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달 중순 도입한 '감사팁' 기능으로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국내에서는 익숙치 않은 팁 문화를 택시에 적용해 택시 요금을 높이고 있다는 부정적 여론에 직면한 까닭입니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최근 20~50대 패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1.7%가 '택시 호출 플랫폼의 팁 기능 도입에 반대한다'고 답했습니다. 찬성에 가깝다는 의견은 17.2%에 그쳤습니다.
'호출 택시 팁 기능 도입이 향후 택시 이용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냐'는 질문에는 76.2%가 부정적(매우 부정적 포함)으로 인식했습니다.
설문조사에서는 '택시 호출 플랫폼'이라고 지칭했지만 이는 사실상 카카오T의 '감사팁' 기능을 겨냥한 것입니다.
카카오T는 지난달 19일 카카오블랙·블루·벤티·펫·모범 택시를 대상으로 승객이 기사에게 감사팁을 전달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금액은 1000원, 1500원, 2000원 등 3가지로 운행 완료 후 기사 평가 화면에서 별점 5점을 남겼을 경우에만 팁을 전달할 수 있는 화면이 열립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택시에 '감사팁' 기능을 도입했다. 팁은 별점 5점을 남겼을 때만 전달이 가능하다.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팁 기능 도입 후 약 열흘 간의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하루 평균 1900여명이 기사에게 팁을 전달했습니다. 전체 이용자의 1%도 채 되지 않는 규모입니다.
'아이가 아파 병원을 가는 길에 차 안에 토를 했는데, 쿨하게 괜찮다 말씀해주시는 기사님께 감사했다', '잃어버린 물건이 있어 출발지로 되돌아갔는데, 같이 물건을 찾아주셨다', '장거리로 이동할 일이 있어 심적으로 부담이 됐는데 쾌적하게 잘 다녀왔다' 등 팁을 준 이용자들의 리뷰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해당 기능을 도입한 이유를 보다 명확히 설명해줍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감사팁은 별점 말고도 추가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을 승객들에게 제공하는 기능"이라며 "팁을 제공하는 것은 전적으로 승객이 판단"한다고 강조합니다. 기사가 승객에게 팁을 강요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신고를 통해 기사는 해당 기능을 이용할 수 없도록 조치하고 승객에게는 전액 환불이 된다"고 안내합니다.
그럼에도 이용자들은 '감사팁' 기능에 반감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T 블루 기사들과의 상생협의회에서 요청을 받고 약속한 것이 이제서야 실현된 것"이라는 회사측의 설명도 이용자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듯 합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팁'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도 어느 정도 작용을 하는 것 같다"며 "다른 용어를 사용했으면 부정적 반응이 덜 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팁 기능을 먼저 도입한 다른 업체의 상황 등을 고려해보면, 카카오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여전히 차갑다는 점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21년에도 카카오모빌리티는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카카오T 택시 스마트 호출료를 정액제(1000원)로 운영하다 최대 5000원까지 부과가 가능한 탄력 요금제로 변경하려다 역풍을 맞았습니다. 결국 열흘만에 스마트호출료 범위를 최대 0~2000원으로 재조정하며 한 발 물러났지만, 이는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카카오 수난사'의 도화선이 됐습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 문어발식 사업 확장,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대규모 서비스 장애 등을 거치며 카카오를 향한 시선은 냉담해진 상태죠.
카카오모빌리티는 "아직은 시범 운영 단계인 만큼 이용자들의 의견과 데이터들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논의 중"이라고만 언급하며 향후 방침에 대해 말을 아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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