈립니다. 현대건설은 올해 초 녹색채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모집액 1700억원의 5배가 넘는 9100억원의 주문을 확보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이에 따라 최종 발행 규모를 3400억원까지 늘렸습니다. SK에코플랜트 역시 올해 초 공모채 수요예측 흥행에 힘입어 3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습니다. 이후에도 227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발행하며 만기 도래 채권 차환과 유동성 관리에 나서고 있습니다. 공모채 시장 접근성이 유지되고 있음에도 조달 수단을 다변화하는 것은 금리 부담과 차환 수요를 고려한 대응으로 풀이됩니다.
조달 비용 상승에 대응 고심…수익성이 차환 성패 가른다
반면 일부 건설사들은 여전히 공모채 시장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투자 수요를 확보하지 못한 이후 사실상 공모채 시장과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대신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등 단기성 자금 조달 비중을 높이며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실제로 올해 들어 5월 초까지 약 6900억원 규모의 CP와 전단채를 발행했으며, 최근에는 단기사채 발행 한도를 기존 1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대폭 확대했습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는 총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단기물 중심의 조달은 지속적인 차환 부담을 수반하고, 신종자본증권 역시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지만 사실상 이자 부담이 발생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재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습니다. 공모채 시장 접근이 쉽지 않은 만큼 사모채와 P-CBO 등을 활용해 부채 차환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한신공영은 지난 3월 50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했으며, 동부건설도 2월 말부터 5월 말까지 세 차례에 걸쳐 총 24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잇달아 발행했습니다. HL디앤아이한라는 올해 들어 사모채와 P-CBO를 병행 발행하며 총 42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고, 신세계건설도 2월 100억원 규모 사모채를 발행해 만기 대응에 나섰습니다.
최근에는 금리 상승이 또 다른 부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6%대까지 상승하면서 국내 회사채 금리도 동반 상승했습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AA- 등급 3년물 공모 회사채 금리는 연초 3%대 중반 수준에서 최근 4%대 중반까지 올랐습니다. 조달 비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건설사들의 만기 대응 전략도 신중해지고 있습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진 만큼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뿐 아니라 보유 현금, 금융기관 차입 등 다양한 조달 수단을 놓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건설업계의 차환 리스크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분양시장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데다 PF 관련 불확실성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최근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건설 원가 상승 압력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개선 여부가 기업별 재무 부담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미국·이란의 중동전쟁 등 지정학적 변수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차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신성장전략연구실장은 "최근 3년간 건설업계의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에 머무는 기업들이 적지 않아 벌어들인 영업이익 상당 부분을 이자 비용으로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회사채 만기가 집중된 가운데 결국 차환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느냐가 기업별 재무 부담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 사업이나 신규 수주 확대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수익성 개선 여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만큼 자금 조달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업황 회복이 지연될 경우 기업별 재무 체력에 따른 차별화도 한층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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