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안철수 인수위원장 한 달, 사람만 떠났다
권은희에 이태규마저…안철수 "거대 양당이었으면 안 떠났을 것"
2022-04-18 17:55:16 2022-04-18 22:56:29
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인수위 출범 한 달을 맞이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거대 양당에 속해 있었으면 사람이 안 떠났을 것이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18일 인수위 출범 한 달을 맞아 변명에 가까운 소회를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 모두발언 원고를 마지막까지 가다듬었다. 한 달 간의 소회를 담은 회견문을 고치면서 언론에 내보이기까지 꽤나 고심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안 위원장은 그간 인수위의 성과와 목표를 언급하면서 모두발언만 30분을 훌쩍 넘겼다.
 
안 위원장에게는 인수위 한 달은 애증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20대 대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야권 단일화였다. 그를 지지하던 중도층과 2030세대 민심은 이탈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야권 단일화에 대해 안 위원장이 득표에 기여했다는 평가와 함께, 호남과 중도층 민심 이반을 부추겨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엇갈린 평가 속 안 위원장은 지난달 13일 현판식 후 인수위 활동에 돌입해 한 달이라는 시간을 지냈다.
 
인수위 한 달, 그에겐 행정능력을 시험해보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자신의 사람들을 잃은 시간이었다. 취약점으로 지목되던 리더십의 부재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국민의힘과의 합당 문제가 대표적이다. 합당에 반발했던 권은희 의원은 결국 제명 처리됐다. 권 의원은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 간 양당 합당 합의 직후 반대 의사를 밝히며 자신의 제명을 요청한 바 있다. 그나마 줄곧 안 위원장 옆에 있던 이였다. 
 
국민의당 관계자들 설명을 들어보면 단일화와 합당 합의 과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협상 채널로 나섰던 이태규 의원을 제외하고 국민의당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전적으로 안 위원장 혼자서 합당 문제를 결정했다는 얘기다. 당시 당직자들은 물론 안 위원장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원들조차 놀랐다. 원내대표였던 권 의원도 사전에 이를 알지 못했다. 그는 주위에 "단일화야 후보로서 할 수 있는 결정이지만, 합당은 사당이 아니고서야 대표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원내대표마저 배제한 안 위원장의 독단적 결정을 비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국민의당 전국위원장들과 당원협의회 대표들은 공동성명을 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한 합당에서는 지분인 공천권 배분이 핵심이다.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건 수장의 자질과 직결된다. 이들은 합당 과정에서 자신들의 공천 권리와 지분을 안 위원장이 반영하지 않았다며 안 위원장을 강하게 비토했다. 이들은 안 위원장을 "부하를 버리고 투항한 패장"으로 규정했다. "지난 10년간 혼신의 힘을 다해 지지해온 열성 당원들은 팽개치고 측근 몇 명 단기필마로 거대 당인 국민의힘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냐"고도 따졌다. 절차적 정당성도 무시됐다. 합당 의결은 이날 국민의당 당사가 아닌 인수위원장실에서 최고위를 소집해 진행됐다. 
 
자신을 따르던 당원들의 규탄을 마주하고서도 안 위원장은 합당 선언을 하루 앞둔 17일 '당직자 승계 외에 해결해야 할 합당 조건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주 사소한 부분들 정도 남아 있는 것 같다"고 치부했다. 그는 "저를 믿고 어려운 환경에서 따라왔던 당직자들, 그 부분에 대해 정당한 대우를 받는 게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의당 출신 공천 신청자들이 국민의힘 출마 신청자와 100% 시민경선이라는 '지고 들어가는 경선'을 하게 만들었다.
 
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인수위 출범 한 달을 맞이해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안 위원장이 '안풍'을 일으키며 정치에 입문한 이후 그의 곁에 아직 남아있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정치가 결국 사람을 얻는 싸움임을 고려하면 안 위원장을 줄곧 잃은 정치를 해왔다. 안 위원장의 정치 입문 당시 그의 곁에 있었던 시골의사 박경철씨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금태섭 전 의원 등이 줄줄이 그의 곁을 떠났다. 김종인 전 위원장과는 아예 정치적 앙숙이 됐다. 
 
떠난 이들은 원인을 한결같이 안 위원장의 독단적인 결정 탓이라고 지적했다. 금 전 의원은 당시 "안철수 대표가 무소속이 아니라 당대표인데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할 때 당내에서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알려준 게 없다"며 "대표 혼자 결심해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기업할 때 마인드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국민의당 대변인 출신인 장진영 변호사는 '안철수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는 취지로 페이스북 글을 올리기도 했다. 장 변호사는 "(안 대표를)겪어 본 사람들 대다수가 그 곁을 떠났다면, 단순히 떠난 정도가 아니라 등을 돌렸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점검해 봐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아예 노골적으로 "별의 순간을 놓쳤다"고 섣부른 결단을 질책했다.
 
하지만 안 위원장은 자신의 탓이 아닌 정치 구도를 탓하는 자평을 내놨다. 안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정치를 10년 하면서 주위에 사람이 없다는 평가에 대해 "거대 양당에 속해 있었으면 사람이 안 떠났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제 주위에 사람이 없었다는 건 3당이기 때문"이라며 "당선 확률이 높은 쪽으로 떠나다보니 3당으로서 신념을 가지고 유지하는 가운데 사람이 점점 적어진 것이다. 제 개인 성격 탓으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러 정당을 거치면서도 안 위원장은 사람을 잃었다. 그는 2014년 민주당과 합당하며 새정치민주연합을 출범시켰지만 친문과의 갈등 끝에 갈라섰다. 바른정당과 합당으로 탄생한 바른미래당도 깨졌다. 당시 바른미래당에서 한솥밥을 먹은 동지였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번 대선과정에서 공개적으로 안 위원장을 비토했다. 심지어 "제가 안 대표를 안 좋아한다는 건 온 세상이 다 안다"고 공공연히 말하기까지 했다. 안 위원장이 윤 당선인에게 단일화를 제안한 당일 '부처님 손바닥 안 손오공' 사진과 함께 "역시나 했더니 역시나"라고 조롱한 것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안 위원장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었던 호남도 잃었다. 호남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안 위원장이 이끌던 국민의당에 28석 중 23석을 몰아주며 3당을 만들어 준 곳이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호남 민심 반영 없이 "바른정당과 합당해 미래당을 만든 것을 사죄한다"며 호남에 다시 구애했지만 또 다시 일방적 단일화 발표로 이를 저버렸다. 
 
그렇게 호남을 등지고 공동정부 약속에 기댔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18개 부처 장관 후보자 중 안철수계 인사는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 뿐이다. 이 과정에서 그의 최측근이었던 이태규 의원마저 잃었다. 이 의원은 1차 인선 발표 직후 항의의 뜻으로 인수위원직을 사퇴하며 입각 의사 또한 전혀 없음을 선언했다. 그러나 안 위원장은 1일 파업 이후 사실상 백기투항하며 인수위로 복귀했다. 물론 또 다시 '철수 정치'에 갇힐 수 없다는 처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안철수 위원장의 인수위 한 달은 또 다시 사람을 잃은 시간이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사진=연합뉴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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