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곳간 비자 경영권 걸고 대규모 자금조달
PEF에 유리한 옵션…주식 전환비율 조정
대표 지분 낮아 경영권 위태로워
영업손실나면 기업가치 2.8→1.6조로 쪼그라드는 셈
당분간 IPO 힘들 듯…여전히 고평가 진단
2023-05-12 06:00:00 2023-05-12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새벽배송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가 두 번째 프리IPO(기업공개)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이번 자금조달을 통해 급했던 유동성 우려는 해소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지속된 자금 조달로 김슬아 컬리 대표의 지분율이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컬리가 사실상 경영권을 걸고 상장 전 ‘버티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컬리가 흑자전환에 실패하고 상장이 지연될 경우 경영권을 방어하지 못할 가능성까지 제기됩니다.
 
주식전환, 보통주 181만주-가액 6만6148원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 4일 홍콩계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와 아스펙스캐피탈을 대상으로 각각 1000억원, 2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방식의 기명식 전환주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전환에 따라 발행할 주식은 보통주 181만4113주, 발행가액은 6만6148원으로 설정됐습니다.
 
시장에선 컬리의 투자유치에 대해 ‘울며 겨자 먹기’의 자금조달이란 평가를 합니다. 이번 프리IPO는 모두 기존투자자들의 팔로온(후속투자)인데요. 기존투자자인 사모펀드(PEF, 프라이빗에쿼티)들 입장에선 손해 볼 것이 전혀 없는 투자이기 때문입니다. 컬리는 지속된 적자로 유동성 우려가 커진 상황. 이번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PEF에 유리한 조건들을 달았습니다. 
 
투자를 결정한 앵커PE와 아스펙스는 컬리의 기업가치는 직전 프리IPO 당시(4조원) 보다 1조2000억원 가량 낮은 2조8000억원 수준으로 봤습니다. 후속투자를 통해 컬리 평균단가를 낮추는 ‘물타기’를 한 셈입니다. 
 
앵커PE는 지난 2021년 프리IPO에서 컬리에 25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당시 주당 발행가는 9만9996원 수준인데요. 컬리의 장외주식 가격(2만4500원) 대비 308.15% 높습니다. 이번 신주 발행가액은 6만6148원으로 신주 발행이 완료되면 앵커PE의 주당 평균가격은 7만9000원대까지 떨어지게 됩니다.
 
더구나 컬리는 이번 투자 유치에서 투자자들에게 주식 전환비율이 조정되는 옵션도 부여했습니다. 프리IPO 투자자들이 받은 전환주는 1주당 보통주 1로 전환이 가능한데요. 올해 연말 기준 연결 재무제표상 영업이익이 손실인 경우 전환비율은 전환주 1주당 보통주 1.846주로 늘어나게 됩니다. 이 경우 주당 발행가액은 6만6148원에서 3만5829원으로 낮아지게 되죠. 앵커PE의 주당 평균가격은 9만9996원에서 6만1447원까지 낮출 수 있습니다.
 
결국 컬리가 이번 프리IPO에서 2조80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음에도 흑자전환에 실패할 경우 기업가치는 1조6000억원 수준으로 낮아지는 셈입니다. 시장의 눈높이 대비 컬리의 기업가치가 높다는 것을 전환비율 조정이란 옵션을 통해 인정한 것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앞날 순탄치 않은 컬리…경영권 방어 수단 확보 필요
 
이번 투자유치로 컬리는 향후 2~3년가량을 버틸 체력을 확보했는데요.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컬리의 경우 김슬아 대표의 낮은 지분율로 경영권 방어 수단이 취약한 상황. 지난 1월 IPO를 위한 거래소 예비심사 청구에서도 김 대표의 낮은 지분율이 문제된 바 있습니다. 
 
컬리는 세콰이어캐피탈(11.82%), 힐하우스캐피탈(10.91%), DST글로벌(10.17%), 아스펙스캐피탈(8.48%), 앵커PE(7.56%), 오일러캐피탈(6.73%) 등 재무적투자자(FI)이 주요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회사지분의 절반 이상을 외국계 자본이 가지고 있는겁니다. 반면 지난해 말 기준 김슬아 컬리 대표의 지분율은 5.75%에 불과죠. 2016년 27.6%에 달했지만 그간 이어진 자금조달로 지분율이 급격히 줄었습니다.
 
이번 신주 발행이 완료되면 앵커PE의 지분율은 10.92%로 세콰이어캐피탈에 이어 2대주주가 될 예정입니다. 다만 전환비율 조정이 완료될 경우 앵커PE의 지분율은 14% 수준까지 늘어나며 최대주주에 올라서며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은 더욱 낮아지게 됩니다.
 
흑저전환, 폐기율 낮추는 게 관건
 
문제는 컬리의 흑자전환을 확신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컬리는 지난해 매출 2조372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 규모도 확대됐습니다. 컬리의 영업손실은 2016년 88억원에서 2021년 2177억원까지 급증했고 지난해에도 2334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설립 이후 적자가 지속되면서 지난해 결손금은 2조645억원까지 불어났죠.
 
컬리의 적자 원인으로는 신선식품 새벽배송이라는 사업적 특성 요인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신선식품은 폐기율이 높은 데다 신선도 유지를 위한 비용 부담도 크기 때문이죠. 여기에 출혈경쟁식의 공격적인 할인쿠폰 마케팅도 수익성을 저조하게 만드는 원인입니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신선식품 배송업계의 수익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폐기율”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폐기 상품은 그대로 비용처리가 되기 때문에 수익성에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오아시스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 동시 운영을 통해 폐기율을 낮출 수 있었지만, 컬리의 경우 구조가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컬리는 성장성이나 흑자 전환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란 입장입니다. 컬리 관계자는 “작년에 이미 매출 2조원을 달성한 상황이고 성장을 계속해왔다”면서 “신규로 런칭한 뷰티컬리에서도 안정적으로 매출이 나오고 있어 수익성 확보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투자 혹한기 상황에서 큰 규모 투자를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에 대한 성장성과 미래가치에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환비율 조정 옵션과 관련해선 “투자조건 중에 하나였고, 투자자와의 계약 사항이기 때문에 따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고평가 논란에 IPO 가시밭길 
 
경영권 방어 수단 확보가 절실한 컬리 입장에서는 FI들의 엑시트를 위해 빠르게 상장을 완료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컬리의 상장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글로벌 ‘큰 손’들의 투자유치를 받는 과정에서 높아진 기업가치가 상장에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컬리의 기업가치를 1조원 안팎으로 보고 있는데요. 이번 1200억원 자금조달을 포함해 컬리의 누적 투자유치액은 이미 1조원을 넘어서는 상황입니다. FI들의 엑시트를 위해선 IPO과정에서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죠. 이번 프리IPO에서 2조8000억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 역시 기존투자자들의 엑시트를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컬리가 제값(2조8000억원)을 인정받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대표는 “현재 컬리의 장외가격이 1조원 수준인데, 3조원에 가까운 가치평가는 과하게 높은 수준으로 판단된다”면서 “2년 전 ‘묻지마 청약 광풍’ 당시처럼 기업 가치와 관계없이 기계적인 청약이 이뤄질 때가 아니라면 3조원에 가까운 가치를 평가받기는 힘들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시가총액 1000억원 미만의 소형주들의 경우 IPO 과정에서 몸값을 높이는 것이 수월하지만, 조단위 공모주는 쉽지 않다”면서 “운용사 등 1~2년 이내에 성과를 봐야 하는 기관투자자들 입장에선 건드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향후 1~2년 사이 제값을 인정받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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