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설계사, 근로자 추정제 도입 '갑론을박'
사용자가 근로자성 입증 책임
버험사 "노사 관리·재무 리스크 증가"
설계사 노조 "한계 많은 법안, 개선 필요"
2026-03-23 11:53:26 2026-03-23 11:53:26
[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노동 분쟁이 발생했을 때 근로자성 입증 책임을 사용자에게 넘기는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앞두고 보험업계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보험사들은 입증 책임 전환에 따른 노사 관리 리스크의 긴장감을 드러내는 반면 '반쪽짜리 보호책'이라며 실질적인 근로자 정의 자체의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5월1일 노동절을 기점으로 근로자 추정제를 도입하기 위한 입법 준비에 나섰습니다. 근로자 추정제란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서 근로자성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법적으로 근로자로 간주하는 제도입니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 분쟁이 발생하면 노동자가 스스로 근로자성을 입증해야 했습니다.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일정 요건이 충족될 시 자동으로 근로자로 추정되고 사용자 측이 이를 부정하기 위한 입증 책임을 지게 됩니다. 
 
국내 보험 산업의 핵심 인력인 보험설계사는 운송종사자, 학습지 교사 등과 함께 국내의 대표적인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로 분류됩니다. 이들은 통상 보험사나 법인보험대리점(GA)과 위촉계약직 형태로 계약을 맺고, 보험 체결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급여로 받습니다.
 
위촉직은 다른 사람에게 임명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든 직책으로, 프리랜서와 같이 개인사업자로 분류됩니다. 이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해 4대 보험 가입이나 퇴직금 지급 의무 대상에서 제외돼 왔습니다. 2024년 말 기준 국내 보험설계사 수는 약 65만명에 달합니다.
 
현재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출퇴근 시간 및 근무 장소, 회사 시스템 사용 여부, 구체적인 업무의 지휘·감독 여부 등입니다.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일반 근로자와 유사하게 정해진 사무실로 출퇴근하며 상급자의 지시를 받는 텔레마케터 계열의 보험설계사들이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분쟁이 발생할 경우 보험사는 '지휘·감독의 부재'를 증명해야 하는데, '부존재'를 증명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근로자가 아니었다를 입증하기 위한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할 것 같다"며 "자유롭게 영업하는 보험설계사분들이 많은데 어디까지 파장이 미칠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한 노무사는 "업무 형태가 자유로운 보험 설계사의 경우 회사의 구체적인 지휘·감독 여부가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 같다"며 "계약을 체결할 때 회사가 근로자의 기준을 못박는 문구를 담는 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근로자성 입증 부담 완화로 관련 소송이 증가하고, 보험설계사에 유리한 판례가 생길 경우 보험사 측에서 노사 관리로 사용해야 하는 지출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관련된 분석 자료나 수치가 없어 명확히 예상하긴 어렵다"면서도 "법안이 도입되면 소송 비용이나 분쟁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재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보험설계사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어 근로자 추정제의 도입만으로 보험설계사가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최근 여러 사례에 비춰 볼 때 보험설계사 역시 노무제공 방식에 따라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업계 전반적으로 설계사들이 승소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면 보험사의 재무적 부담 가중은 분명해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보험설계사 측에서는 근로자 추정제 도입 자체는 환영하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자 추정제는 형사 처벌 규정에는 적용되지 않고 민사 소송 단계에서만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수준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노동자가 근로자로 인정받기 위해 여전히 소송이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합니다.
 
일반 보험설계사들 대다수가 규칙적인 출퇴근 등 근로자 인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실제 민사 소송에 나서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오세중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장은 "일부 텔레마케팅을 하는 설계사를 제외하면 실제로 퇴직금 등과 관련해 소송을 하는 설계사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어 "고용보험, 산재보험이 가입돼 있지만 실업급여 수급자가 다른 특수고용노동자에 비해 훨씬 낮으며 출산휴가 등도 보장받지 못한다"며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근로자 정의 자체를 '근로자 추정제'로 바꿀 것을 요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신한라이프, 흥국화재 외경 (사진=각 사)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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