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새해 초부터 글로벌 원자재 시장의 불확실성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강대국들의 자원 패권 경쟁이 맞물리면서 '자원 안보'에 대한 불안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는 겁니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3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근 이란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진 만큼,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국내 석유류 가격·수급 상황을 철저히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차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재정경제부)
유가 단기 급락 반복 '변동성↑'
올 초 국제 원자재 시장은 단순한 가격 등락을 넘어 경제 안보와 지정학이 직접 개입하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골드만삭스 원자재지수(GSCI)는 전월 대비 9.1% 상승하는 등 석 달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습니다.
부문별 중 에너지 가격이 15.0% 급등하며 상승을 주도한 겁니다. 국제금융센터(KCIF)의 분석을 보면, 최근 국제유가 흐름은 구조적 공급과잉 기조 속에 지정학적 충격이 반복적으로 흔드는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실제 이란을 둘러싼 미국과의 긴장 고조, 중동 지역의 군사적 불안이 부각될 때마다 유가는 단기 급등을 반복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달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는 각각 13%, 16% 오른 바 있습니다. 2일(현지시간)에는 WTI가 전장 대비 4.71% 하락한 배럴당 62.14달러에 마감했습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4.36% 하락했습니다. 한동안 급등했던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데는 오는 6일 미국과 이란의 고위급 회담이 열린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원유 공급 불안을 잠재웠지만, 군사적 긴장감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종합기획분석실장은 "국제유가는 중동 정세 등 지정학적 리스크의 향방이 단기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라며 "다만, 대규모 공급과잉 전망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실제 공급 차질을 초래할 정도의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상승 랠리는 조기에 진화되고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지난해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 때와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사례를 보면, 지정학적 위기 당시 국제유가는 급등했으나 원유 공급이 원활함을 유지하면서 빠르게 반락한 바 있습니다.
1월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골드만삭스 원자재지수(GSCI)를 보면, 지난달 산업금속은 5.4% 급등했다. (그래픽=국제에너지기구·IEA)
치열해지는 '핵심광물 경쟁'
지난달 원자재 중 귀금속, 산업금속도 각각 9.5%, 5.4% 올랐습니다. 귀금속은 글로벌 조정 여파가 두드러지고 있지만 미·중 간의 핵심광물 경쟁은 치열한 양상입니다. 반도체와 전기차의 필수 소재인 핵심광물을 둘러싸고 트럼프 행정부가 120억달러(약 17조4000억원)를 투입, 희토류 등 핵심광물을 비축하는 '프로젝트 볼트(Project Vault)' 계획을 발표한 상태입니다.
이는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가공의 90%를 장악하고 수출 통제를 외교적 보복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강경 맞대응입니다.
비철금속 동향을 보면, 주석(+28.1%), 니켈(+7.9%), 구리(+5.9%) 등 주요 금속 가격이 공급 측 요인으로 일제히 상승하면서 기업 원자재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입니다.
조달청이 나서 알루미늄 5760톤, 구리 3600톤, 납 1440톤, 아연 1440톤, 주석 288톤, 니켈 216톤 등 총 1만 2744톤의 비철금속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나 공급 측 요인에 기반한 강세 기조를 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오정석 종합기획분석실장은 "구리 등 비철금속 가격은 공급 측 요인에 기반한 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높아진 가격 부담과 실물 수요 회복에 대한 명확한 시그널 부족 등이 상단을 제한할 전망"이라면서도 "한편 위험선호 심리 약화 시 상당한 차익매물이 출회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경제이슈'를 통해 "(핵심광물을 둘러싼 우리 대응은) 공급 안정화를 위해 대내적으로 핵심광물 광종별로 전략적이고 차별화된 대응 전략이 필요하며 기업의 공급망 구축 지원, 대체 소재를 위한 연구개발 지원과 관련 인력 양성 등의 산업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공급 리스크 관리를 위한 해외 자원 개발, 중국과의 대화, 미국 및 유럽연합의 핵심광물 개발 프로젝트 참여, 일본과의 공급망 리스크 관리 벤치마킹 및 협력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1월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골드만삭스 원자재지수(GSCI)를 보면, 지난달 곡물지수는 전월 대비 0.8% 하락했다. (사진=뉴시스)
소폭 하락 '곡물지수'…잠재 리스크 '여전'
곡물지수의 경우는 전월 대비 0.8% 하락했지만 잠재 리스크는 남습니다. 수급 구조만 놓고 보면 비교적 안정적이나 단일 변수에도 가격이 급변할 수 있는 취약성을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바이오연료 정책 변화는 곡물 시장의 잠재적 불안 요인으로 꼽힙니다. 미국의 경우 옥수수 생산량의 약 35~40%를 에탄올 원료로 사용하고 있어 정책 조정 시 식량·사료용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오 종합기획분석실장은 "국제 곡물 가격은 북미 등의 기상 악화에도 전체적인 생산 및 재고 전망이 밝다는 점이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최근 투기 매도세가 다소 과도한 상황에서 기상 악화가 지속될 경우 단기적으로 강한 반등세가 나올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미국의 바이오연료(에탄올, 바이오디젤) 관련 정책 향방도 곡물가격의 단기 방향성을 좌우할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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