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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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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민연금, ‘개선위 신설안’ 내달 이사회 상정…타깃은 '소유분산기업' 포스코·KT

국민연금, 개선위 통해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정조준’…취지·기능 등 논란

2023-08-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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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포스코·KT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의 대표 선임에 막강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공단의 ‘건강한 지배구조 개선위원회’(개선위) 신설 안건이 오는 9월 국민연금공단 이사회에 상정 예정인 것으로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2일 국민연금공단 사정에 정통한 복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민연금공단은 공단 산하 기금운용본부 내 개선위 설립을 위한 ‘국민연금기금 운용규정 일부개정규정안’(개정규정안)을 9월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습니다. 
 
이를 위해 공단에서는 이사회 전에 비상임이사들을 직접 만나 안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보통 이사회 주요 안건이 있으면 공단이 순회하며 설명을 하긴 했다”며 “이번 개선위 설립 안건은 (여러 논란이 많아) 특히나 설명이 필요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의 개선위 설립에 대해 특히 주목하는 곳은 재계입니다. 국민연금 측은 개선위가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를 더욱 건전하게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하지만, 재계 관계자들은 개선위가 소유분산기업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정권 뜻을 반영하는 거수기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국민연금공단 사옥 (사진=뉴시스 제공)
 
지배구조 개선위 설립에 재계 촉각…타깃은 '소유분산기업' 
 
앞서 국민연금공단은 지난달 11일 개정규정안을 입안 예고하고 같은 달 25일까지 각 계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앞으로 이사회를 거쳐 복지부 장관의 승인이 떨어지면 개선위 설립 절차는 완료됩니다. 모든 절차는 이르면 9월 중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개정규정안에 따르면, 개선위는 △소유분산기업 등의 바람직한 지배구조 방향 제시 △의결권 행사 기준의 적정성 검토 및 합리적 개선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이행 상황 점검·자문 및 개선 등의 역할을 합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역할은 ‘소유분산기업 등의 바람직한 지배구조 방향 제시’입니다. 소유분산기업은 특정 대주주가 없는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로, 국민연금이 대주주입니다. 포스코, KT, KT&G 등이 대표적입니다. 
 
국민연금공단 측은 개선위 설립 배경에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수탁자 책임 활동에 대한 상반된 논란이 지속됨에 따라 방향성에 대한 객관성과 합리성 제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선위를 통해 포스코, KT 등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사장 마음대로 위원 인선하고, 수상한 한시적 운용
 
하지만 재계에서는 개선위 설립을 미심쩍은 시각으로 보고 있습니다.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합리적인 지배구조 개선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존에 운영하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와 역할이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수책위를 패싱하려는 의도로도 해석합니다. 
 
수책위는 국민연금기금의 운용·관리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내 산하기구로, 주주권 행사의 원칙·기준·방법·절차, 의결권 위임, 환경·사회·지배구조 고려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검토하는 역할을 합니다. 
 
개선위의 역할과 차이를 찾아보기 어려운데, 위원 인선 규정 등을 보면 개선위는 수책위보다 더욱 퇴보했습니다. 수책위는 경영계, 노동계 등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 위원들로 구성돼 국민연금공단의 부적절한 주주권 행사를 견제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개선위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전문가 위원 10명을 호선하게 돼 있습니다. 결국 이사장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만 세우는 ‘코드 인사’가 가능합니다. 국민연금공단이 정권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이러한 인선 방식은 정부의 개입 우려를 더욱 키울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국민연금공단은 개선위를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점도 다소 수상하다는 게 재계 반응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은 “행정기관위원회법에 따라 2년마다 존속 여부를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히지만, 재계 관계자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행정기관위원회법에 따르면, 존속 기한을 최대 5년으로 설정할 수 있는데 2년만 운영한다고 한 자체가 ‘어떠한 목적’이 있다는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 대통령, '주인 있는 기업'-'소유분산기업' 구분…스튜어드십조차 선택적 작동 
 
재계에서는 그 ‘어떠한 목적’을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연관 짓습니다. 주목해야 할 윤 대통령의 발언도 있습니다.
 
올해 1월 윤 대통령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과거 정부 투자기업 내지는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에 소위 스튜어드십이라는 것이 작동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스튜어드십이 주인이 있는 기업에 너무 과도하게 작동이 된다면 우리 자유시장경제의 출발점인 소유권을 규제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연금사회주의화 시키는 부분도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즉 KT와 포스코처럼 민영화된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스튜어드십 작동을 주문하면서도 주인 있는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개입을 최소화하라는 지침입니다. 재계에서도 윤 대통령이 ‘주인이 있는 기업’과 ‘소유분산기업’을 구분한 것을 놓고, 국민연금공단을 향해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개입을 본격화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입니다. 
 
실제로 국민연금공단은 윤 대통령의 주문 두 달만인 3월에 개선위 설립 절차를 실행합니다. 서두른 탓에 당시 복지부 장관과 논의도 없이 입안 예고를 해 국회로부터 절차적 하자 지적을 받습니다. 그 이후 3개월 동안 조용하다가 지난달 11일에 갑자기 개정규정안을 입안 예고하고 설립을 재진행합니다. 
 
(왼쪽부터) KT, 포스코, KT&G (사진=연합뉴스 제공/자료사진)
 
KT 다음은 포스코·KT&G…대표이사 교체기 정조준
 
이러한 정황들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민연금공단이 말하는 건강한 지배구조 개선은 그저 구실일 뿐 정권의 이권과 영향력 강화를 위한 수순이라는 음모론적 시각도 내놓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구현모 전 KT 대표의 연임을 공개적으로 반대했습니다. 경영실적을 크게 개선시키면서 주주들 사이에서도 그의 연임을 바랐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국민연금은 KT가 선정한 다른 대표이사 후보들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밝히는 등 ‘관치’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KT는 최근 ‘대표이사 자격 요건 정관 변경’, ‘후보자 명단 미공개’ 등 정권 입맛에 맞는 대표 선임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또 다른 대표적 소유분산기업인 포스코의 최정우 대표이사와 KT&G의 백복인 대표이사 임기는 내년 3월까지입니다. 결과적으로 소유분산기업 대표이사 교체기를 앞두고 국민연금이 개선위를 앞세워 인사에 더욱 노골적으로 개입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게 재계의 일반적 시각입니다.
 
시민단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오종헌 사무국장은 “공정하고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할 공기업 성격의 기업들을 (정권이) 사유화하고 이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며 “권력 통제와 강화 과정에 소유분산기업을 이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개선위의 역할에 ‘소유분산기업’을 특정한 것이 어떠한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개선위의 역할을) 소유분산기업이라고 한정하는 것은 재벌들은 봐주기로 넘기고 (소유분산기업만) 정치적인 목적에서 겨냥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찬진 변호사(전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는 “관치 연금자본주의를 소유분산기업에 하겠다는 시그널까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며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자산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우려스럽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공단은 “대기업에 비해 소유분산기업이 상대적으로 지배구조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어서 예시로 든 것"이라며 “소유분산기업을 한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수책위 패싱’ 우려에 대해서는 “개선위는 국민연금기금의 수탁자 책임활동에 대한 개선 의견을 제시할 뿐 개별 기업에 대한 의결권이나 주주권 행사 결정은 다루지 않는다”며 “수책위의 역할과 상충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또한 9월 이사회 안건으로 개선위 설립 건이 상정됐는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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