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공기살인’, 도대체 무엇으로 보상 받아야 하나
‘가습기 살균제’ 실화, 누적 사망자 2만…세계 최초-국내 최대 ‘참사’
제품 생산 판매 ‘글로벌 기업’, 국내 정치-법조-언론 비리 ‘유착 고발’
2022-04-12 00:02:02 2022-04-12 00:02:0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국내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화학 참사라고 규정해도 된다. 무려 95만 명이 피해를 봤다. 사망자만 2만 명이다. 한반도 역사에서 전쟁 이외에 이 정도 피해를 입힌 사건이 있었을까 싶다. 1994년 출시돼 17년 동안 무려 1000만 병이 팔린 제품. 가습기 살균제. 이 제품에 포함된 독성 성분이 인체가 유해함을 넘어 사망에 이르게 한 직접적 원인이란 유해성이 2011년 입증됐다. 보건 당국의 역학 조사와 독성 실험 결과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함이 드러난 시작이다. 하지만 이후 10년이 지났음에도 그들의 아픔은 현재 진행형이다. 잊혀져선 안될 사건이다. 이 제품을 판매한 글로벌 기업은 가벼운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삶이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여전히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영화 공기살인은 그들의 싸움을 담은 얘기다.
 
 
 
영화는 한 단란한 가정이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으로 가습기 살균제의 끔찍함을 전한다. 대학병원 교수 정태훈(김상경)은 아내 한길주(서영희) 6세 아들 민우를 키우는 보통의 평범한 중산층 가장이다. 그리고 행복한 가족이다. 하지만 그 행복은 하루 아침에 바닥으로 곤두박질 친다.
 
시름시름 앓던 민우가 약을 먹고 회복해 친구들과 수영장에 갔다. 며칠 동안 앓던 민우를 보고 태훈과 길주는 감기 정도일 것이라 판단했다. 동네 병원에서도 감기약 처방을 받았다. 하지만 민우가 수영장에서 의식을 잃었다. 의사인 태훈은 아들의 문제를 밝혀 내기 위해 여러 검사를 했다. 폐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다. 문제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들을 돌보던 아내가 잠시 집에 간 사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태훈의 처제이자 길주의 동생 영주(이선빈)가 발견했다. 길주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바로 몇 시간 전까지 남편 태훈과 얘기를 나누던 길주였다.
 
영화 '공기살인' 스틸. 사진=TCO㈜더콘텐츠온
 
영주를 통해 태훈은 아내 길주가 5개월 전 건강검진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 그 때만 해도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너무 갑작스런 죽음이다. 태훈은 아내의 죽음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직접 아내를 부검한다. 동료 의사들과 함께 부검한 아내. 아내의 폐가 돌처럼 굳어져 있었다. 아들 민우와 같은 증상이었다. 그리고 태훈은 죽은 아내 그리고 아들과 같은 증상의 환자들이 훨씬 더 많단 걸 알게 된다. 태훈은 영주 그리고 동료 의사와 의혹을 조사해 나간다. 그리고 그 의혹의 배경에 글로벌 거대기업 오투가 생산한 가습기 살균제가 공통적으로 있단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 '공기살인' 스틸. 사진=TCO㈜더콘텐츠온
 
이 영화 속 설정은 이미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실화에서 끌어왔다. 그리고 이 영화는 실화를 소재로 한 소재원 작가의 소설 을 극화한 작품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전 세계에서 국내에서 발생한 최초의 환경 보건 참사이자 사상 최악의 화학 참사로 기록돼 있다. 무엇보다 이 사건이 끔찍한 이유는 이 제품 생산을 담당한 거대 글로벌 기업이 해당 제품의 유해성을 몰랐을 리 없고, 그 사실을 묵인한 채 판매했는지에 대한 여부다. 영화에선 분명 극화된 부분을 통해 이를 묵인한 채 생산하고 판매한 정황이 그려지지만 현실에선 피해의 책임이 상당히 제한적으로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공기살인' 스틸. 사진=TCO㈜더콘텐츠온
 
공기살인은 원인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 그리고 그 사건을 은폐하려는 거대 글로벌 기업의 권력-법조-언론의 유착 비리 여기에 여전히 진행 중인 피해자 고통에 대한 직접적 호소를 담았다. 피해자들의 고통이 담겨 있지만 영화에선 그들의 고통보단 그 고통의 이유가 되는 가해자들이 벌이는 권력과의 유착 관계에 더 포커스를 맞춘다. 피해자들 고통의 이유이자 원인이 되는 현실을 고스란히 투영시킨다.
 
영화 '공기살인' 스틸. 사진=TCO㈜더콘텐츠온
 
현재도 진행 중인 사건이다. 단편적인 전달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 사건을 통해 기억해야 될 지점을 분명히 짚고 넘어간다. 특히 억울하게 피해를 당하고 잊혀져 간 이들의 평범했던 삶을 기억해 달란 지점을 호소한다. 반면 지금도 가해의 책임에서 외면하기 바쁜 정부 당국자들과 정치인들의 무지한 시선을 꼬집으며 자기 반성을 촉구하는 장면은 인상 깊다 못해 통쾌하기도 하다.
 
일련의 과정이 실화를 소재로 한 현실성이 높은 드라마 타입이지만 감정의 결이 선함을 강조하기 위해 너무 힘을 주고 그려나간 지점은 이 얘기의 의도성을 미약하게 나마 희석시킬 요지도 있어 보이기에 우려스럽기도 하다.
 
영화 '공기살인' 스틸. 사진=TCO㈜더콘텐츠온
 
반면 실화와 무거운 소재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참사를 그리고 있기에 무겁게만 이끌어 나가는 지점 속에 영화로서의 재미를 놓치지 않은 반전 카드는 연출의 묘미로 볼 수 있는 지점이다.
 
공기살인’, 다시는 이 같은 얘기가 영화로 만들어져선 안되길 모두가 바란다. 개봉은 오는 22.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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