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머무는 식탁> 1부 봄, 서툰 시작의 맛
작성자 : 프리미엄레베카 작성일 : 2026.02.16
조회수 : 18 댓글수 :0

 봄, 서툰 시작의 맛

​오랫동안 준비하던 시험에 낙방한 지우는 도망치듯 돌아가신 할머니가 남겨주신 시골집으로 내려왔습니다.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했고, 집안은 먼지투성이였죠. 지우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며칠을 누워만 있었습니다. 그러다 배꼽시계의 정직한 알람에 못 이겨 부엌으로 향했습니다.

​찬장을 뒤지다 발견한 것은 할머니가 직접 담가두신 마른 취나물과 햇콩이었습니다. 지우는 서툰 솜씨로 나물을 불리고 밥을 안쳤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솥밥 위로 고소한 나물 향이 집안 가득 퍼지자, 텅 비어 있던 지우의 마음에도 조금씩 온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간장 한 종지에 나물밥 한 그릇. 특별할 것 없는 식사였지만, 지우는 밥알을 씹으며 아주 오랜만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돼." 봄바람에 실려 온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오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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