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K팝 중심의 팬 플랫폼 사업을 둘러싸고 총성 없는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 주요 수익원이던 콘서트·팬미팅 등 사업이 막히게 되자 엔터사들은 팬 플랫폼으로 눈길을 돌렸고, 관련 시장은 글로벌을 무대 삼아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중이다.
팬 플랫폼이란 K팝 팬덤과 아티스트를 연결하는 온라인상의 공간을 의미한다. 팬 플랫폼에 현재 눈독 들이는 기업의 면면은 다양하다. 엔터테인먼트사를 비롯해 IT, 게임사들은 팬덤을 노린 이 시장에 뛰어들며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위버스, 버블, 유니버스 등이 있으며 이들 업체들은 팬 플랫폼을 토대로 해외로 가입자를 넓히면서 자사 생태계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경계없는 슈퍼 IP(지식재산권)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메타버스, NFT(불가능한토큰) 등의 신기술을 접목해 가상 아이돌 데뷔부터 웹소설, 웹툰까지 만드는 다양한 시도들을 해나가는 중이다.
지난 11월 열린 2021 하이브 회사설명회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양사간 NFT 협업을 발표하며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얘기하는 모습. 사진/하이브
지난 11월 열린 2021 하이브 회사설명회에서 하이브는 BTS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게임을 제작하겠다는 사업 구상을 밝혔다. 사진/하이브
BTS 소속사로 유명한 하이브는 지난 2019년 런칭한 팬 커뮤니티 위버스를 필두로 팬덤 산업을 키우고 있다. 하이브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브의 총 매출액 7900억원 중 위버스 매출은 약 41%인 3300억원에 달한다.
하이브의 팬덤 산업 확장 전략은 '바운드리스'로 통칭된다. 국가, 지역, 산업에서 경계가 없는 확장을 하겠다는 의미로, 이미 BTS를 앞세운 콘텐츠 사업으로 빠른 성과를 내는 중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투어 활동이 불가능한 데도 글로벌 음반 판매량이 급증했고 온라인 투어 및 굿즈(MD) 등 간접 매출도 상승했다. 팬 커뮤니티 위버스 또한 가입자 1300만명을 돌파하며 지난해 대비 2배 가량 성장했다.
게다가 미국과 일본에서는 글로벌 데뷔 아티스트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IP에 대한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 등 해외 아티스트들에 대한 IP 활용 사업도 내년부터 본격화할 방침이다. 네이버웹툰과는 웹툰, 웹소설, 애니메이션 등 스토리에 아티스트 IP를 입히는 방식의 '오리지널 스토리' 사업을 펼치는 중이다. BTS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웹툰·웹소설·게임 제작이 조만간 본격화될 전망이다.
또한 하이브는 네이버 실시간 라이브방송 '브이라이브'와 통합해 내년 중 새로운 팬 커뮤니티 플랫폼을 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손잡고 NFT 합작법인 설립도 추진한다. 두나무와는 BTS IP을 활용한 NFT를 발행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내년 BTS를 통한 NFT 사업 성공 여부에 따라 다른 엔터사들의 NFT사업 참여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디어유 버블의 프라이빗 메시지 소개 화면. 사진/디어유 버블
SM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 디어유가 운영하는 팬 플랫폼 디어유 버블을 JYP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글로벌 서비스로 키우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디어유 버블은 현재까지 12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구독자 중 약 70%는 해외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버블은 현재 아이돌 그룹 위주에서 국내외 유명인들로 확장돼 구독자 증가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디어유 버블은 팬과 아티스트간 1대 1 방식의 사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서비스는 월 구독형 방식으로, 매달 4500원씩 결제하면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써서 보낸 메시지를 채팅창에서 받아볼 수 있고 답장도 가능하다. 버블 덕분에 디어유는 올해 1분기 지난해 전체 매출인 130억원의 3분의2인 8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유니버스 드라마틱 버라이어티_쿠키영상. 사진/엔씨소프트
엔씨 유니버스.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지난 1월 팬 플랫폼 유니버스를 출시해 팬덤사업에 나섰다. 강다니엘, 고스트 나인, 더보이즈, 몬스타엑스 등 총 30팀의 아티스트가 활동 중이며 현재 134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경쟁사 대비 다소 뒤늦은 출발이지만 벌써 월 이용자가 10월 기준 440만에 달하는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특히 유니버스의 주 이용층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비중이 약 89%에 육박한다. 유니버스는 게임회사에서 제작한 플랫폼답게 콘텐츠와 게임을 결합시킨 점이 특징이다. 유니버스 내에서 미션을 수행하면 사이버 머니 클랩을 받을 수 있고, 이 클랩으로 팬들은 굿즈를 사거나 팬미팅에 응모할 수 있다.
이밖에 엔씨의 유니버스는 디어유의 버블과 비슷한 프라이빗 메시지 기능도 갖추고 있다. 특히 프라이빗 콜(AI)은 엔씨가 최초로 선보인 서비스로 아티스트의 말투를 설정하고 원하는 상황을 선택하면 아티스트가 짧은 메시지를 전해준다.
엔씨의 메타버스 사업 추진 역시 유니버스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유니버스가 메타버스 사업의 시발점이고, 여기에 게임을 연동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엔씨는 아티스트 풀을 넓히고 콘텐츠 다각화를 위해 CJ ENM 합작법인을 설립을 준비 중이며,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등과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한 상태다.
한편 올해 엔씨는 팬덤을 기반으로 하는 자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현재 오리지널 웹 예능 시리즈를 비롯해 신곡 발매 및 뮤직비디오, 콘셉트 화보, 라디오까지 총 5122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획, 제작 중이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터산업 내 수집의 문화를 가장 대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음반 판매량으로, 이미 전체 음반 판매량에서 엔터 4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75%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앨범 자체의 소비라기보다는 아티스트와 관련된 팬덤 소비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면서 "특히 최근 IP를 가진 기업들의 NFT 전략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미디어·엔터 산업은 각 기업이 가지고 있는 IP를 어떻게 디지털 자산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넘어 사람까지도 디지털화하는, 버추얼 휴먼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NFT와 메타버스 생태계의 형성은 시장 유동성의 빠른 유입과 사용자 확대를 의미하기 때문에 국내외 기업들이 관련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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