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이어 오아시스 너마저…상장 철회 결정
"새벽배송업체 고평가…시장 눈높이 낮춰야"
2023-02-13 17:45:54 2023-02-13 18:04:47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첫 ‘대어’로 꼽히던 새벽배송 전문업체 오아시스가 결국 상장 철회를 결정했습니다. 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이커머스 상장 1호 기업으로 주목받던 ‘마켓컬리’가 상장을 철회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1호’ 타이틀을 걸고 상장에 도전했지만 컬리의 전철을 밟게 됐습니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이날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오아시스는 “회사는 보통주에 대한 공모를 진행해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웠다”며 “공동 대표 주관회사의 동의하에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 신고서를 제출한다”고 밝혔습니다.
 
오아시스는 2011년 설립됐습니다. 신선식품 온오프라인 유통망과 자체 물류 시스템을 통한 효율화가 강점이며, 새벽배송업체 유일의 흑자 기업으로 꼽힙니다. 오아시스의 회원 수 역시 2021년 87만 명에서 지난해 130만 명 등으로 늘고 있어 상장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7~8일 진행된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받으면서 상장 철회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오아시스가 제출한 희망 공모가는 3만500~3만9500원.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9679억~1조2535억원입니다.
 
상장 철회의 그림자는 오아시스에 투자했던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드리워졌습니다.
 
앞서 오아시스는 프리IPO에서 1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는데요. 오아시스의 상장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21년 11월 프리IPO 투자로 각각 50억원을 투자. 주당 3만6339원의 가격으로 주식을 취득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투자한 이랜드리테일 역시 주당 3만9189원에 약 330억원을 투자했죠. 이랜드의 투자 금액을 기준으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1조1000억원에 달합니다. 오아시스의 3대주주인 유니슨캐피탈 역시 오아시스의 기업가치를 7500억원으로 평가했죠. 
 
오아시스 수요예측에서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들은 공모가 밴드 하단보다 낮은 2만원 미만에 주문을 넣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만약 오아시스가 공모가를 2만원으로 확정해 상장을 강행하면 시가총액은 6300억원에 불과합니다. 앞서 프리IPO에서 투자한 기업들이 50~20%가량의 손실을 보게 됩니다.
 
업계에선 오아시스의 상장 철회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컬리를 비롯해 신선식품과 새벽배송업체들의 밸류에이션이 너무 고평가됐었다는 설명입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앞서 컬리가 4조원의 밸류에이션을 평가받고 쿠팡이 나스닥에서 100조원에 상장했던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상장 기업과 주관사들이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컬리가 4조원의 평가를 받은 이후 장외에서 컬리 시가총액이 8000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오아시스는 상장 당시부터 업계 유일의 흑자 기업을 강조했는데, 영업이익 100억원 수준의 기업을 1조원 이상으로 평가하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아시스는 향후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재상장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상장을 진행하며 밝혔던 각 사업계획을 더욱 확장해 흑자를 유지하면서도 외형적 성장을 갖추겠다”며 “향후 적정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을 고려해 상장을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오아시스 사옥.(사진=오아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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