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전연주 기자] 정부가 농지전수 조사를 예고한 가운데, 수도권 기초단체장 3명 중 1명꼴로 농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부는 농지법상 상속 소유 한도를 초과하거나, 관할구역 안에 농지를 두고 있어 자경 의무 충족 여부와 이해충돌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10일 <뉴스토마토>가 수도권(서울·인천·경기) 기초단체장 66명의 2025년 정기 재산공개(2024년 12월31일 기준) 자료를 전수 분석한 결과, 재산공개일 기준 현직 21명(31.8%)이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로 농지(답·전)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총면적은 15만9633㎡(약 4만8000평)입니다. 정당별로는 국민의힘 소속이 14명(13만5794㎡), 민주당 소속이 7명(2만3838㎡)으로, 면적으로 따지면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의 농지 총면적이 민주당의 5.7배 규모입니다.
지난 2025년 9월23일 경기 평택시 현덕면 구불구불한 다랑이 논에 수확을 앞둔 벼가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다. (사진=뉴시스)
1만㎡ 한도 초과 3명…취득경위 "사생활" 답변 거부도
농지법 제6조 제2항은 비농업인이 상속받은 농지의 소유 한도를 1만㎡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초과하면 제10조에 따라 일정 기간 내에 초과분을 매도하거나 임대해야 하는 처분 의무가 발생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시장·군수·구청장이 강제 처분을 명령할 수 있습니다.
분석 결과 이 한도를 넘는 단체장은 3명이었습니다. 조성명 강남구청장(국민의힘)이 8만5874㎡로 가장 많았고, 윤환 계양구청장(민주당) 1만3570㎡, 백영현 포천시장(국민의힘) 1만949㎡ 순이었습니다.
조성명 구청장 측은 취득 경위를 묻는 질문에 "개인 사생활과 관련돼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다만 농지법 제6조 10호(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더라도 소유할 수 있는 경우)를 근거로 적법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농지는 농어촌공사에 대부분 위탁했고, 함양 소재 농지는 이미 매각했으며, 강화 소재 농지는 배우자가 직접 경작 중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윤환 구청장은 2021년 재산공개 당시 농지 약 2만7700㎡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2021년 농지법 위반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 공소시효 만료로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뒤, 관할 내 농지 6652㎡와 강화군 소재 농지 7457㎡ 등 총 1만4109㎡를 매도한 사실이 2022년 재산공개 자료에서 확인됩니다. 그러나 매도 후에도 잔여 보유량은 1만3570㎡로 여전히 1만㎡를 초과합니다. 윤 구청장 측은 "문제없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도 각종 의혹에 대해 "이미 해결된 사안"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지만, 부동산 이해충돌 의혹 등이 겹치면서 민주당 인천시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6·3 지방선거 공천 배제(컷오프) 결정을 받았습니다.
백영현 시장은 "2017년 상속과 2013년 매매 1필지"라고 취득 경위를 밝혔습니다. 1만㎡ 초과에 대해서는 "1필지는 공부상 농지이지만 실제 경작이 가능한 토지가 아니므로 농지라고 볼 수 없다"며 "실 경작면적은 1만㎡ 미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나머지 농지는 직접 경작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토지이용규제정보서비스를 통해 백 시장의 농지 4필지(포천시 신북면 기지리 소재)를 확인한 결과, 4필지 모두 지목이 답 또는 전으로 유지돼 있었습니다. 백 시장이 '농지가 아니다'고 주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642-1번지(전, 2580㎡)는 '영농여건불리농지'입니다. 영농여건불리농지는 경사도나 접근성이 불리한 농지를 뜻하지만 농지법상 농지 분류에서 제외되지는 않습니다. 지목 변경이 이뤄지지 않은 이상 면적 산정에서 빼기 어렵습니다.
관할 내 농지 보유 10명…"이해충돌" 구조적 사각지대
관할구역 안에 농지를 보유한 단체장은 10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이 9명, 민주당 소속이 1명(윤환)이었습니다. 백영현 포천시장(1만949㎡), 김덕현 연천군수(6571㎡), 서태원 가평군수(6146㎡), 김경희 이천시장(4628㎡) 등은 보유 농지 전량이 관할구역 내에 있었습니다.
농지법 제10조는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에 대해 시장·군수·구청장이 처분명령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관할 내 농지를 보유한 단체장은 처분명령 권한자이면서 동시에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본인이 본인에게 처분명령을 내려야 하는 구조입니다. 현행 농지법에는 이러한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별도 조항이 없습니다.
김덕현 연천군수는 취득 경위에 대해 "상속과 매매가 있다"며, 경작 여부에 대해서는 "직접 경작 중이며 이해충돌 소지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서태원 가평군수 측은 "종중 재산으로 상속받은 것이며 현재 위탁영농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이해충돌에 대해서는 "농지 인허가 업무와의 이해충돌은 없으며 관련 행정절차는 법령에 따라 처리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밖에도 이충우 여주시장(1188㎡), 전진선 양평군수(1150㎡), 문경복 옹진군수(1785㎡), 김경희 이천시장(4628㎡) 등도 본인 또는 배우자가 관할구역 내에 농지를 보유하고 있어 같은 구조적 이해충돌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합법" 주장 검증 어려워…전수조사 예고 속 주목
농지를 보유한 21명의 단체장 가운데 상당수는 상속, 위탁영농, 직접 경작 등을 근거로 적법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위탁 계약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직접 경작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공적으로 검증하는 시스템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농지법 제6조는 농지를 소유하려면 자경하거나 법이 정한 예외에 해당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상속 농지라 해도 자경·임대·위탁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처분 의무가 발생합니다. 전업 공직자인 기초단체장이 이 요건을 실제로 충족하고 있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는 투기"라며 농림축산식품부에 전수조사와 강제 매각명령 검토를 지시했습니다. 농식품부도 이달 중 농지 전수조사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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