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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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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게 손가락이 부른 '남혐' 논란…해프닝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

남초 사이트 문제제기에 갑론을박…"2030세대 '공정' 요구 투영"

2021-05-08 06:00

조회수 : 4,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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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남성 혐오 손가락 모양'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여초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한국 남성의 성기가 작다는 것을 비하하며 엄지와 검지를 모으는 손가락 모양을 로고로 사용했는데, 공공기관과 기업의 홍보자료에 이와 유사한 손가락 이미지가 있었다는 이유다. '남성 혐오' 낙인찍기식으로 다소 억지 같은 주장이지만, 논란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공정' 가치에 대한 젊은 층의 요구가 젠더 갈등의 형태로 표출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남성 혐오 논란이 불거진 GS25 편의점의 캠핑 이벤트 광고. 사진/뉴시스
 
남초 사이트 누리꾼, '남혐' 손모양 찾기 혈안
 
지난 1일 게시된 GS25 편의점의 캠핑 이벤트 광고 포스터에는 집게 모양 손가락이 소시지를 놓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남초 사이트의 누리꾼들 사이에선 과거 페미니즘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로고와 유사하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메갈리아 로고 속 엄지와 검지를 모으는 손 모양은 한국 남성의 성기가 작다고 비하하는 뜻이 담겨 있다.
 
논란이 지속되자 조윤성 GS리테일 대표는 "디자인 요소에 사회적 이슈가 있는 부분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지만 불매운동만 확산되는 역효과를 일으켰다.
 
일부 누리꾼들은 GS25를 시작으로 해당 손 모양을 사용하는 또 다른 기업이 없는지 샅샅이 뒤지고 있다. 
 
치킨 프렌차이즈 BBQ는 최근 메뉴 '소떡' 이미지에 포함된 손 모양이 메갈리아 로고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BBQ는 사과문을 게시, "논란의 여지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반성한다"며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온라인 패션몰 플랫폼 무신사도 지난달 공개한 홍보물에 해당 손 모양 이미지가 사용되면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무신사 측은 "어떤 의도도 없었다"며 "사실이 아닌 내용을으로 낙인을 찍고 비난하는 걸 멈춰 달라"고 밝혔다.
 
이마트24도 남혐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이벤트 홍보 포스터 속 남성의 손 모양이 해당 손 모양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논란 직후 이마트24는 디자인을 교체했다.
 
공공기관에도 남혐 논란의 불똥이 튀었다. 경찰청이 지난달 배포한 도로교통법 개정 관련 홍보 카드뉴스에 해당 손 모양이 담겨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찰은 "남성 혐오는 전혀 사실이 아니지만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즉각 홍보물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남성 혐오 논란이 불거진 웹툰 '바른연애 길잡이' 속 장면. 사진/웹툰 바른연애 길잡이
 
'허버허버·오조오억' 신조어도 남성비하?
 
남성 혐오 논란은 앞서 신조어 등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허버허버'나 '오조오억'과 같은 신조어를 사용한 광고와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 항의가 이따르기도 했다.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오조오억은 남성의 정자가 쓸데없이 5조5억개나 된다는 뜻을 담은 표현이며, 허버허버는 남성이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해당 용어가 아이돌 가수를 응원하거나 단순히 행동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며, 여성 커뮤니티에서 많이 쓰이지만, 남성 혐오의 뜻은 없다는 반박도 있다.
 
또 지난달 네이버 웹툰 '바른연애 길잡이' 속 표현과 장면이 남성 비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남자 주인공 이름이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인 '한남'과 비슷한 '하남'이라는 점 등을 지적했다. 
 
"2030세대의 공정 요구, 젠더 문제로 비화"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일부는 "여성 우월주의가 곳곳에 스며들었다", "남성 혐오도 여성 혐오처럼 사회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흔한 손 모양과 단어들로 혐오를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젠더 갈등과 관련한 부분에서의 확대 해석은 주의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헤프닝으로도 볼 수 있지만 '이대남(20대 남성)'과 '이대녀(20대 여성)'의 젠더 갈등이 점차 심화되어 표출된 예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젊은 층을 겨냥한 군가산점 제도나 모병제가 거론되면서 젠더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재보궐선거의 결과를 놓고서도 젠더 문제가 배경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들의 72.5%가 야당인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지지한 결과를 두고 정치권은 '이들이 민주당의 여성 중심 정책에 분노했다'고 해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치 사회 참여도가 높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공정'에 대한 요구가 커진 만큼 남녀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갈망의 형태로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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