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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해피투모로우)황혼 육아에 등골 휘는 할마들…노년 건강도 경고등

자녀와 살고 싶지 않은 노인 4명 중 3명…황혼육아 갈등 해법 찾아야

2016-03-16 13:19

조회수 : 6,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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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황혼 육아' 시대라고도 불린다. 맞벌이는 날로 늘어가고 보육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결국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나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갈등도 만만치 않다. 가족인 까닭에 서로 불만을 쉽게 말하지도 못하고 속만 끓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어린이집을 대신해 육아를 도와주던 조부모가 갑자기 몸이 아프거나 어딘가 다치게 되면 바로 더블케어로 상황이 역전되기도 한다. 부모 부양에 대한 책임감이 큰 한국 사회에서 시부모와 친정부모가 한꺼번에 건강이 악화되기라도 하면 더욱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해피투모로우는 고령화 속도에 비해 자녀 육아 및 부모 간병을 위한 제도가 전반적으로 미흡한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는 황혼육아에 대해서 진단한다.(편집자)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손주 육아를 담당하는 조부모가 늘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 중 절반이 ‘조부모가 손주를 돌봐주고 있다’고 답했고 황혼육아를 뜻하는 할마(할머니+엄마) 등의 신조어도 사회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이들에게 20~30년 만에 다시 찾아온 육아는 꽤 힘든 일이다. 50~60대 여성에게 아이를 안고, 씻기는 등 하루종일 챙기는 것은 체력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손주 육아 시 호소하는 피로, 관절통, 우울증, 불안 등은 폐경 이후 나타나는 갱년기증후군과 매우 유사하고,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손주를 돌보는 중년은 잦은 짜증과 무기력함을 느껴 심리적으로 우울함을 느낀다. 특히 피로, 관절통, 우울증, 불안 등은 폐경 이후 나타나는 갱년기 증후군과 매우 유사하고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손주 돌보는 중장년, 체력적으로 부담
 
손주를 돌보는 중장년들 중 5명 중 1명은 자녀로부터 따로 양육비를 받지 않고 황혼육아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양육비를 받지 않는 이유는 자녀가 경제적으로 빨리 안정되기를 원해서이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이같은 내용을 기반으로 최근 손주를 돌보고 있는 조부모 500명과 부모 500명 등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조부모 영유아 손자녀 양육 실태와 지원 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손자녀 양육비를 받지 않는 경우는 22.4%이며 비정기적으로 받는 경우는 27.8%, 정기적으로 받는 경우는 49.8%였다. 이때 월 평균 양육비는 57만원으로 조사됐다.
 
손자녀 양육을 하고 있는 조부모의 평균 연령은 60.45세이며 현재 돌보고 있는 손자녀는 1.15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외손주를 돌보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할아버지 보다는 할머니가 돌보는 경우가 많았다.
 
손주가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기관을 다니고 있는 경우는 57.0%로, 다니지 않는 경우 보다 많았다. 기관의 일일 이용시간은 평균 6.33시간으로 일반적인 영유아의 기관 이용시간(7시간 23분) 보다 짧았다. 등원은 자녀의 엄마가 가장 많이 담당하지만 하원은 조부모가 가장 많이 담당하고 있다.
 
대개 조부모는 손자녀와 함께 거주하지 않으면서 양육을 지원하는 형태였다. 조부모들은 자녀들의 가정에서 평균 약 18분 정도가 소요되는 멀지 않은 거리에 거주하면서 손주를 자신들의 집으로 데려와서 돌보고 있었다. 양육시간은 평균 주당 42.53시간으로 근로자의 법정 근로시간인 주당 40시간을 초과했다.
 
황혼육아는 중노동 "자녀와 같이 살고 싶지 않다"
 
노인 4명 중 3명은 향후 자녀와의 동거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응답 비율은 10년 전에 비해 20%포인트나 상승했다. 현재 자녀와 같이 사는 고령자들도 본인의 독립생활이 불가능해서라기 보다는 자녀의 독립생활이 어렵거나, 손주들의 양육과 가사를 돕기 위해 동거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통계청이 내놓은 '2015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 75.1%가 향후에도 자녀와 '같이 살고 싶지 않음'에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77.4%)가 여자(73.3%)보다, 농어촌 지역(76.1%)에 사는 사람이 도시 지역(74.8%)에 사는 사람보다 같이 살지 않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자녀와 떨어져 장래에 살고 싶은 곳으로는 '자기 집(86.0%) 가장 많았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양로·요양시설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60세 이상 고령자 중 자녀와 같이 사는 비율은 31.6%다. '자녀의 독립생활 불가능(34.2%)', '본인의 독립생활 불가능(29.3%)', '손자녀 양육 및 자녀 가사도움(12.1%)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2013년 조사에서는 '본인의 독립생활 불가능(36.0%)'에 대한 응답률이 '자녀의 독립생활 불가능(29.3%)'보다 더 많았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각각 29.3%, 34.2%로 전세가 역전됐다. 늙은 부모가 자식의 도움 없이 혼자 사는 것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자녀의 정착이 늦어 아직도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하거나 가정을 꾸렸더라도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가족의 손길을 빌릴 수밖에 없는 사회 시스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황혼 육아 시대, 갈등 해법 찾기
 
황혼 육아의 모든 문제는 주도권 싸움에서 시작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위계질서가 어른 중심이고 ‘우리’를 위해 ‘개인’이 참는 문화였다가 지금은 이런 관계 중심적 가족 문화가 약해지고 젊은 자녀 세대로 주도권이 넘어온 상황이다.
 
또 ‘손자 손녀 육아’로 도움을 주고받는 가운데서 갈등이 일어나기 때문에 잘잘못을 가리기가 모호하고 힘들다.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자식들은 자식들대로 불만이 있지만 쉽게 드러내고 말하기도 어렵다. 황혼 육아를 둘러싼 갈등은 서로 인정하지 않는 주인과 머슴이 있는 상황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주도권은 자식들에게로 넘어왔지만 어른들은 여전히 ‘어른’이고 싶어 한다. 반대로 자식들은 무조건 어른들이라고 존중하기보다는 합리적인 것을 내세우고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주장한다. 서로 자신들이 옳다고 하는 형국이다. 여기서부터 모든 갈등이 시작한다.
 
황혼 육아에선 시어머니와 친정엄마는 매우 다양한 역할을 가진다. 시어머니의 경우 남편의 엄마, 아이의 할머니 그리고 어려운 시어머니다. 거기에 육아를 도와주는 육아 도우미에 가사까지 돌봐준다면 가사 도우미가 추가된다. 친정엄마도 마찬가지다.
 
어른들을 어떤 역할로 보는가에 따라 요구하는 것도 달라지고, 대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부모님일 때는 애틋하고 감사하지만 도우미 역할에선 맘에 들지 않는 부분들이 자꾸 앞서 보인다. 서로의 역할이 명료하게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혼 육아의 갈등 해법은 자기 역할 기대와 타인 역할 기대를 분명하게 하는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육아를 도움 받는 자식은 어른들께 무엇을 기대하고 있으며, 어른들의 요구에 어디까지 수용해줄 수 있는지 확실하게 해야 한다.
 
서울 서초구 보건소에서 열린 '서초구 예비할머니-할아버지 교실, 육아방법 및 신생아 응급처치교육'에서 참가자들이 아기가 이물질 등을 삼켜 숨을 못 쉬는 상황의 응급처치 방법을 실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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