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전락 아닌 공동주연…천하삼분지계 노리는 이준석 의도
김종인 활용해 악연 내치고, 선대위 공간 확보…2030은 이준석의 히든카드
2021-11-15 16:29:58 2021-11-15 16:29:58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국민의힘이 대선을 치를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극심한 내부 진통을 겪는 가운데 이준석 대표의 숨겨진 노림수가 주목을 끈다. 
 
15일 복수의 윤석열 후보 측 및 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대표의 목표가 정권교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정권교체를 윤석열 후보의 단독주연이 아닌, 후보와 당대표의 공동주연으로 이끌려 한다. 그래야 차기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 당선, 차차기 대선 도전 등 일련의 그림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윤 후보를 경선에서 도왔던 캠프 인사들이 선대위에서도 주축이 될 경우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할 마땅한 공간을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당무우선권도 윤 후보에게 있어 자칫 조연급으로 추락할 수 있다. 때문에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끌어들여 그와 악연으로 얽힌 윤 후보 측 핵심 인사들을 제어하고, 공백이 된 공간에 자신의 포지셔닝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의심된다. 또 다른 카드는 2030에 대한 상징성 유지 및 확대다. 이는 2030 지지를 바탕으로 경선에서 파란을 일으켰던 홍준표 의원에 대한 침묵과도 연관성이 깊다. 2030 표심이 온전이 자기 것이 돼야만 그 누구와도 거래가 가능하다.  
 
결국 이 대표는 이 대표는 '김종인과 2030'을 배경으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게 앞선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사진/뉴시스
 
이준석의 '이이제이', '김종인의 칼'로 윤석열 측근 친다
 
이 대표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 페이스북을 통한 메시지 정치 등 공중전에 주력하며 사실상 김 전 위원장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이 대표가 아무리 김 전 위원장을 멘토로 삼고 있다 해도, 당 밖의 인사 입장을 이렇게까지 전달하는 게 당대표 지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도 아랑곳 않는 모습이다.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 대표의 이런 삼고초려는 김 전 위원장의 칼을 빌려 윤 후보의 측근들을 내치려는 셈법이 깔려있다. 한 관계자는 "윤 후보와 마찬가지로 이 대표의 목적도 정권교체에 있다. 그래야 정권교체를 이룬 당대표로서 향후 길이 열리기 때문"이라며 "선대위에서 자신의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지금 상태로는 이 대표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관례대로 당대표 감투를 통해 이 대표가 상임 선대위원장을 맡는다 해도 영향력은 제한된다. 때문에 김 전 위원장의 막강한 권한과 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면서 윤 후보에게 선대위 원톱인 총괄 선대위원장과 사실상의 전권을 부여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일종의 '이이제이'(以夷制夷·오랑캐로 오랑캐를 다스림) 전략을 연상케 한다.
 
윤 후보와 이 대표의 힘겨루기는 윤 후보 입당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 후보 입당 전인 지난 3월 이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지구를 뜰 것"이라고 말한 영상물이 정치권에 돌았다. 윤 후보에 대한 이 대표의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 이 대표와 윤 후보 측 인사들과의 관계 또한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이 대표가 연일 윤 후보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이어가자 윤 후보 측근인 장제원 의원이 "자해정치"라며 "야권 주자의 가치를 떨어뜨려 자신의 가치만 높이려는 자기정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공개 항의한 적도 있다. 또 다른 측근인 권성동 의원은 "당 대표가 평론가냐"고 따질 정도였다. 이후 이 대표는 윤 후보를 비빔밥에 '당근'으로 빗대 논란이 되자 "저는 당근이 없으면 밥을 안 먹는다"고 태연하게 받아쳤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만화로 읽는 오늘의 인물이야기 '비상대책위원장-김종인'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악연에 얽매이는 김종인, 부추기는 이준석"…'30대 0선 정치인'의 능구렁이 정치력 
 
김 전 위원장 또한 내심 총괄 선대위원장과 사실상의 전권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허수아비 노릇을 할 수는 없다"는 말에 그의 내심이 모두 담겼다고 윤 후보 측은 해석하고 있다. 특히 기존 캠프로는 대선을 이길 수 없다며 선대위 전면 재편과 특정 중진의 배제도 도마 위에 올렸다.
 
과정을 잘 아는 또 다른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의 눈에 한 번 벗어난 사람을 옆에 두지 않는다. 그것이 그의 용인술"이라며 "당장 캠프만 해도 그렇다. 부글부글 하지만 누구 하나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나서질 않는다"고 했다. 이어 "이를 옆에서 교묘하게 부추기는 사람이 이준석"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대선후보가 결정되면 당무결정권이 후보에게 넘어간다. 모든 이슈가 대선후보 중심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0선의 젊은 당대표'의 존재감은 희미해질 게 자명하다. 영향력 축소를 우려하는 이 대표에게는 구원(舊怨)에 집착하는 김 전 위원장이 최적의 카드일 수 있다. 결국 마지막 킹 메이커를 자임하고 싶은 김 전 위원장과 대선에서 윤 후보와 함께 공동주연이고 싶은 이 대표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두 사람이 함께 전선을 형성했다는 설명이다. 앞선 관계자는 "이 대표야말로 능구렁이"라고 했다. 
 
이준석 대표(왼쪽)와 윤석열 대선후보.사진/뉴시스
 
2030 탈당 현황까지 공개하면서도 홍준표 예우는 언급 없어 
 
이 대표가 숨겨둔 마지막 카드는 2030세대의 지지다. 경선 후유증을 봉합하기 바쁜 와중에도 이 대표가 꺼낸 이슈는 '2030 줄탈당'이었다. 이 대표는 윤 후보가 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되자 구체적인 숫자와 세대 비율까지 적힌 '전당대회 이후 탈당 원서 접수 현황' 문서를 공개했다. 김재원 최고위원과는 2030 당원들의 탈당 수치를 놓고 공방까지 벌였다. 
 
이를 두고 당 대표가 당원들 탈당 수치까지 공개하면서 호들갑을 떨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이런 행보는 이 대표의 히든카드가 2030세대 지지라는 배경에 주목할 때 설명이 가능하다. 때마침 2030세대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던 홍준표 의원이 대선 경선에서 낙마한 터였다. 청년 표심 향방이 대선 승패를 좌우할 최대 승부처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 대표는 자신을 2030 지지의 상징으로 삼고 싶어 했다고 복수의 관계자들은 해석했다. 관계자들은 근거로 이 대표가 단 한 번도 홍 의원에 깍듯한 예우를 표하며 선대위 참여를 제의하거나 원팀을 강조하지 않은 데서 찾았다.  
 
윤 후보 측 한 관계자는 "이 대표의 속셈은 김 전 위원장을 통해 인적쇄신을 추진하고 자신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을 확보한 뒤, 정권교체를 뒷받침한 게 아니라 이끈 당대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김종인, 이준석의 선대위 주도권 다툼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노회한 30대 이준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김 전 위원장이 홍 의원이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일절 무시하는 것도 이 대표로서는 최상의 여건"이라고 덧붙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윤석열 대선후보.사진/뉴시스
 
'곳간지기' 사무총장 놓고 이준석·윤석열 전면전 
 
한편 윤 후보와 이 대표의 신경전은 전면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이 대표가 임명한 한기호 사무총장의 거취를 두고 두 사람이 이견을 보이면서다. 15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 참석이 예정됐던 윤 후보는 회의 시작 한 시간여를 앞두고 불참을 통보했다. 이 대표도 모두발언과 백브리핑을 하지 않은 채 회의를 끝냈다. 앞서 한 총장은 자신의 거취를 이 대표에게 일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윤 후보가 당무우선권을 갖게 되면서 당의 살림살이를 전담하는 사무총장에 새 인물을 기용해야 한다는 윤 후보 측 압박 때문으로 알려졌다. 사무총장은 선대위에서 선대본부장을 맡아 대선에서 필요한 자금을 집행하는 재정권을 행사한다.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서도 막중한 역할을 맡는다. 때문에 서로가 자신의 사람을 앉히려는 물밑싸움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윤 후보 경선 캠프에서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던 김영환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한 총장이 사의를 표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국민의힘 당직자는 이 대표를 통해 일괄사표를 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어 "그의 살신성인 백의종군 정신이 이어졌으면 한다"며 "윤 후보에게 당직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것이 당헌이 정한 당무우선권"이라며 "이것이 상식의 정치에 맞고 이준석의 청년정치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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