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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김학의'로 뒤엉킨 '검찰-공수처-법무부'…반사이익 보는 이성윤

검찰-공수처. 기소권 두고 법리공방

2021-03-1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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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가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무부까지 뒤엉키면서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 대상인 상황에서 검찰총장 인사까지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검찰과 공수처간 법리 공방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관계자는 15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기소권은 검찰에게 있음은 당연하다. 공수처장께서 이첩과 송치라는 단어의 뜻을 오해하고 있는 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법 어디에도 송치하라는 규정 없다"고 덧붙였다.
 
전날 공수처는 검찰로 이번 사건 수사를 재이첩한 것과 관련해 추가 입장을 내고 "수원지검에 대한 이첩 공문에서 수사 완료 후 사건을 송치해 공수처가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여 연루된 검사들의 기소권이 공수처에 있다는 주장이다.
 
공수처법 3조 1항 1호와 2호는 '고위공직자로 재직 중에 본인 또는 본인의 가족이 범한 고위공직자범죄 및 관련범죄의 수사와 공소제기 및 유지'를, 25조 2항은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공수처로의 이첩'을 규정하고 있다. 공수처의 기소권 주장은 여기에 기인한다.
 
그러나 수원지검 관계자 말대로 '송치'라는 단어는 공수처법에 없다. 이 관계자는 "법률가는 근본적으로 법률에 근거해서 처분하는 것이고 공문 하나로 법률에도 없는 새로운 법이 생기는 것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첩'과 '송치'가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두 기관의 위상과 연관돼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첩의 사전적 의미는 '받은 공문이나 통첩을 다른 부서로 다시 보내어 알림. 또는 그 공문이나 통첩'이다. 그러나 송치는 '수사 기관에서 검찰청으로, 또는 한 검찰청에서 다른 검찰청으로 피의자와 서류를 넘겨 보내는 일'로 정의되고 있다. 통상 수사를 마친 경찰에서 검찰로 사건을 넘기는 행위를 말한다. 
 
고위 검찰 출신인 한 법조인은 "이 말은 자칫 공수처가 검찰을 과거 경찰과 검찰간의 관계와 같이 보고 있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공수처가 검찰 수사를 다시 검토해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면 본래 취지와도 맞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기싸움이나 감정싸움 아니다. 법률가는 법률에 의해서 처분한다. 법률에 없는 내용대로 무엇을 할 수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검찰 측 주장을 법리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5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사 파견연장 불허 논란
 
법무부가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에 파견된 검사 2명에 대한 파견연장을 불허한 것을 두고도 후폭풍이 거세다. 수사팀에 파견돼 수사에 참여했던 임세진 수원지검 평택지청 부장검사와 김경목 부산지검 검사는 이날로 원청으로 복귀했다. 법무부는 두 검사 파견으로 원청의 업무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파견연장 불허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수사팀은 수사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투트랙으로 진행되던 수사 중 한 팀을 담당하고 있던 두명이 다 빠졌다. 투트랙에서 한 팀이 빠진 상황"이라며 "여러가지 애로사항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지검은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해 '출국금지 처분의 위법 행위'와 '수사 축소 외압' 두 부분을 수사해왔다. 임 검사 등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규원 검사를 수사 중이었다. 
 
수사팀은 차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지난 6일 영장을 기각했다. "엄격한 적법 절차 준수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사안이 가볍지 않으나, 현재까지의 수사 과정에서 수집된 증거자료, 피의자가 수사에 임해 온 태도 등에 비춰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기각 이유였다. 수사팀은 차 본부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보완수사를 해왔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수사대상이자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사진/뉴시스
 
'어차피 차기 총장은 이성윤'
 
검찰과 공수처, 법무부가 뒤엉키면서 이 지검장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장은 역대로 가장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였다. 그러나 이 지검장은 이번 사건을 비롯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감찰·징계 사태'와 일명 '검언유착 의혹' 수사 실기 등으로 이미 서울중앙지검 내부에서도 리더십을 잃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논란은 희석돼 가고 있지만 '김 전 차관 불법출금 의혹'이 이 지검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과 공수처, 법무부간 혼전에서 오는 수사팀의 동력 저하로 이 지검장의 차기 검찰총장 발탁이 더 유력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무너진 수사 축이 이 지검장이 아닌 차 본부장을 겨냥했다고는 하지만 이번 사건의 특성상 이 지검장과 차 본부장에 대한 수사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게 법조계 지적이다.
 
이 지검장은 지난 3일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해 공수처에 이첩한 경우 검찰은 이를 되돌려받을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수사 선상에 오른 공직자로서 할 말이 아니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지검장은 이번 정부 입장에서 검찰개혁을 완성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내부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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