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에 '탄소세'까지…에너지 전환이 '생존'
미·이란 군사적 긴장 '유가 급등세'
원유 40항차·LNG 8항차 차질 추산
갈수록 에너지 수급 불안감 커질 듯
중동발 리스크에 탄소세 부담까지
화석연료 의존도 줄어야…에너지 전환 '생존'
2026-03-05 17:29:49 2026-03-05 17:39:52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미국·이란 간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인한 항로 우회와 유가 급등이 '에너지 전환'이라는 근본적인 생존 숙제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원유 운반선 운임이 보름 만에 3배 이상 폭등한 데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물동량도 평시 대비 80%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중동발 리스크뿐만 아닙니다.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로 내년부터 수출기업들이 부담할 이른바 탄소세까지 앞두면서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5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제한 상황에 따른 해운·물류 영향' 분석을 보면, 이번 통항 제한이 한 달간 지속될 경우를 가정하면, 국내 원유는 약 40항차, 액화천연가스(LNG)는 약 8항차의 도입 차질이 예상된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사라진 호르무즈 해협 '원유 스케줄'
 
5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제한 상황에 따른 해운·물류 영향' 분석을 보면, 이번 통항 제한이 한 달간 지속될 경우를 가정할 경우 글로벌 시장은 원유 약 300항차, 액화천연가스(LNG) 약 100항차 수준의 도입 차질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항차란 선박이 한 번 화물을 실어 출발지(선적항)에서 도착지까지 운송을 완료하는 운송 횟수를 말합니다. 즉,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제한은 평소 300번 오갔을 원유 수송 스케줄이 통째로 사라진다는 얘기입니다.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1항차는 보통 약 200만배럴의 원유를 실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300항차 차질은 약 6억배럴 상당의 원유가 시장에 공급되지 못하는 엄청난 규모의 공백을 시사합니다.
 
LNG 100항차 차질도 약 700만톤~1500만톤(표준 선박 기준 1항차: 약 7만톤~15만톤 기준)의 천연가스가 시장에 공급되지 못하는 걸 의미합니다. 전 세계 LNG 교역량의 약 20%가 호르무즈를 지나는데 이 통로가 막혀 100번의 배달 스케줄이 취소되면 전 세계 천연가스 가격은 폭등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종우 해진공 공급망대응팀은 "국내의 경우 원유 약 40항차, LNG 약 8항차의 도입 차질을 예상했다"고 밝혔습니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이 5일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회의실에서 '석유 수급 및 시장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불법 석유 유통과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대응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국제 LNG 가격도 '급등세'
 
시장에서는 중동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국제 LNG 가격도 급등세입니다. 아시아 LNG 현물가격 지표인 JKM(Japan-Korea Marker)은 지난달 말 10달러대 초반에서 최근 15달러 안팎으로 상승했습니다.
 
중동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한때 아시아 LNG 가격이 3년 만에 최고 수준인 약 25달러(MMBtu)까지 급등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예컨대 유럽 가스 가격이 한 달 새 40% 이상 오르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원유의 70.7%, LNG의 20.4%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어 에너지 수급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같은 공급 불안심리는 즉각 국내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날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07.1원, 경유는 1785.3원을 기록하며 급등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액화석유가스(LPG)의 경우 북미산 수입 비중이 90%를 상회하는 만큼, 중동발 물량 부족 사태는 상대적으로 덜할 전망입니다. 하지만 국내 LPG 가격이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의 고시가격(CP)을 기준으로 결정되는 구조여서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국내 LPG 소비자가격 인상 압박 가능성은 남습니다.
 
물동량 감소세는 더욱 심각합니다. 지난 2일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물동량은 평시 대비 약 8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3일 기준 대형 원유 운반선(VLCC)의 중동-중국 노선 운임은 지난달 13일과 비교해 약 3.3배 상승했습니다.
 
이는 선박들이 위험 지역을 피해 대체 선적지를 찾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데다, 우회 운항으로 인해 운송 거리(톤-마일)가 늘어나면서 운수 효율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화석연료 의존 구조 '취약성'↑
 
기후솔루션 측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복될수록 해운업계의 화석연료 의존 구조가 갖는 취약성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국제유가 급등과 항로 우회 상황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선박 연료 소비가 크게 늘어나고 탄소 배출량 증가에 따른 탄소 규제 비용 부담도 확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내년 부담을 앞두고 있는 EU의 해운 탄소 규제가 본격 시행된 상황에서 화석연료 기반 선박을 운항하는 선사들은 연료비 상승과 탄소 비용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다시 말해 탄소세 대응이 늦을수록 해운 비용이 폭등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기후솔루션의 분석 결과를 보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경우와 규제 기본 목표에 맞춰 대응하는 경우의 비용 격차는 초기 약 1% 수준에 불과하나 10년 뒤인 2035년에는 최대 24%까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정부가 무탄소 연료 가격을 현재 대비 30% 낮추는 정책을 지원할 경우 2026년부터 2035년까지 국내 해운사가 부담해야 할 총비용은 최대 약 65억달러(약 9조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무탄소 연료 가격이 화석연료보다 최대 4배 이상 비싼 현실을 고려하면 연료비 지원 정책이 해운업계의 탈탄소 전환을 촉진하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유민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가 요동칠 때마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선사들은 가격 변동성에 무방비로 노출될 뿐만 아니라, 항로 우회로 늘어난 연료 소비량에 비례해 부과되는 막대한 탄소세 페널티까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 해운산업이 글로벌 전환 흐름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선박 건조 지원을 넘어 연료비 차액 보조, 세제 혜택 등 실질적인 운영 단계의 지원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지난 1일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선박이 줄지어 정박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