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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통신→ICT 기틀 다진 디지코…KT수장 교체로 동력 상실 우려

AI·빅데이터·클라우드·콘텐츠, KT 외형성장 견인

2023-02-2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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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구현모 KT 대표는 디지코(DIGICO·디지털 플랫폼 기업)를 내세워 통신 위주의 KT 사업 포트폴리오를 ICT 중심으로 옮기면서 KT의 사상 첫 매출 25조원 시대를 열었는데요. 그러나 이번에 구 대표가 거센 외풍에 연임 도전을 포기하면서 핵심 전략이었던 디지코 동력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T(030200)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3% 증가한 25조65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KT가 매출액 25조원을 넘은 건 1998년 상장 이후 처음입니다. KT가 가파른 외형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건 구 대표의 디지코 전략 덕이었습니다.
 
구 대표는 1987년 KT에 입사해 2020년 3월 내부 승진을 통해 대표 자리에 올랐습니다. 구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디지코 전략을 내걸었는데요. 통신 위주의 KT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콘텐츠 등 ICT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이에 따라 KT는 2020년 비통신 분야에 1조9203억원 수준의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AI·빅데이터·클라우드·콘텐츠' 구현모의 디지코, KT 외형성장 견인
 
구현모 KT 대표가 2020년 10월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KT 경영진 기자간담회에서 KT 경영 비전 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구 대표는 AI를 중심으로 디지코를 확대할 계획이었습니다. 연임 도전을 선언한 후 AI 발전전략 간담회를 첫 공식 자리로 택한 것도 이 때문인데요. 지난해 11월 구 대표는 AI 발전전략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신에 기반해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사업 모델을 확실히 다지는 게 앞으로 해야 될 일"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구 대표가 연임 도전을 포기하면서 AI를 중심으로 디지코를 확대하겠다는 구 대표의 계획도 물거품이 됐습니다. 더 나아가 KT 외형 성장을 이끌었던 디지코의 동력도 상실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아울러 KT의 지주형 회사 전환 계획도 멈출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구 대표는 취임 이후 지주형 회사로 재편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계열사만 2021년 말 기준 50개에 달할 정도로 사업 구조가 복잡한 만큼 지주형 회사로 전환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구상이었죠. 지난해 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미디어·콘텐츠 분야를 모으고 금융 분야에선 BC카드 아래 케이뱅크를 둔 구조를 만든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구현모 연임 포기… AI 중심 디지코 계획 물거품
 
구현모 KT 대표가 2022년 11월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KT, 인공지능(AI)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AI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새로운 수장이 KT에 오르면 디지코 전략 수정은 불가피합니다. 아무래도 전임자의 성과와 색채를 지우고 본인의 색을 입히려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실제로 KT의 주목할 만한 성과가 이어질 수 있을지 시장에서도 우려와 관심이 큰 모습입니다. 구 대표의 후보 사퇴 소식이 전해진 어제(23일) KT 주가는 1.55% 떨어진 3만1700원, 다음날인 24일은 전일 대비 3.94% 하락한 3만45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현재 사외 후보 중 유력 후보로 꼽히는 인물은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인데요. 윤 전 장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람으로 꼽힙니다. 윤 전 장관은 이 전 대통령 취임 직후 2009년부터 2010년 5월까지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하마평에 오른 또 다른 인물인 김기열 전 KTF 부사장은 기독교계 원로인 김장환 목사 조카입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ICT희망본부장으로 활동한 이력도 있습니다. 이밖에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도 거론되고 있는데, 박 전 부문장의 경우 2019년 구현모 대표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어 경영능력을 이미 검증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사내에서 유력하다고 거론되는 인물은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 윤경림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인데요. 윤 부문장의 경우 황창규 전 KT 회장이 미래융합사업추진실을 만들 때 CJ그룹에서 영입한 인물입니다. 이후 2019년 현대자동차로 회사를 옮겼지만 2021년 구 대표의 제안으로 KT에 다시 복귀했습니다. 구 대표와 인연이 끈끈한 만큼 디지코 전략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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