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푸르밀 본사 전경. (사진=유승호 기자)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30% 감원 구조조정과 청산의 갈림길에 서있던 푸르밀이 구조조정을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 모양새다. 구조조정이 매각의 조건이었던 만큼 향후 매각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현재까지 매각 여부나 영업종료 철회는 결정된 바 없어 허울뿐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8일 푸르밀 노조에 따르면 이날 푸르밀 노사는 전주공장에서 4차 교섭을 진행했다. 당초 4차 교섭은 예고돼있지 않았지만 푸르밀 본사에서 총무부장 등 위원들이 전주로 내려와서 갑작스럽게 교섭이 진행됐다는 게 노조측의 설명이다.
푸르밀 노사는 이날 교섭을 통해 30% 감원 구조조정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푸르밀 노조는 지난 4일 열린 3차 교섭에서 사측에 30%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한 회사 매각 추진, 또는 청산을 결정하라고 밝힌 바 있다.
김성곤 푸르밀 노조위원장은 “본사에서 비상대책위원장 등 위원들이 내려와서 갑작스럽게 교섭을 했다”면서 “사측 입장은 (30% 감원 구조조정에 대해 내부적으로)협의하고 보고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날 푸르밀 사측이 노조와 30% 감원 구조조정을 논의하긴 했으나 결정된 것이 없어 사실상 3차 교섭 이후 진전된 내용이 하나도 없는 셈이다. 특히 구조조정이 매각의 조건이었던 만큼 구조조정을 한다면 매각이 진행돼야하는 데 이 또한 구체적인 실체가 아무것도 없다.
회사 매각은 이뤄지는 것이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회사는 매각할 수도 있고 자체 운영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간 푸르밀 사측은 재매각을 시도하고 있다고 노조에게 꾸준히 얘기해왔지만 업체명, 진행상황 등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3차 교섭을 끝낸 뒤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매각 논의 업체에 대해) 물어봤지만 (매각을)하고 있다고 하고 업체는 밝힐 수 없다고 하더라”고 언급했다.
30% 감원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매각 대신 자체 운영을 할 경우 오는 30일의 예정돼있던 사업종료를 철회해야하는데 이마저도 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다. 오는 30일 예정돼있던 사업종료는 철회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정리해고 철회는 (교섭결과를)보고하고 결정 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푸르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영업 종료 철회에 대해 들은 게 아무 것도 없다”면서 “사장님이 발표해야 공식적인데(들은 게 없다)”고 밝혔다.
푸르밀 노동조합 노조원이 지난 26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푸르밀 본사 앞에서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유승호 기자)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4차 교섭이 진정성이 없는 허울뿐이라는 지적과 함께 영업종료 기일까지 시간끌기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제기되고 있다. 매각이 진행되더라도 현재 푸르밀 경영상태상 제대로 운영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푸르밀은 대리점 계약 해지통보, 원부자재 업체와 거래 종료, 낙농진흥회에 원유 공급 중단을 한 상태다. 사실상 제대로 된 경영이 불가능한 만큼 사측의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측의 행동이 ‘일단 급한 불만이라도 끄겠다’라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면서 “‘회사를 다시 운영하겠다. 영업종료를 철회하겠다’고 결정했으면 이렇게 몰래, 갑작스럽게 지방으로 내려가서 협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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