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게임업계 내 근로환경 개선 요구에 따라 지난해부터 포괄임금제 폐지 움직임이 속속 나타난 가운데 새해에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연초부터 슈퍼캣 등 일부 게임업체들이 선제적으로 포괄임금제 폐지에 나서 눈길을 끄는 상황이다. 그러나 규모가 큰 일부 기업을 비롯해 다수 스타트업, 중소업체들까지 여전히 포괄임금제 폐지에 소극적인 대응을 보이고 있어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승욱 화섬식품노조 IT위원장이 지난해 8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포괄임금제 규제 촉구 노동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가 2020년 10~11월 판교 지역에서 조사한 'IT 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에 따르면 응답자 809명 중 약 46%가 "포괄임금제가 여전히 시행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게다가 응답자 32%는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있다"고 답했다.
포괄임금제는 실제 근로시간에 상관없이 시간 외 근로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해 지급하거나 정액으로 지급하는 임금방식이다. 이 제도는 직원 개인의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업종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 내에선 이 제도를 악용해 '공짜 야근'이 강요되는 일이 빈번해 개선해야할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포괄임금제 폐지는 2017년 펄어비스를 시작으로 주요 게임사인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지난해 5월 컴투스홀딩스 등이 동참한 상태다. 이는 지난 2018년 시행된 주 52시간 노동상한제와 더불어 우수인재 이탈, 크런치 모드(촉박한 마감일정을 맞추기 위해 장기간 고강도 업무를 지속하는 것) 논란 등의 영향이 크다.
그러나 크래프톤 등 중견기업과 대다수 스타트업들은 여전히 포괄임금제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크래프톤은 포괄임금제 폐지 대신 탄력 근무제를 확대 운영 중이다. 앞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지난 2019년 '4차 산업혁명 글로벌 정책 컨퍼런스'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는 실리콘밸리형 인재나 업무형태를 포용하지 못한다"면서 주52시간 일률 적용이 적절한 조치가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자금과 인력 여력이 충분치 않은 스타트업이나 중소 게임개발사 사이에서는 포괄임금제 폐지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탄력(유연) 근무제 등으로 보완하는 곳도 상당수다. 다수 게임사들의 포괄임금제 폐지 조치의 배경으로 '인력난'을 지목한다. 일부 중소 게임업계에서는 어려운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개발 인력 유출을 막고자 자구책으로 포괄임금제 폐지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연봉인상에 이어 포괄임금제 폐지까지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분위기가 활발하다"면서 "갈수록 인력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재 유치를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소업체의 경우 이렇게 조치했다가 상황이 더 안좋아진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토로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업계 설문조사 결과에도 나왔듯이 포괄임금제를 유지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면서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거의 포괄임금제가 폐지됐다. 또 중소업체들에서도 경영진의 의지와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돼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곳도 꽤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크래프톤 등 큰 규모의 회사들에선 여전히 52시간도 적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되면 하청업체들까지 더욱 힘들어진다"면서 "일한 만큼 받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하며, 정부차원에서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실장은 "지난해부터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금 명세서를 교부할 때 각각 임금이 어떻게 책정됐는지 표기하도록 의무화하면서 임금체계를 손대는 일이 많아진 경향도 있다"면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 문제로, 기술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계속 대기업에 흡수(인수)되는 구조가 만연하다. 이러한 고질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다각도 논의가 필요하고 산업 생태계가 균형있게 커 갈 수 있도록 하는 상생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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