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표진수

realwater@etomato.com

앞만 보고 정론직필의 자세로 취재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영상_당신도 혐오받고 있다)②서로 등돌린 ‘꼰대’와 ‘요즘것들’

'꼰대' '요즘것들' 등 세대 혐오 부추기는 단어 만연

2021-08-03 06:00

조회수 : 4,619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꼰대'들은 말이 너무 안통해" vs "'요즘 것들'은 말을 너무 안들어"
  
날이 갈수록 '세대 혐오'가 더욱 심각해 지고 있다. 아직 국어사전에 세대 혐오라는 단어가 명시돼 있지 않다. 그러나 사용되는 용례나 이를 보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종합하면 세대(약 30년을 한 단위로하는 연령층)와 혐오(불쾌, 기피함, 싫어함 등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비교적 강한 감정)가 합쳐진 단어로 풀이된다. 서로 다른 세대들 사이에 있는 감정이나 가치관의 차이를 가리키는 '세대 차이'보다 감정의 골이 더욱 심각할 때 흔히 사용되고 있다.
 
약 30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자신이 겪은 경험과 인식을 바탕으로 세대간 차이는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세대 차이 때문에 '꼰대' '요즘것들' 등 서로를 비방하는 은어도 생겨나게 됐고, 혐오로 까지 발전한 것이다.
 
세대 혐오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 MZ세대와 기성세대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이들은 시대 변화를 가장 빨리 흡수하며 주도해 나가고 있다. 1985년생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그 예다.
 
MZ세대와 갈등을 겪는 세대는 사회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 있는 기성세대다. 기성세대는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로 불리는 1955년~1964년생들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한국 경제의 초고속 성장을 이끈 세대다. 국가 발전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Z세대들은 기성세대들의 과거 국가 발전에 큰 기여를 한 부분을 알고 있고, 기성세대들은 앞으로 MZ세대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야 할 세대라는 점도 알고 있다. 하지만, 서로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아 소통이 단절되면서 세대혐오는 극에 달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업계에서는 '정년연장 법제화'를 두고 MZ세대, 기성세대간 충돌이 벌어졌다. 완성차 3사(현대차·기아차·한국지엠) 노동조합이 정년연장 법제화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나섰다. 이들은 퇴직연령이 60세인데 국민연금 수령시기가 61세부터 65세까지 단계별 수급 구조로돼 있어 공백기간에 생계 수단이 없는 노인들의 빈곤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MZ세대들도 즉각 반발했다. MZ세대의 희생으로 제 기득권을 공고화하려는 '정년연장 법제화'를 반대하는 주장을 청와대 국민청원 및 블라인드 글을 올렸다. 청원인 글에는 '정년연장이 된다면 사회적 이슈인 청년실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된다'는 글을 올리며 정년연장 법제화에 반대를 했다.
 
이 뿐만 아니다. 세대 혐오는 일반 직장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사소한 일로도 격화된다. SNS를 사적인 공간으로 인식하는 MZ세대와는 달리 기성세대는 사회생활의 도구로 여기면서다. 
 
직장인 이 모씨(27)는 최근 A 회사 인턴을 마치고 정직원이 됐다. 이 모씨는 자신의 팀장이 "이제 정식으로 회사직원이 됐고, 한 식구니, SNS 팔로우해 긴밀한 소통을 하자"라는 제안을 뿌리쳤다. 이 씨는 "SNS는 개인 사생활을 기록하는 자신만의 공간인데, 직장 상사와 팔로우를 하면 내 사생활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정직원이 됐다고 하더라도, 회사에서만 가깝게 지내면 됐지 굳이 사생활을 공유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괜히 훔쳐보려는 의도 같다"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MZ세대와 기성세대 간 세대 혐오가 새롭게 발생했다. 코로나19 확산이 MZ세대 탓이라는 기성세대의 인식 때문에 생겨난 혐오다.
 
지난달 초부터 수도권 20~4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유행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예방접종률이 낮고 활동력이 높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면서 이 연령대 위중증 환자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 1일 0시 기준 전체 위중증 환자는 324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25.6%가 40대 이하다. 40대 이하 비중은 한 달 전인 7월1일(12.5%)보다 2배 늘었다. 올해에 만 20대 코로나19 사망자 5명이 나왔다.
 
실제 기성세대들은 MZ세대들에게 코로나의 심각성을 모른다고 지적을 하고 있다. 30대 자녀를 둔 박 모씨(63)는 "사회활동이 활발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데, 젊은 애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닌다"면서 "밖에서 감염돼 가족들에게까지 전파될 수도 있는데, 왜 자꾸 돌아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MZ세대들은 코로나19  확산이 자신들의 탓이냐고 불만을 표출하면서 기성세대들에게 불만을 표출한다. 이러한 이유로 세대 간 새로운 혐오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유 모씨(31)씨는 "정부에서 내린 사회적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생활하는데, 확진자가 젊은층에서 많이 나온다고 우리 탓만 하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실제 MZ세대들은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우울감을 느끼거나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온 통계도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20대의 코로나19로 우울 평균 점수는 5.8점, 30대 5.6점으로 모두 평균치인 5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와 30대 우울 위험군 비율(우울점수 10점 이상)은 각각 24.3%, 22.6%로 50대·60대(각 13.5%)의 1.5배 이상이었다.
 
세대가 흘러가면서 소통의 부재로 '세대혐오'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 표진수

앞만 보고 정론직필의 자세로 취재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