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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지

“어디서 감히 외국인이”...차별과 혐오의 말

2023-03-0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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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예지 기자]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10~15초가량이었던 짧은 통화를 엿들어보니 옆에 서 있던 아주머니는 중국인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자리가 났는데요. 아주머니가 앉으려고 하자 어떤 어르신이 아주머니를 밀치고 그 자리에 앉습니다. 아주머니가 어눌하게 말했습니다. “왜 미세요” 그러자 그 어르신이 눈을 부라리며 호통칩니다. 
 
“감히 남의 나라 사람이 어딜!” 
 
아주머니는 황당한 듯, 무슨 말을 하고 싶은 듯 가만히 있다가 자리를 옮겨 지하철 문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다음 정거장에 바로 내렸죠. 어딜 향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내릴 역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시민들로 가득 찬 송내역 승강장(사진=뉴시스)

작년에 참석했던 한 모임이 생각났습니다. 이주민들이 모여 고충을 이야기하는 자리였습니다. “기자 준비생인데 한번 와 봤어요”라고 하자 다행히 다들 반겨주며 여러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애 엄마인데도 외국인이라고 애 여권을 못 만들었어요”
 
“장 보러 갔는데 마침 도난 사건이 있었어요. 도둑으로 오해받았죠. 저를 찍어 가방 검사를 했어요. 중국인이 가져갔을 거라며...” 
 
“나도 여기서 열심히 일하고, 다 세금 내고 살고 있는데,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죠? 난 당당해요”라던 분도 있었습니다. 
 
지하철에서 우물쭈물하던 아주머니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요. 당찬 그 사람처럼 ‘나도 세금 내고 산다’, ‘이런 취급받을 필요 없다’라고 말하고 싶었을지도요. 
 
제가 사는 부천은 중국인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 통계를 보니 등록 외국인이 2만4천여 명이네요. 같은 동네에 사는 지인이 ‘아이 입학식에 갔더니 현수막에 한국어,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몽골어로 적힌 현수막이 있어 놀랐다’라고 말할 정도로 외국인이 많은 동네죠. 그리고 2만4천여 명의 외국인 중 중국인만 1만8천 명입니다.
 
중국인이 많아서 싸움도 잦고, 위험하지 않냐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사실 싸움이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도 버스 정류장에서 한국인과 중국인이 누가 밀쳤는지를 두고 싸우는 일을 목격했거든요. 그런데 지하철에서 ‘감히 남의 나라 사람이 어딜’이란 말을 듣고 보니 싸움이 일어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인은 ‘외국인이 많아서’가 아니라 ‘외국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일지도요. 
 
정예지 기자 yej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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