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왼쪽),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앙금만 남긴채 결렬됐다. 데드라인으로 여겨졌던 투표용지 인쇄일(28일) 이전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면서 대선은 다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 후보 측은 사전투표(4~5일) 전이나 본투표(9일) 전까지도 단일화에 노력하겠다며 희망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미 마음이 상할대로 상한 안 후보가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1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시인했다.
안 후보는 완주 태세다. 단일화 불발에 따른 정권교체 실패 책임이 자신을 향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권한의 크기와 책임의 크기는 비례한다"며 제1야당인 국민의힘으로 화살을 돌렸다. PK 적자로서 그간 영남에 주력했던 선거 유세도 호남으로 방향을 돌렸다. 20대 총선에서 38석을 몰아줬던 호남 민심을 되돌리겠다는 전략이다. 안 후보는 이를 위해 보수색이 짙은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대한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그는 "제 평생의 한"이라며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완주 의지를 굳히면서 추락하던 지지율도 반등했다. 이날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27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 안 후보는 8.5%의 지지도를 기록하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44.2%)와 이재명 민주당 후보(42.0%)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전주 조사(6.2%)와 비교해 2.3%포인트 상승하며 간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10%에 육박하는 안 후보의 지지율은 캐스팅보트가 되기에 충분한 수치다. 특히 지지 표 대부분이 2030과 중도층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안 후보 지지율을 누가 끌어오느냐에 따라 대선 승패가 달라질 수 있다. 이를 잘 아는 이 후보는 야권 단일화 결렬의 빈 틈을 노려 '통합정부'를 매개로 안 후보 지지층 환심을 사는 데 주력하고 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은 비상이 걸렸다. 한때 오차범위 밖으로 도망갔지만, 막판 이 후보의 추격세가 매섭게 진행되면서 한 표 한 표가 아쉽게 됐다. 28일 열린 국민의힘 심야 의원총회에선 단일화 불발에 따른 우려가 쏟아졌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이준석 대표를 향한 불만도 직간접적으로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이 있었던 당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처님 손바닥 안 손오공' 사진과 함께 "역시나 했더니 역시나"라고 조롱하는가 하면, 후보 사퇴 뒤 윤 후보 지지선언만이 유일한 단일화 방식이라며 안 후보의 백기투항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안 후보와 안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통합의 정신을 갖고 끝까지 다할 것"이라며 사태 수습에 애를 썼지만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다음날 확대선대본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와의 단일화 여부에 대해 "전화해도 (통화가)안 되고, 만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단일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제 (의총에서)나도 '끈을 놓지 않겠다', '우리가 먼저 놓는 일은 없다'고 했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사진=연합뉴스)
단일화 결렬을 둘러싼 진실공방과 함께 책임 탓도 이어졌다. 특히 지난 27일 윤 후보가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물밑 협상 과정을 상세히 공개하면서 그 의도가 무엇이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다음날에도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으로 지목된 권성동 의원이 라디오에 출연해 협상 채널 등을 상세히 밝혔다. 그러자 안 후보 측 대리인으로 협상에 나섰던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뜻대로 안 되면 깐다'는 취지의 목적으로 작성된 협상 일지를 보면서 마치 수사기관의 허위 조서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면서 "제발 단일화 손을 잡아달라 간청해서 선의를 가지고 손을 내밀었다가, 손목이 잘려나간 불쾌감과 충격을 받았다"고 비난했다.
단일화 성사 여부에 가슴을 졸였던 이 후보는 안도의 숨을 내쉬는 동시에 통합정부를 매개로 안 후보 지지층 환심 사기에 나섰다. 이 후보는 28일 대구·경북 유세에서 "통합의 정치,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진짜 정치교체를 하자"면서 "(이는)이재명의 주장이고, 안철수의 꿈이고, 심상정의 소망사항"이라고 했다. 또 "이런 적대적 공생 정치를 이제 끝내야 한다"며 "안 후보가 10년간 계속 외친 새정치, 심 후보가 외치는 정치개혁의 꿈, 저와 다르지 않다"며 교집합을 찾는 한편 '반윤석열 연대'에 주력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7일 의원총회를 열고 송영길 대표의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안 후보 요구에 즉각 부응하는 모양새를 통해 구애를 보낸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전망은 일단 엇갈렸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사표방지 심리가 작용해 안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권교체를 원하는 사람들이 안 후보를 지지하는 만큼, 윤 후보가 싫더라도 해당 지지층이 윤 후보로 옮겨갈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다. 반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안 후보가 단일화를 요청했는데 윤 후보 측에서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는 정서가 의외로 강하다"며 "안 후보 지지층이 합리적·실용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윤 후보보다 이 후보에게 기회요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후보와 이 후보에게 표가 나뉘더라도 안 후보 지지율이 낮기 때문에 양강 후보 지지율에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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