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수은, 부산으로 가면 벌어지는 일
"경쟁력 약화·업무 비효율·인력 이탈 등 부작용 커"
2022-04-08 06:00:00 2022-04-08 06: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계획에 전문가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윤 당선인 측은 국책은행 이전 명분으로 지역균형발전과 제2 금융중심지 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경쟁력 약화, 업무 비효율화, 인력 이탈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는 이르면 다음주부터 산은·수은 등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산은의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윤 당선인의 공약집을 보면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해 (부산에 대해) 스마트 디지털 경제 도시 도약을 추진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윤 당선인은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산업은행뿐 아니라 수출입은행도 이전해야 한다"고까지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산은에 이어 수은마저 부산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은행을 시작으로 금융공기업 이전이 본격 논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과거 선거철 때마다 의례적으로 국책은행 지방 이전 문제는 거론되긴 했으나, 이번에는 윤 당선인이 국책은행 이전을 계속 언급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이 주를 이룬다. 
 
인수위 측의 최대 명분은 지역균형발전이다. 부산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키워 서울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부산을 금융 중심지로 키우기 위해서는 민간은행·해외 투자자 유치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선제 작업으로 국책은행부터 옮겨 역량을 키우자는 판단이다.
 
이에 대한 금융노조의 반발은 거세다. 금융노조는 산은 뿐 아니라 수은, IBK기업은행, 수협중앙회 지부를 중심으로 '지방이전저지투쟁위원회'를 구성해 공동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역 균형발전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산업은행 이전으로 지역 균형발전이 저절로 되지 않는다"며 "국익 훼손, 금융산업 퇴보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인 서울 국제금융허브의 포기"라고 비판했다.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을 반대하는 외부의 목소리도 크다. 우선 업무 효율성과 국책은행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중소·수출입기업에 대한 지원, 기업구조조정 등의 국책은행의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협업할 금융당국과 기업들이 몰려있는 서울에 있는 것이 효율적인데, 지방으로 이전하면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책금융기관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여기에 이미 국민연금공단 등 공공기관 이전에도 지역 금융 발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면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많다. 지방 이전으로 인한 인력 이탈 문제 역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요인으로 꼽힌다. 더불어 국책은행이 이전되면 지방은행과도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사회와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에도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한국거래소·자산관리공사 등은 부산으로, 국민연금공단 등은 전주로 보내는 등 여러 곳으로 공공기관을 보냈지만 결국 한국의 국제금융 순위는 세계 30위권으로 떨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금융 발전을 위해서는 금융기관 모두를 서울에 집적시키는 것이 효과적이자,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통 등 공론화 과정 없이 일방적인 지방 이전은 결국 젊은 직원들 중심으로 타 금융권으로의 이직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현재 부산에 본사를 둔 한국거래소 등은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는 업무를 위해 서울, 세종,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일이 잦은데, 이 같은 비용 부담 등도 비효율적이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은 득보다 실이 많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산업은행 전경. (사진=산업은행)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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