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서행 차량의 창문틀에 손을 집어넣어 매달렸더라도 손을 빼낼 수 있었던 상황이라면 특수폭행이라고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는 특수폭행 혐의를 받은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상북도 김천시에 위치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사진/뉴시스
A씨 부부는 0.5톤 경화물차를 이용해 서울 용산구 원효로의 한 도로를 지나가다가 불법주차 차량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다. 촬영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대기 하던 중 불법주차 차량의 차주 B씨가 갑자가 나타나 A씨 차량의 창문틀에 손을 내밀고 큰 소리로 항의하면서 사진 삭제를 요청했다.
실랑이를 벌이던 A씨는 손을 뗄 것을 요구하면서 차량을 천천히 출발했다. B씨는 차량을 따라 50m 가량 쫓아가다가 넘어졌다. B씨는 이 때문에 다쳤다며 A씨를 특수폭행죄로 고소했다.
1심은 A씨가 B씨를 차량에 매단 채 운전을 한 것으로 보고 특수폭행죄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A씨 부부는 사실관계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고 기초생활수급자로 300만원의 벌금은 감당하기 힘들다며 불복 항소했다.
2심은 피고인을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측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여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를 변호한 공단측 양어진 법무관은 △의뢰자가 피해자를 화물차에 매달고 운행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화물차 옆에서 뛰다가 혼자 넘어진 것이고 △60대 중반의 의뢰자가 건장한 40대의 강력한 항의에 공포심을 느꼈다는 점을 적극 설명했다.
재판부도 증거로 제출된 블랙박스에서 '매달린 정황'이 정확하지 않은 점, 피해자는 팔꿈치와 무릎에 찰과상을 입었다고 주장했으나 영상에서는 엉덩방아를 찧은 점 등을 지적했다. 당시 차량이 횡단보도 앞에 신호 대기 중이었다가 신호가 바뀌어 차량을 운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참작됐다.
재판부는 "설령 피해자가 창문에 매달린 상태에서 차량이 운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창문틀에서 손을 떼어 놓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피고인이 차량을 이용해 피해자를 폭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검사는 상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 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고 기각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