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결국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의 결별을 택했다. 선거대책위원회 해산이라는 초강수로 맞대응하며 실무 중심의 선거대책본부로의 재편을 선언했다. 대선을 불과 60여일 앞둔 상황에서 단기필마를 택한 데는 대선후보로서의 위상에 대한 고려와 함께 더 이상 끌려다닐 수는 없다는 자성이 깔렸다.
윤 후보는 하루 동안의 장고 끝에 5일 기자들 앞에 섰다. 이날 오전 11시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예정된 기자회견에 앞서 각종 관측들이 난무했다. 김종인과의 재결합이냐 결별이냐부터, 여러 중재안들이 흘러나왔다. 결론은 '결별'이었다. 선대위 재편에 따른 부담을 짊어지고서라도 후보의 위상을 재정립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김 위원장 지시대로 '연기'만 하는 꼭두각시 이미지로는 대선을 이길 수도, 대선에 임할 수도 없다는 분노라고 윤 후보 측은 배경을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이날 새벽 권성동 의원의 페이스북 글에서 감지됐다. 그는 "앞으로 새로 태어날 윤 후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당 사무총장과 선대위 종합지원총괄본부장 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이준석 대표로부터 장제원, 윤한홍 의원과 함께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으로 지목된, 윤 후보의 최측근 인사다. 이어 윤한홍 의원도 "후보가 쇄신의 방안을 추구하는 데 어떤 장애도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 아래 당직과 선대위 직책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당 전략기획부총장과 선대위 당무지원본부장 사의를 표했다. 앞서 장제원 의원은 아들의 거듭된 음주운전 논란 등으로 후보 비서실장 직을 고사하고 2선 후퇴를 선언한 바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사진/국민의힘 제공
윤석열, 겉으론 김종인 '예우' 본질은 '경질'…김종인 "윤씨"
윤핵관 부담을 털어버린 윤 후보는 김 위원장에 대한 칼을 빼들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부로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산하겠다"며 선대위 전권을 부여했던 김 위원장과 결별하고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다만, 윤 후보는 김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에 대해 각을 세우지 않고 최대한 예우하는 모습을 보였다. 잦은 말실수와 이 대표와의 갈등으로 2030세대 표심이 이탈한 것과 관련해선 "특히 지금까지 2030 세대들에게 실망을 줬던 행보를 깊이 반성하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린다"고 엎드렸다. 당내 사퇴 압박에 처한 이 대표에 대해서도 "거취는 제 소관 밖"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연기' 발언으로 후보 비하의 논란을 빚은 김 위원장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조언을 구하겠다면서 그간의 노고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존중의 뜻을 내비쳤다. 반면 결별을 통보받은 김 위원장은 "그 정도 정치적 판단 능력이면 나하고 뜻을 같이 할 수 없다. 제3자가 뭐라고 해줄 얘기가 있냐"고 냉정하게 관계를 단절했다. 10여분간 계속된 비판에서 '윤씨'라는 지칭도 그의 입에서 나왔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윤 후보와의 사전교감 없이 선대위 전면개편 카드를 꺼낸 데 이어 "후보 비서실장 노릇을 할 테니 선대위에서 해준 대로 연기만 잘 해달라고"고 말해 당을 발칵 뒤집어놨다. 윤 후보 측에서는 "김종인 쿠데타"라는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윤 후보의 이날 결별 선언도 김 위원장과 계속해서 함께 갈 경우 대선후보로서의 리더십 손상과 꼭두각시라는 이미지만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게 배경이었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3일 '울산 담판' 후 선대위에 합류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현실적인 계산도 깔렸다. 당 밖에서 내부총질을 가하고 있는 이준석 대표와의 봉합도 주문했지만 사실상 손을 놨다는 불만도 쏟아졌다. 심지어 김 위원장이 지지율 하락을 윤 후보 탓으로 돌리고 상왕 노릇만 하려 든다는 측근들의 비토가 이날 경질로 이어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사진/국민의힘 제공
김종인 결별에 이준석 갈등까지…중도·청년 이탈 가속화
다만 이 같은 승부수가 어느 정도 위기를 탈출할 타개책으로 힘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중도 표심을 자극하던 김 위원장이 물러나고, 2030의 지지를 받는 이 대표와의 갈등도 봉합하지 못하면서 자칫 보수 표심에만 갇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30이 균열 조짐을 보이면서 이 대표가 주장했던 대전략 '세대포위론'이 자칫 윤 후보에게 작용할 수 있다는 염려도 당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이 같은 위기를 틈타 밖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공백을 파고 들고 있다. 유력 후보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독주체제를 굳히려 한다.
윤 후보가 김종인 대신 선택한 권영세 카드가 판세를 뒤집을 묘수가 될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더해졌다. 선대위를 대신해 새로 꾸려진 선대본부장에 임명된 권 의원은 일단 "이 자리가 독배를 받는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얼마든지 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 의원은 4선의 중진 의원으로 당내에서는 전략통으로 분류된다. 합리적 성격에 중도보수의 색채가 강하다. 다만, 윤 후보가 다시 친정인 검찰 출신 인사를 중용하면서 검찰 색채를 버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아야 했다. 윤 후보 최측근이자 이날 사의를 표명한 권성동 의원도 검찰 출신이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홍준표, 유승민 등 경선에서 경쟁관계였던 이들이 여전히 외곽에 머물며 민주당의 원팀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홍 의원은 고비마다 이준석 대표를 옹호하는가 하면, 윤 후보를 향한 비판도 서슴지 않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미 원팀 기조는 깨졌다"는 한숨 섞인 토로도 새어나오는 형국이다. 반면 위기감이 커지면서 지지세력이 뭉칠 수 있다는 희망도 포착됐다.
윤 후보는 이날 기존 총괄선대위원장, 상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 조직을 전부 없애고, 선대본 체제로 조직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직·정책·전략·홍보 정도의 핵심 기능만 남기고, 권 의원이 전략, 일정, 메시지 등을 총괄한다. 젊은 실무자들에게 선대본 주축을 맡기고 국회의원들은 각 지역구로 하방해 선거운동을 이어간다. 대선은 불과 63일 남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사진/국민의힘 제공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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