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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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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산업-동원엔터 합병, 최대주주 밀어주기 ‘또’

실적 좋은 동원산업은 헐값 평가…김 부회장 68% 지분 비상장사는 부풀리기

2022-04-08 14:05

조회수 : 15,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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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동원산업(006040)이 비상장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이로써 동원그룹의 지배구조는 동원산업으로 일원화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동원산업의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해 최대주주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에게 몰아주는 합병비율이 산정돼 또 한 번 합병안건을 통과시킨 이사들의 신의성실 문제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일 동원산업은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흡수합병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합병이 최종 성사될 경우 동원그룹의 비상장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산업을 통해 우회상장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현재 동원그룹은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산업과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동원건설산업을 자회사로 두고, 동원산업이 동원로엑스, 스타키스트를 거느리고 있다. 이것이 합병법인 동원산업 아래 자회사들로 정리되는 것이다. 
 
이번 합병으로 서로 겹치는 사업이나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했던 동원산업의 자리도 정리돼 시너지가 발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 합병 자체엔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최대주주 몰아주기가 문제가 됐다. 김남정 부회장이 68.27%의 지분을 보유한 동원엔터프라이즈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합병비율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동원산업은 합병 전에 1주를 5주로 나누는 액면분할을 진행할 예정이다. 액면분할을 전제로 한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비율은 1:3.838553, 이를 액면분할 전 현재가 기준으로 보면 1:0.7677106이다. 
 
각 기업의 가치를 얼마로 평가했기에 이런 비율이 정해졌을까? 각 사의 공시에 따르면, 동원산업의 주당 합병가액은 최근 주가를 가중평균해서 산정한 24만8961원이다. 지난 7일 거래정지 전 종가는 26만5000원이었지만 한 달 전만 해도 21만원대였던 것이 합병가액을 낮추는 요인이 됐다. 
 
이에 기준한 동원산업 평가액은 9156억원이다. 동원산업의 지난해 순이익 1692억원을 감안한 주가수익비율(PER) 5.4배에 불과한 금액이다. 올해 1분기 이익은 더 늘어난 것으로 예상돼 실제로는 5.4배보다 저평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적은 물론 자산가치 대비로도 낮게 평가됐다. 이 시가총액은 자본총계의 절반(PBR 0.5배) 수준에 불과하다.  
 
반대로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가액은 과도하게 부풀린 것으로 보인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연결 매출액 7조6030억원, 영업이익 5086억원, 순이익(지배주주) 2332억원을 기록했다. 이중에서 동원산업 등 연결 실적을 뺀 별도 영업이익은 481억원, 순이익은 569억원이다. 
 
하지만 이번 합병비율 산정을 위해 매긴 자산가치는 주당 19만1311원, 수익가치는 19만1009원으로 평가해 최종 합병가액을 19만1130원으로 잡았다.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주식 수 1169만1487주를 감안하면 기업가치를 2조2346억원으로 평가한 것이다. 
 
동원산업을 9000억대로 평가하고 그보다 이익이 적은 동원엔터프라이즈를 2조원 넘는 것으로 평가한 결과가 지금의 합병비율이다. 동원엔터프라이즈를 동원산업의 2.44배 가치로 평가해서 합병을 진행하는데 동원산업 주주들의 반발이 나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합병이 최종 마무리되면 김남정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최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나머지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이런 결정을 승인한 이사회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현행 상법은 이를 묵인하고 있다. 한국거버넌스포럼 등이 관련법 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법 개정 전에는 계속 반복될 문제인 것이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을 위한 주주확정 기준일은 2022년 8월 4일이며 8월15일부터 29일까지 합병의 찬반을 표시해야 한다. 반대한 주주는 8월30일부터 9월19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최종 합병기일은 오는 10월1일이며 신주는 10월21일에 상장할 예정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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