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진보는 자유로운가!
2023-04-19 06:00:00 2023-04-19 06:00:00
노무현 서거 14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기일을 한 달 앞두고 노 대통령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를 출간했다. 어찌 봐야 할까? 책에서 밝힌 그의 주장이 사실인지와 누가 노무현을 죽게 했는지를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 
 
노 전 대통령이 고급시계와 140만 달러를 수수했다는 저자의 주장에 대해 노무현재단은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에 전혀 몰랐으며 일체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반박하고 “노 전 대통령 서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치검사가, 정치공작의 산물이며 완성되지도 않았던 검찰 조서를 각색해 책으로 출판한 것은, 고인과 유족을 다시 욕보이려는 ‘2차 가해’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노무현의 죽음에 대한 논쟁인 만큼, 누가 노무현을 죽였는지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힐 필요가 있다. 당시 검찰의 강압수사가 노무현의 죽음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절반의 진실에 가깝다. 그렇다면 나머지 절반의 진실은 무엇일까? 당시 민주진보진영의 노무현 공격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민주진보진영이 어떻게 노무현을 공격하면서 죽음을 종용했는지는 권순욱 기자의 증언록인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권 기자는 “노무현 서거 이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검찰과 조중동에게 죽음의 책임을 몽땅 뒤집어씌운 것은 소위 ‘민주진보개혁세력’의 기회주의적이고 비열한 행태”라고 하면서 “이명박과 검찰, 조중동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놓고 자신들은 책임에서 쏙 빠져버렸다”(15쪽)고 썼다.
 
권 기자의 이런 비판은 문재인 대통령이 쓴 <운명>에서도 발견된다. 문재인은 “무엇보다도 아팠던 것은 진보라는 언론들이었다. 기사는 보수언론과 별 차이가 없었지만 칼럼이나 사설이 어찌 그리 사람의 살점을 후벼 파는 것 같은지, 무서울 정도였다”(400쪽)고 썼다. 
 
노무현에 대한 공격사례는 많다. <경향신문> 이대근 칼럼은 “노무현 당선은 재앙의 시작이었다고 해야 옳다. 이제 그가 역사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란 자신이 뿌린 환멸의 씨앗을 모두 거두어 장엄한 낙조 속으로 사라지는 것”(2009.4.16)이라고 썼다. <한겨레신문> 김종구 칼럼은 “지금이야말로 그의 예전 장기였던 ‘사즉생 생즉사’의 자세가 필요한 때다. ‘나를 더 이상 욕되게 하지 말고 깨끗이 목을 베라’고 일갈했던 옛 장수들의 기개를 한번 발휘해볼 일”(2009.4.30)이라고 썼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노 전대통령이 박연차 회장 돈을 아내 권영숙 여사가 받았다고 고백한 것과 관련, “참 구차하다”고 했다. 노 대표는 “현직 대통령의 부인이 돈이 부족했다는 것도 납득이 안 가고 또 돈이 부족해서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렸다는 것도 정말 납득 가지 않는다. 꼭 돈이 필요했으면, 대통령이면 신용도가 높을 텐데 은행에서 이렇게 당당하게 빌리고 이자까지 냈어야 하는 게 아닌가”(2009.4.9)라고 비판하였다. 
 
고대 그리스에서 비극이 유행한 것은 비극적 감정(카타르시스)을 통한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각성이 사과와 화해로 이어지게 하여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과거사는 ‘응보적 정의’보다는 ‘회복적 정의’로 푸는 게 좋다. 노무현과 노회찬은 ‘삼성 X 파일’과 ‘노무현 정치자금’사건에서 이견을 보였지만 이미 천국에 있는 만큼, 옛일에 대해 서로 용서하고 화해했을 것이다. 노무현을 공격했던 사람들의 사과와 자성이 필요하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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